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부회장 "밥캣 잘 샀다, 가치 더 높아져"

더벨 김민열 박준식 기자 | 2007.11.12 08:10

M&A는 점령아닌 철학의 공유…기업문화 존중해야 쇼크 최소화

"M&A(인수합병)는 이질적인 두 기업이 경영철학을 공유하는 과정입니다. 침략이나 점령이 목적이라면 성공하기 힘들죠."

지난 9일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두산인프라코어의 밥캣 인수금융 서명식에서 만난 박용만 두산그룹 부회장은 M&A를 통해 그룹을 키운 경영자 답게 PMI(합병후 통합)에 대한 뚜렷한 철학을 갖고 있었다.

박 부회장은 "M&A보다 인수금융 작업이 더 어려웠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M&A에 성공한 이후 예상치 못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해 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내 금융회사들이 모두 힘을 모아 이번 딜을 성사시켰다"고 공을 돌렸다.

↑ 박용만 부회장(좌측)은 9일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한국산업은행 정인성 이사(우측)등 대주단과 '두산 M&A 인수금융 사이닝세례머니(Signing Ceremony)를 가졌다. ⓒ두산그룹 제공
총 49억 달러의 인수금융 중 두산이 자체자금 등을 동원해 마련한 금액은 약 10억 달러. 두산은 나머지 39억 달러를 산업은행 등 12개 금융회사들이 참여한 신디케이트론(금융회사 공동대출)으로 조달했다. 인수자금을 오는 15일 현지 홀딩컴퍼니에 송금하고 몇가지 서류작업만 마치면 숨가빴던 세계 최고의 중장비업체 밥캣 인수작업이 마무리 된다.

"밥캣 잘샀다" 에비타 당초 11.1배에서 10.2배로 좋아져

박 부회장은 "밥캣을 인수하길 잘했다"며 "올초 예상치보다 밥캣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10% 이상 초과할 것으로 보여 인수협상 당시보다 가치가 늘었다"고 평가했다.

당초 두산이 평가한 밥캣의 에비타(EBITDA, 법인세 차감전 영업이익) 추정치는 4억3000만 달러. 이 수치는 인수계약 후 4개월 만에 4억8000만 달러로 늘었다. 에비타 대비 인수금액이 11.1배에서 10.2배가 됐으니 좋은 기업을 합리적인 가격에 인수한 셈이다. 경쟁이 치열한 M&A의 경우 이 수치는 20배까지 치솟는다.

밥캣의 기업가치가 피인수 과정에서도 늘었다는 건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두 기업이 서로 다른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M&A 쇼크, 즉 심각한 불협화음은 없었다는 얘기다.


박 부회장은 "M&A에 앞서 두산의 기업문화와 경영철학을 먼저 글로벌화하고 상대방의 경영방식을 존중하는 자세를 가지려 했다"며 "두산은 경영권을 얻었다고 상대방을 섣불리 점령하거나 침략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지않는다"고 설명했다.

과거 한국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한 후에도 단기적으로는 두산측 직원을 10명 안팎만 파견했다. 경영상태를 정밀실사하고 기업문화를 알리기 위한 최소의 인원만을 보내 해당 기업 임직원들의 동요를 막은 것이다. 이번 밥캣 인수 과정에서도 현지에 파견한 직원은 단 3명에 불과하다.

복잡하고 어려운 '딜' 일수록 속도 내야

기업문화는 최대한 존중하지만 그렇다고 인수작업을 소홀히한 건 아니다. 두산이 밥캣을 인수대상 리스트에 올려놓은 건 2년전. 지난 5월 매물로 등장하자 인수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7월말 본협상을 마무리지었다. 합병 발표이후 3개월동안 전세계 70개국에 퍼져있는 밥캣의 현지 법인을 양수도해 신설법인을 총 60개로 정리했다.

박 부회장은 "인수과정에서 밥캣 직원들의 급여를 각 나라의 근로기준법에 맞게 재조정했고, 각국의 공정거래법을 확인해 기업인수에 따른 독과점 문제를 해결했다"며 "밥캣이 세계 1위를 하고 있는 3개 사업부문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4%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불과 세달여 만에 세계 최고기업의 사업구조 실사 및 세부조정을 마무리하고 영업확대에 나설 준비까지 끝냈다는 얘기다.

듣기만해도 숨이 차지만 박 부회장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다음 M&A 대상을 묻는 질문에 "복잡하고 어려운 딜 일수록 속도를 빠르게 해야 한다"며 "다음 대상은 숨 좀 돌리고 난 후 차분히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대우조선해양 등 내년에 예정된 매물이 많기 때문에 서두를 게 없다는 뜻으로 들렸다. 전례없는 M&A를 불과 반년만에 마무리한 이의 여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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