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社 안테나 안으로 들어가라"

뉴욕=신수영 기자 | 2007.11.12 13:44

[머투-코트라 공동기획] '코리아 바이오-비즈 데이'

"책상 위에 쌓인 서류를 가리키며 그게 전부 우리 같은 바이오텍에서 보낸 제안서라고 하더군요. 한 500부쯤 된다나요. '그걸 어떻게 다 보느냐?'고 물었더니 '대부분 안보고 버린다'고 했습니다."

머니투데이와 코트라가 함께 뉴욕에서 지난 8~9일 개최한 '코리아 바이오-비즈 데이'에 참석, 다국적 제약사를 방문했던 국내 한 바이오벤처 관계자의 말이다. 이 업체는 다국적 제약사의 요청으로 기술수출을 위한 1대1미팅 차 해당기업을 찾았다.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다국적 제약사가 전세계 기업으로부터 받게 되는 제휴 및 기술수출 제안서는 연간 1500건에 이른다. 그러나 이중 검토되는 것은 300여건에 불과하다. 제아무리 경쟁력 있는 신약 후보물질이라고 해도 다섯 중 네개는 읽힐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셈이다.

더구나 라이선싱아웃(기술수출) 경험이 적은 국내 기업은 이들 다국적 제약사의 구미에 맞는 제안서를 만들지 못해 기회를 놓치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지리적으로 멀고 언어장벽이 있다는 점 역시 이들의 관심을 받기 어려운 요인이 되고 있다.

◇그들의 안테나 안에 들어라= 코트라 뉴욕무역관의 전미호 차장은 "미국 기업에 국내 기업을 소개하려 하면 가장 먼저 묻는 것이 미국 내 지사가 있느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은 내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연구결과 역시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내에 지사가 있다거나, 미국에서 임상을 실시해 어떤 일을 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기업을 선호한다"며 "자기들의 안테나가 닿는 범위에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국적 제약사 입장에서 말이나 사고가 달라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기업을 굳이 택할 이유는 없다는 얘기다. 전 차장은 "미국에 있는 바이오텍만 줄잡아 3000개"라며 "굳이 이런 외국 기업에 눈을 돌릴 정도로 노력을 기울일 필요를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네트워크를 활용하라= 때문에 많은 바이오텍이 학회 등에 참가해 다국적 제약사와 네트워크를 만들거나 이 분야에 특화된 컨설팅 회사를 이용해 제안서를 보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전문 컨설팅 회사는 다국적 기업의 기준에 맞는 자료양식을 알고 있고, 또 오랜 기간에 걸쳐 이들과 구축한 네트워크가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코트라 같은 기관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


와이어스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라이선싱인(기술도입)을 담당하는 추강펑 박사는 "워낙 자료가 많다보니 아무래도 네트워크를 통해 들어오는 기업의 자료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며 "코트라 같은 기관을 통해 보증을 받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정부 기관이 주도해 각 제약사가 모이는 대규모 컨퍼런스에서 기업 로드쇼를 하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라= 임상시험에 빨리 들어가는 것도 좋다. 머크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있는 남기연 박사는 "연구개발 단계의 기술만 갖고서는 가치평가가 어려워 다국적 제약사가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적어도 임상시험 단계가 돼야 시장 규모나 약물의 효과 등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를 택하고, 차차 적응증을 늘려나가는 전략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조건 효과가 좋은 신약을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금물이다. 비슷한 계통의 약이나 경쟁 제품은 무엇인지, 이들과 비교했을 때 어떤 강점이 있는지와 같이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국제 특허(PCT)나 미국 내 특허가 있는 것도 도움이 된다.

◇번지수를 제대로 찾아라= 와이어스의 추 박사는 "우리도 한국 기업이 궁금하다"며 국내 기업이 적극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했다. 처음부터 방대한 데이터를 준비하느라 힘을 뺄 필요는 없다. 추 박사는 "자료는 간결하게 회사의 요점을 보여줄 정도면 된다"며 "검토 후 관심이 있으면 추가로 자료를 요청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번지수를 제대로 찾는 일도 중요하다. 다국적 제약사의 기술도입이나 얼라이언스(기업간 제휴) 관련 부서는 매우 세분화돼 있기 때문. 가령 A라는 약을 미국 시장에 출시하고 싶은데 유럽 지역 판권 담당자와 연락을 취한다거나, 임상 단계의 물질의 자료를 전임상 단계의 물질 도입 담당자에 보내면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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