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에 울고 '욘사마'에 웃은 엔터 콘텐츠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 2007.11.17 19:41

[머니위크]명암 엇갈린 국산 대작 '디워' '태왕사신기'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 '한류스타' 배용준이 주연한 드라마 '태왕사신기' 등 할리우드에 맞먹는 국산 대작 콘텐츠가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며 엔터 콘텐츠산업에 일대 전기를 마련했다.

역대 최고 제작비와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 국내보다 해외시장을 겨냥한 기획상품이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의 손익계산서는 엇갈린다.

▲ '할리우드 수준' 제작비…'디워' 315억+α, '태왕사신기' 430억+α
'디워' 제작사 영구아트가 지난 4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선진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말까지 수익배분 조건으로 유치한 투자금은 315억4300만원이다. 순제작비 300억원, 총제작비는 70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 업계 추산이다.

'디워'는 이무기가 용으로 승천한다는 전설을 모티브로 한 SF영화로 현지 배우 캐스팅과 영어제작으로 미국 2차판권 시장을 겨냥해 6년간 제작했다. 심 감독은 전작 '용가리'의 흥행 실패와 혹평에도 불구하고 300억원을 CG작업에 들여 '디워'를 만들었다.

반면 '태왕사신기'는 아시아시장에 집중했다. 김종학PD가 연출을 맡았고 주연배우 배용준의 인기와 수익창출 능력에 근거해 대작 프로젝트가 기획됐다.

제작사는 ㈜김종학프로덕션과 투자전문회사 ㈜SSD가 각 50% 지분율로 설립한 특수목적회사 ㈜TSG컴퍼니이며 오픈세트 130억원을 포함한 제작비는 430억원이다. 아직 촬영이 진행중이어서 총제작비 규모는 약 550억원 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 디워' 국내 800만 흥행불구 적자…美 부진 영향
먼저 '디워'의 성적을 보면 국내에서는 8월1일 개봉해 역대 흥행 5위에 오를 만큼 좋은 성적을 거뒀으나 결과적으로 적자상태다. 기대했던 미국 개봉도 한국영화 최초의 '와이드 릴리즈'(전국규모 개봉)라는 수식어에 비해 초라한 성적을 냈다.

CG 완성도에 대한 언론과 팬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스토리구조가 빈약한 기존 국산 SF 영화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해외 성적에 비하면 국내 흥행은 사회적 논란을 야기한 '애국심 마케팅' 덕을 본 셈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디워'는 최종 785만114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1인당 티켓매출 6000원을 기준으로 471억원의 개봉수익을 올렸으며 상영관 몫 50%를 제한 나머지 금액의 15%는 국내 배급사인 미디어플렉스에 돌아갔다.

'디워'에 15억원을 투자한 미디어플렉스는 배급수수료만 35억원 이상 거둬들였고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해외수출 수수료와 향후 5년간 '디워'가 손익분기점을 넘을 경우 이익을 배당받는다.

그러나 제작사와 투자자들은 여전히 적자상태다. 저축은행 등 대출금에 부여된 수익배분 옵션을 제외한 작년말까지 투자금만을 기준으로 봐도 100억원 이상, 36%의 손실을 기록중이다.

박스오피스모조닷컴에 따르면 '디워'('Dragon Wars')는 9월14일 미국 전역 2277개관에서 개봉해 35일간 1097만 달러(약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 외 지역(한국) 매출 5518만 달러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현지 배급사 프리스타일이 지출한 마케팅 비용만도 150억원에 달해 그나마도 적자다.

심 감독은 DVD·비디오·케이블TV 등 2차판권 시장과 일본 및 중국 등 기타 지역 개봉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미국 2차판권의 기대치인 2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려도 배당금을 따지면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

'디워'는 한국에서 좀처럼 시도되지 않는 SF장르를 개척해 최초로 미국에서 전국 규모 개봉을 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으나 '돈만 들인다고 되는 게 아니다'는 한계도 인식시켜줬다.

또한 애국심 마케팅을 일부 감안하더라도 방학 시즌을 맞아 '어린이 관객'을 겨냥한 콘텐츠가 거둔 기록적인 흥행은 천편일률적인 제작방식과 소비자 욕구에 둔감한 국내 영화업계에 시사점을 남겼다.


