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상품 봇물...선택에도 '순서'가 있다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 2007.11.19 16:04

[머니위크]민주영의 펀드 투자학

정해진 시간 동안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끊임 없이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렇게 정한 순서대로 일을 처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어떻게 우선순위를 정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라고 불리고 있는 피터 드러커는 우선순위 결정에 있어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을 제시한 바 았다.

첫째 과거가 아닌 미래를 선택할 것, 둘째 문제가 아니라 기회에 초점을 맞출 것, 셋째 평범한 것이 아닌 독자성을 가질 것, 넷째 무난하며 쉬운 것이 아니라 변혁을 가져다 주는 것이 그것이다. 어떤 일을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일을 덜 중요하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 분명한 관점을 가지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펀드에 투자할 때도 역시 우선순위가 중요하다. 무턱대고 요즘 유행하는 펀드 상품에 가입하기보다는 순서를 정해 먼저 가입해야 할 상품이 있다는 얘기다. 이때 우선 순위는 공격적이기보다는 다소 보수적인 기준을 가지고 결정한다. 펀드 투자와 관련해 몇 가지 구체적인 우선순위 원칙에 대해 짚어보자.
 
첫째, 국내 펀드를 우선 가입하고 나서 해외 펀드에 투자한다. 이는 우리가 잘 알 수 있는 것부터 먼저 한다는 원칙과도 같은 맥락이다. 투자자들은 해외 기업보다 국내 기업에 대해, 다른 나라의 경제보다는 국내 경제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으므로 국내 펀드를 우선해 투자한다. 국내 펀드에 충분히 투자하고 난 다음 추가로 분산투자 차원에서 해외 펀드에 가입하는 식이다.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이 좋으면 국내 펀드에 투자했다가 해외 주가가 오른다면 해외 펀드로 갈아타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가의 향방은 아무도 알 수 없으며 한두 번 맞출지는 몰라도 단 한 번 어긋나면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피해야 할 방법이다. 이보다는 국내 펀드와 해외 펀드에 대해 적절히 나눠 투자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장기 성과를 목표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처음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 초보자라면 당시 시장에서 한창 유행하는 '이슈 펀드'보다는 오랜 운용기간으로 충분히 검증된 '대표 펀드'를 우선 가입한다. '이슈 펀드'란 시장에 높은 관심을 모았던 '그룹주 펀드'라든지 '물 펀드', '소형주 펀드' 등과 같은 펀드를 말한다.

이들 펀드는 한때 높은 성과로 자금이 몰리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관심밖으로 밀려나곤 한다. 또 특정 업종이나 영역 등에 집중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펀드를 처음 투자하려는 투자자에게는 다소 적합하지 않다. 초보 투자자라면 첫 가입펀드로 '대표 펀드'에 우선 투자하는 것이 무난하다.

'대표 펀드'란 각 자산운용사에서 회사를 대표할 수 있다고 추천하는 우수펀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즉 높은 수익률과 안정성, 오랜 운용 기간 등으로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는 최고의 펀드인 셈이다. 사실 '대표 펀드'란 말은 법규나 규정에 의해 정의돼 있거나 구분돼 있지는 않지만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 인디펜던스주식형' '미래에셋 디스커버리주식형'펀드라든가 신영투신의 '신영마라톤주식'펀드 등을 꼽을 수 있다.

 
셋째, '위성펀드'보다는 '핵심펀드'를 우선해 투자한다. 이는 포트폴리오 전략 중 하나인 핵심-위성(Core-Satellite)전략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핵심펀드란 시장 전반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펀드로 우량 종목에 고루 투자하는 다소 보수적인 펀드를 꼽을 수 있다. 위성펀드란 초과수익을 목표로 하는 펀드로서 특정 업종이나 영역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높은 성과를 추구하는 공격적 펀드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예를 든다면 핵심펀드로 인덱스펀드나 우량주펀드 등을 들 수 있으며 위성펀드로는 그룹주펀드나 IT펀드 등을 꼽을 수 있다. 투자하려는 펀드가 핵심펀드인가 혹은 위성펀드에 해당되는가를 먼저 따져보고 우선 핵심펀드부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핵심-위성펀드로 나눠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안정적인 수익과 초과수익이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투자목적의 혼동을 방지할 수 있는 동시에 두 가지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 핵심과 위성으로 구분함으로써 투자 위험이 다소 높은 펀드에 대한 투자를 늘리더라도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
 
넷째, 해외 펀드의 경우 글로벌펀드, 지역펀드, 국가/섹터펀드 순으로 투자한다. 해외 펀드는 투자지역을 기준으로 해서 분류할 수 있는데 전 세계 주식에 골고루 투자하는 글로벌 투자형과 특정 지역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지역 투자형이 있다. 예컨대 지역 투자형에는 아시아 국가들에 투자하는 아시아형, 동유럽지역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동유럽형 등이 있으며 경제성장률이 높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을 묶어 이들 나라에 투자하는 브릭스형 등이 있다. 또 특정국가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국가형과 금융업이나 원자재 등 특정 업종에 투자하는 섹터형(Sector) 등으로 나눠진다.
 
예를 들어 중국에 투자하는 차이나펀드(China Fund)나 인도에 투자하는 인도펀드 등이 국가형에 속하며 아시아 소비재 등에 투자하는 아시아컨슈머펀드 등은 섹터형에 속한다. 이들 해외 펀드는 글로벌 투자형<지역 투자형<국가형/섹터형의 순으로 기대수익률과 투자위험이 높다. 일반적으로 투자위험이 높으면 그만큼 기대수익률 역시 높기 마련이다. 따라서 해외 펀드 투자 시 안정적인 글로벌 투자형부터 시작해 지역 투자형>국가형/섹터형의 우선순위로 가입한다. 예를 들어 처음 해외 펀드에 투자한다면 글로벌펀드라든지 아니면 더 나아가 아시아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리고 추가로 가입하고자 할 때는 동유럽형이나 친디아펀드 등에 투자하는 식이다.

이처럼 여러 국가나 지역 등에 골고루 분산된 해외 펀드에 우선 가입하고 특정 지역이나 특정 국가, 특정 업종에 투자하는 해외펀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투자한다. 사실 여러 투자자들이 중국펀드나 인도펀드 등 특정 국가펀드에만 투자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추가로 지역형이나 글로벌 투자형 해외 펀드에 투자해 전체적인 투자위험을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적립식 펀드 투자를 거치식 펀드 투자보다 우선한다. 적립식 펀드 투자란 마치 적금 붓듯 매월 자금을 꾸준히 투자하는 것을 말하며 거치식 펀드 투자는 한꺼번에 모든 자금을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 주가나 채권가격은 날마다 변동하며 현재가 상투인지 바닥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자칫 한꺼번에 목돈을 특정시점에 투자했다가 지나고 보니 그 시점이 상투였다면 큰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목돈을 한꺼번에 투자하기보다는 매월 단위로 나눠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펀드투자가 아직 익숙하지 않거나 시장 불안으로 투자가 꺼려지는 투자자라면 거치식 투자보다는 적립식으로 우선 투자한다. 목돈이 있는 경우라면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 등에 예치한 다음 매월 자동이체해 적립식 투자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투자방법이다.
 
막상 펀드 투자에 나서려고 할 때 수천 개의 많은 펀드 중 어떤 것부터 투자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이럴 때 다섯 가지 우선순위 원칙에 따라 투자한다면 보다 손쉽게 펀드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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