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왕 삼성 법률고문 "변호사직에 자괴감"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07.11.10 17:11

사임 철저히 준비.."삼성·검찰·변호사들에게 책임"

삼성그룹 법무실장인 이종왕 상임고문이 전격적으로 사임했다. '김용철 변호사의 거짓 폭로'를 비판하며 법무실 책임자로서 책임을 지겠다는게 그의 사임 이유다.

이 고문은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출신으로 99년 '옷로비 사건' 당시 검찰 고위층과 갈등을 빚다 검찰을 떠난 인물로 삼성 내에서 후배들로부터 존경을 받아 왔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그의 사임은 삼성 내에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학수실장이 탈진할 정도로 설득해도 뜻 안굽혀"= 이 고문은 사임을 철저하게 준비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사표를 제출한 시점은 검찰이 이 사건을 배당한 직후 이뤄졌다. 검찰 수사가 곧 시작될 예정인만큼 자신의 역할도 끝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이 사건도 이제 어느 정도 방향이나 흐름은 잡힌 것 같다. 저는 부족한대로 이쯤에서 매듭을 지어도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9일 사표를 제출하기에 앞서 먼저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등록 취소를 신청했다. 변호사 등록 취소는 본인 확인만 되면 곧바로 처리된다. 그는 변호사 자격을 반납한 뒤 곧바로 사표를 제출했다.

그의 사의를 막기 위해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이 밤 늦게까지 설득했지만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이미 변호사 자격까지 없어졌기 때문에 더이상 법무를 담당할 수 없다'며 사의를 꺾지 않았다는 것. 삼성 법무실 관계자는 "이 실장이 거의 탈진할 정도로 이 고문을 설득했지만 이 고문의 생각을 돌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아직 사표가 정식적으로 수리되지는 않았지만 그가 사의를 거둘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 고문의 한 측근은 "그의 평소 스타일과 성격을 볼 때 사의를 굽히지 않을 것"이라며 안따까워 했다.

◇"김용철과 같은 변호사라는데 자괴감 든다"= 이 고문이 밝힌 사임 이유는 삼성의 전 법무팀장인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에 대해 법무책임자로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특히 김 변호사 부인이 8~9월 협박편지를 보내 왔을 때 원칙 대응을 주장해 지금의 사태를 초래했다며 이에 대해서도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김 변호사의 '파렴치한 행위'에 대해 같은 변호사로서 자괴감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의 한 측근은 "이 고문이 '저런 파렴치한 짓을 하는 변호사가 있는데 변호사 중에 누구 하나 책임져야 하지 않겠나. 너무 부끄럽고 민망해서 더 못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는 김 변호사의 협박편지에 대해 원칙 대응을 주장했던 것은 "김 변호사가 변호사와 인간으로서 마지막 선은 지킬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며 "하지만 김 변호사는 그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변호사에게 고객의 비밀은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라며 직무상 처리한 회사의 비밀을 외부에 누설하는 것도 문제지만 김 변호사는 '거짓을 마치 진실인양 폭로'하고 있다고 이 고문은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 삼성 법무실 출신이었던 김 변호사의 '떡값 검사' 주장으로 본분에 충실한 검사들에게 준 상처, 고객 비밀을 목숨처럼 여기는 변호사들의 신뢰 추락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겠다고 그는 밝혔다.

◇"이 사건의 본질은 김 변호사가 거짓을 폭로했다는 것"= 이 고문은 "외부의 사람들은 김 변호사가 검사출신 법조인인데다 삼성에 임원으로 7년 여 재직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그의 주장이 사실일 거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이 사건의 본질은 김 변호사가 거짓 폭로를 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고문은 "김 변호사가 사실을 교묘히 조작해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실인 것처럼 믿게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김 변호사가 언론의 기자회견이나 인터뷰 등에서 주장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 근거 없거나 자기가 알지 못하는 것을 과장 왜곡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상에서 완벽하게 깨끗한 곳이 어디 있겠느냐"고 전제하고 "삼성은 제가 직 간접적으로 경험한 우리 사회의 어느 조직보다 상대적으로 청결하고 건강한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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