▲ '태왕사신기' 흥행에 이견없다…日서 제2의 '겨울연가' 기대
반면 '태왕사신기'는 방영 전 역사왜곡 논란과 중국의 수입거부 등 역풍을 맞으며 시작했으나 국내외 호평은 물론 경제적인 이득까지 챙긴 '한류 기획상품'의 성공 사례다.

드라마로 촉발된 '한류'는 드라마 '겨울연가'와 '욘사마'로 불리는 배용준의 합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장금' 등 뒤를 이은 작품들은 파급효과나 영향력에 있어 '겨울연가'를 넘지 못했다. '태왕사신기'는 배용준이라는 흥행보증 카드와 완성도를 겸비해 제2의 한류 붐을 이끌 상품으로 기획됐다.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태왕사신기'는 8일 방송된 17회까지 3회 연속 전국 시청률이 30%를 넘었다. 대작 현대극인 '로비스트'와 맞붙어 얻은 전과여서 업계에서는 큰 의미를 둔다.

MBC에 따르면 '태왕사신기' 제작비는 편당 18억원 가량으로 '미드'(미국 드라마)의 절반 수준이지만 웅장한 전쟁신과 CG 등은 미드에 못지않다. 일부 캐스팅 논란에도 불구하고 배용준이 고른 연령대 팬들을 흡인하며 드라마 전개나 완성도 역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흥행은 수익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해 방송사에서 지급하는 편당 2억원 가량 제작비와 광고 및 협찬금 등 기대 수익이 100억원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해외 매출이 가시화되면서 '태왕사신기'는 벌써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고 있다.

청암영상테마파크에 따르면 9월말 유료개장한 '태왕사신기' 세트장에는 10일 만에 2만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성인 8000원, 중고생 6000원의 입장료를 감안하면 1억원이 넘는 입장료 수익이 발생했으며 제주도는 '태왕사신기'의 경제효과가 '해신'의 두 배 가량인 3000억원 대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왕사신기'는 NHK 위성 '하이비젼'을 통해 12월3일부터 일본에서 방송되며 앞서 토헤이 계열 티조이의 배급으로 동경 '신주쿠 발트9' 등 일본 전역 상영관에서 유료상영한다. 2005년 개봉된 배용준 주연의 '외출'이 약 225원의 입장수입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 6개월간 12편의 영화로 상영될 '태왕사신기'는 최소 수백억원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AVEX가 '태왕사신기'의 메이킹필름 판권을 55억원에 구입했고 대만 등 해외수출도 호조세여서 일본 방영 후 본격적으로 해외에서 붐이 조성될 전망이다.

판권판매를 담당하는 SSD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아시아권 DVD 판권과 메이킹 DVD 판권, 부가상품 등 계약으로 300억원 이상 매출액을 확보해 세트제작비를 제외한 순제작비(300억원) 기준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겨울연가'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입은 300억원 가량이지만 NHK는 2004년 상반기에만 1500억원 이상 부가상품 매출을 올렸다. 배급과 부가사업을 직접 진행하는 '태왕사신기'의 수익은 더 클 전망이다.

'태왕사신기'가 벌어들일 수익은 100억원 규모로 서울자산운용의 펀드를 비롯해 투자자 몫 40%, 김종학프로덕션 40%, SSD가 20%로 배정된다. 일본 방영 후에는 수혜가 배용준과 소속사 키이스트로 집중된다.

키이스트는 서울자산운용의 '서울TSG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1호' 펀드에 15억원을 투자해 수익배분을 얻고 부가판권 수익 50%를 가져간다. 배용준의 출연은 일종의 출자 개념인 셈이다. 이미 '태왕사신기'와 관련해 파칭코 초상권 6억엔, 피규어 7450만엔, 사진집 5000만엔 등 최소 58억원의 매출을 확보한 상태다.

한편 배용준은 '겨울연가2' 성격의 멜로드라마를 택할 것이라는 일반의 추측과 달리 강인하면서도 인간적이고 부드러운 인성의 고구려 태자 담덕 역을 택해 '제2의 도약'에 성공했다.

2005년 수입총액이 329억원을 기록해 작년 97억원이 넘는 소득세를 납부했던 배용준은 일본에서 기존 중노년층과 더불어 20~30대 젊은 남녀 팬을 추가 확보해 콘텐츠 소비시장을 확대할 전망이다. 게다가 '겨울연가', '외출'에 이은 '태왕사신기'의 성공을 통해 향후 그의 출연을 기반으로 한 대작 콘텐츠 제작이 이어져 영향력과 수익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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