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병칼럼]미래에셋과 펀드시장

머니투데이 강호병 증권부장 | 2007.11.09 11:40
 미래에셋이 또 일을 냈다. 뮤추얼펀드ㆍ적립식펀드 혁명, 해외펀드 돌풍에 이어 `인사이트펀드'라는 글로벌펀드로 펀드시장에서 또한번의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다.

투자대상을 전세계로 삼으면서 중국 등 지역펀드에 한정됐던 해외펀드 경쟁의 지평이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투신과 동양투신에서도 글로벌펀드가 곧바로 나왔다. 운용스타일 면에서도 긴장감을 낳고 있다. 전통펀드와 달리 벤치마크에 얽매이지 않고 글로벌 분산 투자로 최대한의 절대수익률을 추구한다. 벌써 수탁액은 3조원을 훨씬 넘어섰고 이 상품을 팔지 않는 금융사가 이상하게 보일 정도가 됐다.

 이 펀드에서 미래에셋 만의 장사꾼적 혁신DNA를 다시 한번 느낀다. 글로벌자산배분펀드라는 점잖은 이름을 쓰지않고 인사이트(통찰력)이란 말을 쓴 것, 또 벤치마크ㆍ기대수익률을 분명하게 언급하지 않아 스타로 몰리는 대중 쏠림심리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고 본다.

미래에셋은 그런 기질로 남보다 앞서 승부수를 띄워 확실한 성공을 만들고 그것을 언덕으로 더 많은 주목을 끄는 선순환구조를 만들며 주식분야의 초기 패권을 장악했다. 경쟁사조차 "이제 미래에셋은 이름만 걸어도 펀드가 팔리는 단계가 됐다"고 인정한다.

 최고 수준의 운용수익률은 고객에게 다가가는 가장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 경쟁 자산운용사 한 대표는 "최근 우리 회사 주식펀드 수익률이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9%포인트 웃돌고 있다. 이것도 대단한 일인데 미래에셋펀드는 코스피지수를 25%포인트나 웃돌아 우리 회사 펀드가 표가 안난다"고 탄식할 정도다.

 그러나 작용이 큰 만큼 반작용도 커지고 있다. 경쟁사들의 미래에셋에 대한 감정은 부러움ㆍ질투ㆍ우려 등 여러 가지로 표출되고 있다. `인사이트펀드'에 대해서도 경쟁사는 '딜레마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다. `인사이트펀드'가 대박을 터트리면 투자자가 위험에 대한 감각이 무뎌져 더 큰 걸 원하게 돼 뒷감당이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고, `인사이트펀드'가 실패하면 운용업계 전체의 신뢰가 떨어질 것이란 걱정이다.


 금융시장은 독점ㆍ완전경쟁보다 과점적 경쟁이 좋다. 엇비슷한 리더 2∼4곳이 공존하며 경쟁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하나만 돌출하고 나머지는 그저 그런 구조는 모두에게 불행이다. 어떤 판이든 박빙으로 경쟁해야 소비자나 보는 사람이 즐겁다.

주식ㆍ펀드의 시대라는 물을 막 만난 지금 자산운용시장은 시장구조를 잘 만들어 가야할 사명을 안고 있다. 초기단계에 나만 살자식 정글게임에 맡겼다가 지금까지 고생하는 시장을 여럿 봤다. 앞서가는 리더는 나 혼자 살기로 자기 이익만 추구하기보다 시장구조를 잘 만들고 유지될 수 있는 뭔가를 해줘야 한다. 그리고 뒤처진 곳은 혁신DNA에 불을 지펴 선두를 추격해야한다.

 지금 자산운용업계는 너무 결이 단조롭다. 미래에셋처럼 자유분방하게 튀는 극소수와 보수적 풍토 속에서 무난하게 살고 있는 평균적인 대다수가 현주소다. 그리고 그 극소수는 평균 다수와 자꾸 멀어지고 있다.

 특히 은행그룹ㆍ재계 소유의 다수 자산운용사는 규모나 수익률이 다 평균 근처에 몰려있다. 은행과 재벌의 보수적인 규율에 입각해 통제되다보니 증권 본래의 DNA 발산이 어려운 것같다. 모두 미래에셋이 될 필요는 없지만 평균의 핵분열은 필요하다. 제도도 마인드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 판은 자산운용시장이 아름답게 형성될 수 있는 구조와 거리가 너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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