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인의 의지로' 신의 선물' 지키다

안나푸르나(네팔)=희망대장정팀  | 2007.11.12 13:21

[젊은 아시아, 빈곤을 넘어]<6-2>'지속가능한 관광' 추구하는 네팔의 ACAP

편집자주 | 2달러, 우리돈으로 약 1800원. 이 돈으로 아시아 인구 중 9억명이 하루를 삽니다. 21세기 이후 아시아 경제성장률은 연 평균6.3%로 다른 지역의 2배에 가깝습니다. 아시아는 과연 빈곤을 넘어설 수 있을까요? 그 답을 찾아 김이경, 윤여정, 주세운 등 세 젊은이로 구성된 '희망대장정'팀이 지난 9월, 아시아 최빈국의 빈곤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80일 동안 이어질 이들의 희망대장정을 머니투데이가 전해드립니다.

↑총롱마을에서 정수된 물을 생수통에
받고 있는 희망대장정팀의 김이경씨.
10월 16일,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로 향하는 10일간의 산행 첫날. 우리는 땀을 뻘뻘 흘리며 7시간의 등반을 마치고 산장을 찾아갔다.

허겁지겁 허기를 채우고 끈적끈적한 몸을 씻어내기 위해 샤워기를 틀었을 때, 흘러나오는 건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었다. 종업원이 미안한 얼굴로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따뜻한 물을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나푸르나 등반구역 내 모든 산장들은 태양열 난로를 사용한다. 따라서 더운 물을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그날의 날씨가 맑은지 흐린지에 따라 결정된다. 깨끗한 환경을 위해 감내해야 하는 작은 불편함이다.

1992년, 네팔사람들은 네팔 최대의 관광지인 안나푸르나 지역을 보전하기 위해 안나푸르나 보전구역 프로젝트(ACAP: Annapurna Conservation Area Project)를 시작했다.

이 때 독립적 비정부기구(NGO)인 'ACAP'도 설립됐다. ACAP는 정부로부터 보전구역 내 입장료를 징수하고 사용할 권한을 위임 받았다. 이에 따라 관광객이 내는 입장료는 전액 안나푸르나 지역 관리를 위해 사용된다.

외국인이 보전구역 내에 진입할 때마다 내는 입장료는 2000루피, 우리 돈 2만8000원이다. 네팔의 물가에 비해선 상당히 큰 돈이다.

↑네팔 나야풀의 안나푸르나
출입사무소와 ACAP 사무소.
안나푸르나엔 7곳의 ACAP
사무소가 있다.
이 돈으로 ACAP은 통합 보전 및 개발 프로그램(Integrated Conservation and Development Programs)를 진행한다. ACAP이 안나푸르나 보전구역에 사는 1만 명의 주민을 위해 시행하는 프로그램은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 많다.

△종 다양성을 보존하고 불법채취를 감시하는 '천연자원 보존' △환경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자각을 높이기 위한 '학교환경교육' △태양열 난로와 소형수력발전기 등 '대안 에너지 보급' △식수 보급 및 다리 설치 등 '마을개발' △지역 주민의 소득증대를 위한 '관광 경영과 농업기술 교육' △부녀회를 중심으로 한 '여성 개발' 등등.


네팔 간드룩마을의 ACAP직원인 샴 구룽씨는 "매년 각 마을발전위원회가 마을발전을 위한 프로젝트를 제안하면 ACAP에서 선별하여 입장료로 조성된 자금을 분배한다"고 소개했다. 이를 통해, 지역 내 학교의 운영비를 충당하고 다리나 수력발전기 등 기반 시설을 설치한다.

ACAP이 이끌어낸 자치의 힘은 의외로 컸다. 심지어 '산장경영위원회'는 보전구역 내 모든 물가를 결정하는 권한을 보장 받고 있었다. 대신 위원회는 지역 내 가격 경쟁을 지양하고 자율적인 관리를 위해 노력하는 의무를 부여 받았다.

해발 2170미터 고도의 촘롱(Chhomrong) 마을에서부터는 플라스틱생수병을 쓸 수 없다. ACAP이 네팔의 기술로는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 물통의 반입 자체를 금지한 탓이다. 그래서 방문객들은 각자 물병을 하나씩 들고 다닌다. 상점에서는 손님들의 물병에 히말라야의 맑은 물을 정수해 채워준다.

이 마을에서 우리는 '산장경영위원회 대표' 출신의 나르제만 구룽씨를 만났다. 25년간 산장을 운영한 그는 "15년 전 ACAP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모든 산장과 식당이 제 맘대로 운영됐고 환경 문제도 심각했다"고 전했다.

↑안나푸르나 산장들의 태양열설비.
"그런데 ACAP의 노력으로 주민들이 왜 환경을 보존해야 하는지 자각하게 되었고, 체계적인 관광 경영 기술도 터득할 수 있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면 환경 오염이 발생하고 서구문화 수입으로 전통 문화가 단절될 수 있습니다. 제 아이들도 서구문화를 너무 좋아해 걱정이에요. 그러나 히말라야의 삶은 척박합니다. 관광객 덕분에 우리의 삶이 진보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에요."

안나푸르나 보전구역의 모든 식당이 똑같은 메뉴에, 똑같은 가격을 받는다. 메뉴판까지 똑같은 모양으로 디자인된 식당들을 보면서 우리는 잠깐 '비교와 선택이 불가능한 상황은 부당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것이 '불빛보다 별빛이 더 밝은 지역에서 살기 위해 주민들이 고안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감탄스럽게 여겨졌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유명한 고전 '오래된 미래'에는 척박하지만 풍부한 문화를 가졌던 인도 라다크 지역의 비극이 나온다. 오래도록 외부인의 발길이 드물었던 이 곳에 서구의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게 되면서, 지역의 환경은 오염되고 지역의 전통문화는 파괴된다. 배낭여행을 좋아하는 평범한 대학생이던 우리들에게 '오래된 미래'의 메세지는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그 때 우연히 학교 도서관 한켠에서 찾은 낡은 책에서 우리는 네팔 안나푸르나의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한 ACAP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이곳까지 왔다. 이들의 시도는 낡은 책 속에만 있기엔 너무도 신선하다.

↑관광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마을 주민은 농사와 가축 사육으로 어렵게 생계를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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