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덤핑'에서 '캐리 청산'으로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7.11.12 16:35

세계증시, 달러 덤핑에도 급등했지만 캐리 청산에는 급락

"편안한 달러 덤핑의 '짧은 시대'가 저물고 대신 끔찍한 고통이 불가피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주 후반부터 12일까지 나타난 세계 외환시장 흐름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경기 둔화로 인한 달러약세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은 그동안 큰 충격을 받지 않았지만 달러 매도가 엔캐리 청산으로 전환되면서 세계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12일 장중 엔/달러 환율 110.0엔이 붕괴되자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의 강도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엔캐리 청산이 대규모 이뤄질 경우 세계 금융시장은 큰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이머징마켓은 물론 선진시장의 주식, 채권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달러 덤핑의 시대는 저물었다= 미국 경기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이로 인한 금리인하를 바탕으로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사상최저치를 경신했다. 8월 중순 신용경색이 절정에 달하고 9월18일과 10월31일 미연준(FRB)의 금리인하를 거쳐 달러화 약세, 유로화 강세는 추세적으로 진행됐다.
8월 중순 1.34달러에 거래되던 유로화는 지난주 1.47달러마저 넘는 급등세를 보였다.

미 달러화는 캐나다 달러에 대해서도 사상최저치를 연이어 경신했다. 한마디로 펀더멘털이 취약한 달러화를 무조건 팔자는 '달러화 덤핑'이 지배적이었다.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은 데다 월가 대형 은행들의 천문학적인 상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달러화가 반등할 기미는 찾을 수 없었다. 엔/달러 환율은 이기간 114.0엔과 118.0엔을 오가는 등락을 반복했다. 일정한 추세를 찾을 수 없었다.

달러화 매도가 전세계적으로 나타났지만 금융시장은 안정감을 회복하고 반등을 지속했다. 단적으로 신용경색의 진원지였던 미국의 다우지수까지 10월중순에 접어들며 1만4000선을 넘어 사상최고가를 경신했다. 중국과 인도 등 친디아와 홍콩 싱가포르 한국 등 이머징마켓의 상승 강도는 훨씬 더 셌다. 달러화가 사상최저 행진을 지속했지만 금융시장은 랠리를 구가했다.


◇2차 신용경색, 엔캐리 청산 공포 재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던 세계 금융시장은 10월말 연준의 금리인하 이후 달라졌다. 외환시장에서부터 이상 조짐이 나타났다. 10월말 115엔대에 머물던 엔/달러 환율은 이날 110.0엔을 잠깐 이탈하는 등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폭등세로 돌아섰다. 엔/유로 환율도 167엔대에서 161엔대로 급락했다. 박스권 흐름을 보이던 엔화가 달러, 유로에 대해 모두 급등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같은 흐름은 연준의 두 번째 금리인하 이후 신용경색이 2차 절정으로 치닫는 것과 일치했다. 메릴린치와 씨티그룹의 최고경영자(CEO)가 전격 해임됐고 두 거대 금융기관은 4분기중 100억달러 안팎의 추가상각이 예상된다는 흉흉한 소식들이 전해지며 잠잠하던 신용경색 공포가 고개를 들면서 '위험 회피 현상'이 순식간 시장을 지배해버린 것이다.

금융시장 불안은 포괄적인 엔캐리 청산을 자극했다. 일본 은행에서 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금리가 높은 선진시장과 이머징시장에 투입했던 투자자들이 역류에 나섰다. 유로, 달러화가 엔화에 대해 급락했을 뿐 아니라 대표적인 캐리 트레이드 선호지역인 뉴질랜드 달러도 2개월래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8월 중순과 매우 닮은 꼴로 엔캐리 청산이 이뤄지고 있고 세계 증시는 급락세로 돌아섰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마이클 메트칼프 선임 스트래티지스트는 "추가로 캐리 청산이 나타날 가능성이 현재로서 상당히 높다"며 "위험 회피 경향은 신용시장, 증시,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에 차례차례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달러 환율 110.0엔의 지지여부가 추가 캐리 청산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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