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믿다간…" 대안찾기 속탄다

머니위크 김성욱 기자 | 2007.11.19 14:18

[머니위크 커버스토리]국민연금 불신 53%

‘나가는 돈 너무 아깝다. 지금까지 낸 돈 돌려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받지도 못할 것 꼬박꼬박 내는 게 바보’

노후 대책과 관련해 믿지 말아야 할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자식과 직장 정부가 그것이다.

노후에 자녀가 자신을 돌봐줄 것이라고 믿지 말아야 하고 직장이 정년퇴직을 보장하고 노후를 걱정 없이 살아갈 만큼의 퇴직금을 주리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또 정부의 국민연금도 믿을 것이 못 된다고 한다.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가 최근 검증(?)을 받았다. 연간 소득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고소득자인 가수 이효리의 국민연금 체납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누리꾼들 사이에 국민연금을 질타하는 소리가 이어진 것. 이는 국민연금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각이 어떠한 가를 대변해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의연구소 문인철 전문연구원은 “이번 이효리 사태는 국민연금에 대한 무관심이 극명하게 들어난 것”이라며 “작금의 상황은 국민연금에 대한 위기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정권 말기라고 해서 국민연금의 홍보나 대처가 다소 뒤처지고 있는 느낌이다. 국민연금을 중단, 후퇴시킬 수 없기 때문에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 53%

지난 99년부터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국민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당시에는 소득의 3%를 보험료로 납부했다. 그리고 요율을 매년 1%씩 올리는 것으로 법률로 규정했으며 2005년 7월 이후에는 9%의 보험료로 지금까지 부과되고 있다.

이렇게 매년 보험료가 나가고 있으니 국민연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급여소득자의 경우에는 매달 월급에서 꼬박꼬박 빠져나가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또 하나의 세금’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난달 진행된 국정감사 기간에 일반 국민들이 국민연금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 지에 대한 자료가 발표됐다.

국회 보건복지위 안명옥 의원(한나라당)은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2007년 국민연금 신뢰도 조사결과보고서’를 검토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3일~9일까지 12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뢰도 조사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는 지난해 6월 21.7%에서 12월에는 20.9%로 내려가더니 올해 8월 12.8%로 급락했다.

조사 대상자 중 ‘신뢰하지 못한다’(31.1%)와 ‘매우 신뢰하지 못한다’(21.7%) 등 국민연금에 대해서 불만을 갖고 있는 이들이 52.8%에 달했다. ‘보통’ 응답은 33.0%였다.

‘국민연금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기금운용을 잘못 하고 있어서’가 31.8%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노후생활에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24.4%), ‘국민연금을 못 받을 것 같아서’(24.1%), ‘보험료가 부담스러워서’(9.4%) 등의 순으로 응답됐다.

이런 결과는 지난 7월 ‘국민연금은 현행대로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국민연금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연금수급액이 줄어든 데 따른 가입자들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국민연금 재정이 2040년경에는 ‘고갈’될 것이라는 경고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어 ‘지금 내가 낸 국민연금을 과연 내 노후에 받을 수 있을 것인가’하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지금까지는 소득의 9%를 40년간 보험료로 납부하면 소득의 60%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었지만 내년에는 50%로 감소하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 2028년에는 소득의 40%를 받게 된다.

◆보험료율 낮아 지급율 어쩔 수 없어

국민연금공단 측에서도 소득의 40% 수준은 타 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연구원 정해식 연구원은 “소득의 60%를 연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평균적인 수준이지만 40%는 낮은 편”이라며 “그럼에도 낮출 수밖에 없는 것은 보험요율을 다른 나라 수준으로 올려야 하는데 그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험료율이 국가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수준은 소득의 15% 수준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소득의 9%이기 때문에 재정적인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를 높일 경우 가뜩이나 국민연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일반인들의 반대도 커질 것이기 때문에 조정도 못하고 있다는 것.

국민연금 하면 떠오르는 말 중의 하나가 ‘기금의 고갈’이다. 기금 고갈 얘기가 나오는 것은 우리나라 인구구조상의 문제가 가장 크다. 우리나라는 노령인구가 더 많아지는 초노령국가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지급할 연금을 충당해 줄 젊은 층은 출산률 저하로 인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또한 기금 고갈에 대해 일반인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국민연금의 부진한 기금운용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은 일반 연금보다 높은 수준이다.

올 1~9월 중 국민연금기금 운용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총 13조7656억원의 수익과 7.98%(연률 기준)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 같은 수익률은 지난해 전체 수익률 5.77%보다 개선된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은 2005년 5.65%, 2004~2006년 평균 6.42%의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기금운용수익률 7.98%...일반연금보다 높아

국민연금공단 측은 200조원을 돌파한 국민연금기금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기금의 수익률 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각종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한다. 기금 운용 수익률을 1%포인트만 지속적으로 올려도 보험료를 3%포인트 높이는 것과 같은 재정 확충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금지금액이 소득의 40% 수준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국민연금에서도 스스로 국민연금만으로는 풍족한 노후를 보장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개인연금 등 사적보험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민연금공단 홍보팀 김만식 차장은 “공적보험인 국민연금제도는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제도가 아니라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선진국 사례를 보면 공적연금 외에도 사적보험, 퇴직연금, 주택연금 등 소득보장 상품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층 노후소득보장체제로 해서 공적연금만으로 대안이 되지 않기 때문에 풍족한 노후 생활을 위해서 사적보험으로 보안체제를 가져가라는 것이 권장사항"이라고 밝혔다.

◆차기 정부 초기에 개선 시도해야

하지만 현실은 국민연금의 의지와는 좀 다르다. 자신의 노후를 국민연금에만 의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6일 발표한 ‘노후대비에 대한 가계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조사대상 가구의 30.5%는 ‘노후대책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세 명 중 한 명은 노후준비를 안 하고 있는 것이다.

노후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 중 주요 노후대비 수단은 국민연금이 21.9%로 가장 많았다. 이 뒤를 이어 ▲개인연금 20.9% ▲부동산 20.1% ▲보험 17.1% ▲예·적금 11.8% ▲주식·채권 5.3% ▲자녀의 지원 1.4% 등의 차례로 나타났다.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잘 한 것 중의 하나로 국민연금의 개혁을 꼽고 있다. 그러나 현재 대선 경쟁에 뛰어든 후보들은 하나같이 국민연금에 대한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제대로 안됐다는 것이 이들 후보들의 판단인 것이다. 따라서 어떤 방향이든 간에 다음 정부에서는 국민연금에 대해 손을 댈 것으로 보여진다.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문인철 전문위원은 “정권이 바뀌면 국민연금에 대한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진다”며 “그러나 정권 후기로 갈수록 차기 정권 등을 감안하면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되든 간에 정권 초기에 의욕적으로 과감하게 현실화 해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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