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야기] 느긋한 자, 초조한 자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7.11.11 09:17
증시에 계속 돈을 계속 묻어두고 있는 자와 증시를 외면한 자 중 누가 더 느긋할까.
왜 느긋함을 언급하냐 하면 돈이란 대체로 느긋한 마음을 갖는 쪽의 손을 들어주기 때문이다.

증시가 상승추세를 이어간다면 주가의 일시적인 하락에 연연할 이유가 없다. 가치투자란 그 종목의 주가가 제값을 받을 때까지 시세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을 말한다.
주가가 얼마나 오를 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주가 상승의 끝을 섣불리 예단할 이유도 없다. 오르는 주식은 더 오르는 경향이 있으니까 더욱 그러하다.

시장엔 여전히 돈이 넘치고 증시 상승세를 유지시키려는 정부당국의 노력도 확실하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도 필요치 않다. 오히려 처음 투자할 때 주식 매수규모를 더 늘리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정도다.

그러나 정반대의 입장에서 느긋해하는 자도 있다. 사상최고치가 난무하는 상황에서도 증시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예전에 주식을 했건 아니건 이젠 증시를 철저치 외면한다.

같은 증시를 놓고 한 주도 팔지 않고 팔 생각이 전혀 없는 쪽이 있는가 하면 주식을 단 한 주도 보유하지 않은 채 앞으로 단 한 주도 살 생각이 없는 쪽도 있다.
양쪽 다 주식에 문외한이 아닌데 판단의 차이가 극명한 투자의 차이를 낳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부류가 등장하고 있다. 신규로 증시에 뛰어드는 쪽이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급락하기도 했던 주가가 또 다시 급등한 것을 본 상태에서는 주가 하락이 결코 두렵지 않다.
미래에셋증권의 인사이트 펀드에 3조원의 돈을 넣는 자가 전형적인 이들이다. 이젠 펀드 고르는 것조차 귀찮다고 생각하며 그저 '고수익만 돌려다오'하고 있다.

펀드 운용에 아무런 제한도 없으니 증시가 뜨면 주식으로, 증시가 빠지면 파생상품으로 돈을 벌어주겠거니 하는 심산이다. 증시가 아니면 환율이든 채권이든 상품이든, 국내가 아니면 해외 어디서라도 맘대로 투자해서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을 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묻지마' 투자는 위에서 말한 두 부류와는 사뭇 다르다. 자신의 판단에 따라 증시에 '올인'하거나 '올아웃'하는 게 아니라 '묻지마 펀드에 올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증시 대세론자는 상투는 멀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상투가 어렴풋이 의심되더라도 상투를 잡지만 않으면 된다는 자신감이 있다. 설사 상투를 치고 떨어지는 상황이라도 어깨에서는 나올 수 있고 그래도 만족할 요량이다.

조급하게 먼저 발을 뺐다가 무한한 추가상승에 후회를 하느니 아예 증시 상승추세가 종료되는 것을 확인한 뒤 손을 빼도 그만이라는 여유가 있다.
고점대비 30%를 날려도 워낙 싼 레벨에서 잡은 것이라 수배의 이익은 보장되니 느긋함을 가질 수 있다.

증시 과열론자는 주가 추가상승에 대해 상관하지 않는다. 본인이 이미 증시탈출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 이상 주가 추가상승은 본인의 몫이 아니라고 여긴다.
증시를 외면하는 자, 기약도 없다. 그저 이 거품의 종말을 보고 다시 사이클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생각이다.
주가 상승이 4년간 지속됐으니 하락도 그 정도 걸릴 것이고 다시 상승이 시작되려면 5년은 필요하다고 보면서 원금보장의 5% 금리에 만족한다. 역시 느긋함이다.

반면 초조한 자는 부산하다. 묻지마 펀드에 뛰어드는 것은 물론 연일 종목교체에 바쁘다. 미래에셋이 사는 종목을 쫓고 조선 철강 전자 은행 등 업종을 수시로 갈아탄다.

외환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달러약세가 어떻고 미국 금리인하가 어떠니 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850원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외친 메릴린치를 보라. 쓰러져가는 제 집구석이나 제대로 관리할 일이지 생뚱맞은 전망을 내놓고 탈출을 감행하려는 술수를 쓰고 있다.

초조함의 극치는 비단 여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엔/달러환율이 110엔까지 떨어지면서 이젠 엔캐리 트레이드도 끝장을 볼 때가 왔다. 원/엔 환율은 다시 급등이다.
원/달러나 코스피지수는 아직 방향을 바꾼 것 같지 않지만 느긋하게 기다려보면 답을 알게 될 일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3. 3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4. 4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5. 5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