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종군' 이재오, 중국 상하이로 출국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07.11.09 16:54


당 화합을 위해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최고위원직을 내던진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9일 중국 상하이로 떠났다.

이 의원의 측근은 이날 "이 의원이 오늘 상하이로 출국한 것으로 안다"며 "생각을 정리하고 향후 정치 활동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갖기 위해 간 것으로 귀국 시점은 모른다"고 전했다.

이명박 후보의 최측근인 이 의원은 박 전 대표측을 겨냥한 "좌시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사퇴 압박을 받자 8일 최고위원직 사퇴를 수용하고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한편, 이 의원은 사퇴 직후인 8일 밤 자신의 홈페이지에 현재의 심경을 담은 자작시를 올리기도 했다.

'가을산행(Ⅱ)'라는 제목의 자작시에서 이 의원은 "친구야, 산에 오를 땐 손수건 하나도 무겁게 느껴지네. 정상은 아직 남았네. 짐이 되는 것은 산 아래 고이 놓아두고 가세나"라고 적어 이 후보(친구)의 대선 승리(정상)를 위해 자진 사퇴(산 아래 짐)하게 된 현재의 상황을 은유로 표현했다.

특히 이 의원은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네.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아름답던 단풍이 떨어지네"라는 내용을 시에 담아 자신의 처지를 빗대기도 했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29일 "좌시하지 않겠다"는 발언이 박 전 대표측의 강한 반발을 산 이후 홈페이지에 '가을산행-그대를 생각하며'라는 제목의 시를 올려 당시의 심경을 전한 바 있다.

◇다음은 이 의원의 자작시 전문

가을 山行(Ⅱ)

친구야,
하늘을 보게나
시름이 없어질 걸세.

친구야,
山을 보게나
단풍이
발아래까지 왔네.

친구야,
山에 오를 땐
손수건 하나도
무겁게 느껴지네.

정상은
아직 남았네
짐이 되는 것은
산 아래
고이
놓아두고 가세나.

내려올 때
길이 헷갈려
짐을
잊어버릴 수도 있네.

친구야,
아까워하지
말게나.

정상에
오르면
새로운 것이 많네.

산 아래까지
올 때보다
산꼭대기까지가
더 어렵거든

친구야,
무거운 짐은 벗어던지세
해지기
전에
정상에 올라야 하네.

친구야,
우리

다시 등산길에
만나지 않아도 좋으이.

오랫동안
함께
山行을 했던
친구가
있었다는 걸
추억으로 간직하세나.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네.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아름답던
단풍이
떨어지네.

옷깃을
다시 여미게나
신발 끈을
다시 메게나!

뒤돌아보지 말게나
뒤는 낭떠러지일세.

나뭇잎이 떨어지고
가지가 흔들려도
뿌리는 흔들리지 않네.

산은
항상 그대로 있네.

바위마음으로
함박웃음 날리며
산 아래서
기다림세.

친구야,
어서
정상에 다녀오게나

가을 山行
끝나면

겨울 山行
준비하겠네.

곱디고운 단풍위에
흰눈이 덮힐 걸세

흰눈위에 찍힌
발자국을
돌아보며
겨울 山行을 가세

추억과 낭만이 넘쳐날 걸세.

가을 山에서
겨울 山을 바라보네.

안녕.

2007. 11. 8

북한산에서 이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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