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쩐주'가 될 수 있다(하)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07.11.11 18:07

[명동풍향계] 믿는 대리인에게 '통근' 지원도

수백억원의 자금을 굴리는 속칭 '쩐주'(錢主). 출신은 제각각이지만 일단 전주 대열에 올라서면 자금운용은 대개 대리인에게 맡긴다. 자금규모가 크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달리 없다. 흥미로운 점은 전주들이 자산을 관리해주는 이들과 맺는 관계다.

◇집 장만, 빚 상환…=정보기술(IT) 거품이 붕괴되면서 증권사를 퇴직해야 했던 A씨는 명동에 조그만 사무실을 내고 전주 3∼4명을 도와주고 있다. 과거 막대한 투자손실 때문에 진 채무도 모두 상환하고 20억원대 자금도 마련했지만 증권사 복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전주들을 도우며 얻는 수익이 상당하고,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도 만족하고 있다.
 
전주들은 투자처를 대신 알아봐주고, 자산도 운용해주는 A씨 같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들은 전주에게 고용된 게 아니라 그들의 자본력을 활용해 함께 돈을 버는 파트너 같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확실한 전주를 잡기위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 이상으로, 전주들도 실력이 뛰어난 파트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돈을 노리고 몰려드는 이들 가운데 신뢰할 만한 사람을 찾는 것이 보통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전주들은 일단 경계심을 풀면 자신과 관계를 맺은 이들에게 큰 금전적 호의를 베푼다. 신뢰의 표현이자 투자의 또다른 모습니다. 부동산부문에서 전주의 일을 봐주는 B씨는 1억여원의 빚 때문에 고생했는데, 얼마전 전주의 도움을 받아 채무를 청산하고 경기도에 조그만 집까지 마련했다.


◇어색한 성공=전주들의 씀씀이는 대체로 이중적이다. 통근 면모를 보이기도 하지만 사소한 지출에는 예전 모습을 보일 때가 적지 않다. 200억원대 자산을 보유한 C씨. 남들과 달리 주식이나 부동산이 아닌 유통사업 만으로 큰 돈을 벌었다.
 
무일푼에서 자수성가하자 즐겨 마시던 '소주'는 값비싼 '와인'으로 바뀌었고, 사람들도 주로 호텔 식당이나 바에서 만난다. 하지만 호텔 앞에 줄서있는 모범택시는 좀처럼 타지 못하고 꼭 일반택시만 이용한다.

또다른 전주 D씨는 외부인에게는 호탕한 모습을 보이지만 정작 그를 위해 일하는 이들에게는 스크루지 같은 인색함을 보인다. 명동시장에서 고생 끝에 성공한 탓인지 투자 결정은 쉽게 하지만 사무실 가구나 집기를 바꾸는데는 무척 주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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