2차 신용경색, 대세상승 흔드나

유일한 기자, 김경환 기자 | 2007.11.13 11:26

은행상각 눈덩이·친디아 흔들·고유가… "차원이 다르다"

12일(현지시간) 다우지수가 지난 8월16일 이후 처음으로 1만3000선 아래로 내려갔다. 8월15일 '투매'가 집중될 때의 저점 1만2834에 비해 12일 종가는 아직 150포인트 높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느끼는 하락의 강도는 지금이 훨씬 더 세다.

8월 1차 신용경색으로 인한 급락 당시 대세상승에 대한 강한 믿음을 유지하며 반등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 2차 신용경색에 따른 증시 급락 국면에서 대세하락 반전을 걱정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 투자심리가 훨씬 불안한 것이다.

이날 다우지수가 장중 150포인트 가까이 반등하다 결국 55포인트 조정받은 게 이를 뒷받침한다.

기술적으로도 8월 중순 다우지수는 15일 하루만 200일 이동평균선을 이탈했다. 그러나 지금 다우지수는 지난 7일 200일선을 이탈한 이후 번번한 회복시도 없이 8, 9, 12일 사흘이나 200일선을 밑돌며 낙폭을 키웠다. 미래가 어둡다보니 저가매수세가 유입되지 않은 탓이다.

2차 신용경색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11월 중순, 두 달 전과 펀더멘털이 많이 달라졌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월가 대형은행들의 상각 규모, 비교할 수 없는 유가 및 원자재 가격, 낮은 연준(FRB)의 금리인하 기대, 여기에 친디아(중국과 인도)에 대한 믿음이 줄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위기 때는 미국 경제의 위기를 친디아가 뒷받침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으나 친디아도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고 있어 친디아가 미국 경제의 둔화를 상쇄해 줄 것이란 믿음이 크게 줄었다.

때문에 두달 전에도 있었던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의 강도와 영향력 역시 훨씬 강력하다.

◇신용경색, 차원이 다르다
예나 지금이나 금융시장 불안의 근본 원인은 주택시장 침체로 인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그리고 이에 따른 신용시장 경색이다. 그러나 경색의 정도는 차원이 다르다.

8월 중순 돌출한 신용경색은 '낯설어서' 충격을 주었다. 이번 국면에서는 너무나 낯익은 변수가 됐지만 전혀 대응할 수 없다, 해결책이 없다는 한계에 투자자들이 절망하고 있다. 800억달러 정도인 '수퍼펀드'조차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무엇보다 월가 은행들의 손실이 너무 크다. 언제까지 지속될 지 끝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여름 베어스턴스 펀드 2개가 망가지고 골드만삭스의 대표 퀀트펀드가 한달만에 20% 넘는 손실을 입어 파문을 던졌다. 대서양을 건너 영국 바클레이은행의 계열사 펀드가 말썽을 일으켰고 노던록은 예금자들의 인출에 홍역을 치렀다.

그런데 가을들어 금융기관들의 3분기 실적이 발표되면서 충격은 배가됐다.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은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보니 현실은 더 처참했다. 지금까지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로 은행들이 상각한 규모는 400억달러를 넘는다. 연말에 이 수치는 6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와중에 세계 금융시장을 호령하던 메릴린치와 씨티그룹의 최고경영자(CEO)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번주 들어 최강을 자랑하던 HSBC의 소매대출 계열사가 타격을 입었고, 유일하게 3분기 '깜짝 실적'을 냈던 골드만삭스까지 '위험자산'(레블3) 비중이 전체자산의 7%에 육박, 위험할 정도로 높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부에서는 대형 투자은행의 상각규모가 40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도이치 뱅크 애널리스트인 마이크 야요는 12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전세계 금융회사들의 자산상각 규모가 최대 4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고객이 맡긴 펀드가 아니라 금융기관이 망가지면 실물경제에 미치는 타격 강도가 다르다. 은행들은 대출을 줄일게 뻔하고 이는 가계소비와 기업 투자를 제한한다.

◇유가 30불이나 더 올라… 금리인하 여지 크게 줄어

8월 위기를 구원한 것은 연준(FRB)이었다. 금융시장이 휘청대자 연준이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주가가 반등세로 돌아섰다.

망설이던 연준은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명분을 내걸고 지급준비율 인하, 공개시장 조작 등 개입에 나서더니 9월 18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나 깜짝 인하했다.

연준의 다른 목표인 인플레이션은 잘 통제되고 있다는 판단도 덧붙였다. 10월 들어 다우지수는 1만4000을 회복했고 10, 11일에는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증시가 다시 흔들리자 연준은 10월말 다시 금리를 인하했다. 필요시에 연준이 구원투수 역할을 한 것이다.

지금은 다르다. 당시 배럴당 69달러선까지 밀린 국제유가가 며칠전 97달러마저 돌파, 100달러 시대가 임박했다. 원유 뿐 아니라 금 은 구리 등 대부분 원자재 가격이 급등, 인플레이션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아직 소비나 생산 물가 지표가 목표치를 크게 이탈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중앙은행의 우려는 커진 게 틀림없다. 이는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운신의 폭을 제한한다.

시장에서는 12월 FOMC 회의때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수 밖에 없다는 여론몰이를 하고 있지만 연준의 태도는 중립에 가깝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지난 8일 의회 청문회에서 유가가 인플레이션에 새로운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고 경제성장에 추가적인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S&P는 최근 인플레와 경기침체를 고려할 때 연준이 12월에 동결하고 내년 1월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버블 논란 친디아, 인플레 압력 증가..중국 긴축 계속
8월 양대산맥의 하나인 미국만 흔들렸다면 지금은 다른 축인 중국까지 흔들리는 상황이다. 전날 중국 증시는 2% 넘게 급락, 3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인민은행이 시중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13.5%로 인상키로 한 데다 이날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도 예상을 웃돌았다. 올들어 9번째 지준율 인상에 이어 금리인상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커졌다.

8월 미증시가 신용경색으로 자유낙하하는 동안 중국과 인도증시는 하루, 이틀 정도만 영향받고 랠리를 지속했다. 상하이지수는 마침내 6000을 넘는 사상최고가 랠리를 폈다. 11%가 넘는 경제성장과 풍부한 유동성이 맞물렸다.

그러나 지금 중국증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50배 안팎에 이른다는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과 인플레 부담에 따른 긴축 부담에 직면한 상황이다. 미국발 악재를 거스르기에 허약한 체질이다.

단적으로 10월 생산자물가지수가 전년 보다 3.2% 상승해 전문가 예상치인 3%와 전달치인 2.7%를 모두 상회했다. 13일 발표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6.5%로 전달(6.2%)에 비해 가속화됐다.

전문가들은 "만약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중앙은행이 지준율 외에 금리를 또 올려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국이 10일 올 들어 9번째로 시중 은행의 지급 준비율을 인상해 긴축의 고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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