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차이나 18C '남해회사' 사건 연상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7.11.12 12:02
상하이증시 상장을 계기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어선 페트로차이나가 18세기 영국에서 악명을 떨쳤던 '남해회사 거품사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자 칼럼을 통해 보도했다.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 거품 사건은 증시가 폭등과 폭락을 보이며 다수의 투자자들한테 큰 타격을 줬던 대표적인 주식시장 버블 사건이다. 튤립 투기, 미시시피 투기와 더불어 근대시대의 3대 주식 투기로 불린다.

남해회사 투기의 개요는 이렇다. 1711년 남해회사는 영국 정부의 부채를 떠안는 대신 남아메리카 무역 독점권을 부여 받기로 계약했다. 남해회사가 무역독점권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국채를 내던지고 남해회사 주식을 사들이는데 혈안이 됐다.

영국 부채와 남해회사의 주식 교환 비율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를 올려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남해회사 경영진의 상술도 한몫했다.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1720년 이 회사의 주가는 1월 128파운에서 5월 550파운드로, 8월초에는 1000파운드까지 수직 상승했다.

그러나 주가 상승이 남해회사의 미래 전망과 크게 관련이 없다는 분석이 확산되면서 결국 거품은 터져버렸다. 영국 경쟁기업의 로비에 힘입어 주식을 발행하는 기업들은 왕실의 허락을 받아야한다는 버블법이 6월 통과된 것도 치명타였다. 그해 12월 주가는 100파운드 아래로 곤두박질쳤고, 수천 명의 주주들이 재산을 잃었다. 남해회사는 사업도 채해보지 못하고 회사가 사실상 부도가 났다. 이후 영국 증시는 버블 법이 1825년 폐지될 때까지 105년간 약세장을 지속했다.


WSJ은 페트로차이나가 급등하며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넘어선 데는 내국인 투자를 이미 과열된 국내증시로만 제한하는 중국 정부의 규제가 큰 역할을 했다며 버블 붕괴와 이로인한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하이시장에 상장된 페트로차이나 지분은 발행주식의 2%에 그친다. 그나마 해외투자자들은 이 주식을 직접 투자할 수 없고, 중국 본토 투자자들은 홍콩에 상장된 페트로차이나 주식을 직접 살 수 없다. 결과적으로 홍콩에 있는 주식은 상하이 주가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비합리성을 보이고 있다. 홍콩 주가대로라면 페트로차이나 시가총액은 엑슨모빌에 약간 못미친다.

시가총액이 엄청나다는 공통점도 있다. 남해회사의 시가총액은 한때 영국 GDP의 5배에 달하기도 했다. 페트로차이나의 시가총액 규모는 이에 미치지 못하지만 중국 경제의 고성장을 주도하는 무역 흑자(1775억달러)의 5.5배를 넘는다.

칼럼은 남해회사 버블의 역사대로라면 중국 증시는 105년 후인 2112년까지 약세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끔찍한 비유까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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