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 시대…증권사,은행을 흔든다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 2007.11.13 08:06

금융한국 '새로운 10년을 위하여'(2) 은행 독주시대 끝났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상징적인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증권사인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시가총액이 중견은행인 기업은행의 시가총액을 앞지른 것이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시가총액은 12일 현재 각각 6조4563억원, 6조4011억원. 기업은행은 이보다 뒤진 6조2393억원이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마치고 대형화를 이룬 은행들이 최근 수조원의 이익을 내며 질주해온 점을 떠올리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특히 9월 중순까지 7만, 8만원대를 맴돌던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50여일 만에 17만원선으로 2배 이상 급등했다. 자산운용과 펀드판매 등의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미래 성장성이 주목받았다. 같은 기간 기업은행 주가는 다른 은행주들과 함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외환위기 10년. 한국 금융산업이 또한번 변화의 소용돌이를 맞고 있다. 은행의 독주시대가 끝나고 무한경쟁시대가 열리고 있다. 무한경쟁은 업종간 경쟁을 뛰어넘어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경쟁까지 망라한다.

◇은행 독주 시대 끝났다

외환위기 이후 최근까지 한국 금융산업의 중심은 은행이었다. 외환위기 직전 27개에 달하던 일반은행은 정부 주도의 인수·합병(M&A), 자체 성장전략에 따른 M&A 등을 거쳐 절반 수준인 13개로 줄었다. 이 과정에서 일정규모를 이루고 부실이 줄어들면서 대형은행들은 '조단위' 순익을 창출했다. 국민 우리 신한 3개 은행의 자산규모는 각각 200조원을 넘어 다른 업종을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 판도가 바뀌고 있다. 출자전환 주식 매각 등 특수이익을 제외하면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국내은행 기준으로 2005년 2.80%에서 지난해 상반기 2.73%, 하반기 2.57%, 올 상반기에는 2.47%까지 떨어졌다.

은행의 수익성 하락은 예금에서 투자로 돈의 흐름이 바뀐 영향이 크다. 은행으로 돈이 잘 들어오지 않자 고금리 예금이나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끌어모을 수밖에 없고 조달비용이 올라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양상이다.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출금리를 높여야 하지만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쉽지 않다.

반면 증권 보험 등 비은행 금융기관들은 기회를 맞고 있다. 자본시장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자본시장통합법을 계기로 증권사의 몸값은 급등하고 있다. 자산운용과 펀드판매 등에 강점을 가진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자본시장의 흐름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보험업계도 조만간 보험판 자통법이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변화는 자연스럽게 업종을 넘나드는 경쟁, 업종간 통합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은행의 비은행부문 육성이다. 기존 은행 중심 지주회사들은 비은행부문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고, 국민 등 나머지 은행들도 잇따라 지주회사 전환에 나서고 있다. 은행부문의 떨어진 수익성과 성장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한발 더 나아가 금융기관들과 유통·통신회사 등 이업종과의 경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 진출로 '승부'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기관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비은행부문과 함께 세계시장에서 찾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해외 진출은 양과 질에서 과거보다 한결 업그레이드됐다.

대형 M&A를 모색하는 등 투자규모가 커졌고, 영업방식도 해외에 진출한 국내기업이나 해외동포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국한됐던 것과 달리 현지인 대상 영업을 염두에 두고 접근하고 있다.

은행들의 적극적인 해외진출은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갖췄고 리스크 관리 등 '실력'도 궤도에 올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리은행은 12일 국내 금융기관 최초로 중국법인을 설립하고 2010년까지 중국점포 53개를 포함해 전체 해외네트워크 200개를 구축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39개에서 3년여 만에 5배 수준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국민은행도 카자흐스탄 등에서 은행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도 활발히 해외네트워크를 넓히고 있다.

비은행부문에서도 미래에셋증권이 해외 진출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신한금융지주는 비은행부문에서의 해외 M&A를 천명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부문만 놓고 보면 국내은행의 수익성은 하락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신용카드 등 비은행부문과 해외시장에서 성장동략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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