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 본산지에서 철강의 본산지로"

광양=김동하 기자 | 2007.11.11 14:44

[포스코 광양제철소 견문기]②

'김'은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다. 말 못하는 어린 시절부터 김만 보면 달려들었다고 하니, 기자의 '김 사랑'은 꽤나 극성맞다. 지금도 김만 있으면 배가 불러도 밥을 더 먹어야 하고, 너무 배가 부르면 밥 없이 소금을 털어먹곤 한다.

어머니는 늦은 저녁 술에 취해 귀가해 김을 털어먹고 있는 기자의 뒷모습을 보고, 말없이 물 한컵을 가득 따라주곤 하신다.

김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이게 '왜 김일까. 옛날 선조 중 김씨들이 많이 먹었고, 나도 김씨라 이렇게 좋아하나'하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끝내 정확한 유래는 알지 못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방문하기 전까지.

강현수 광양제철소 홍보팀장이 들려준 김의 유래에 관한 '유력한' 설은 이렇다. 지금은 광양만으로 변한 태인도(광양시 태인동)는 섬진강과 광양만이 만나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 같은 지리적 특성으로 양분이 풍부한 담수가 흐르고 풍부한 갯벌이 넓게 분포돼 있다. 현명한 선조 중 한 분이었던 김여익 공은 1640년부터 이곳의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우리나라 최초로 김 양식을 시작했다고 한다.

광양 김은 왕실까지 전달하는 특산물로 인기가 높았는데, 왕실 등 내륙지방에서 "광양 땅에 사는 김 아무개가 만든 음식"이라고 부르면서 '김'이 됐다고 한다.

현장에서 본 1800년대의 광양만 사진을 보면 태인도 일대에는 김 양식이 활발히 진행됐슴을 알 수 있다.


지금 광양만은 상전벽해처럼 변해 세계 최고 수준의 철강 생산지로 거듭났다. 맛있는 김을 만들어 내던 광양만의 깊은 뻘 속에서 포스코 임직원은 고심과 노력, 첨단 기술에 대한 과감한 도전을 통해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인 철강 기지를 건설했다.

광양만은 예전에는 최고의 먹거리를 제공했고, 지금은 세계 최고 수준의 철을 생산해 전세계에 보급하는 '옥토'로 성장했다. 이 땅은 미래에도 전 세계에 양질의 먹거리와 소재를 제공하는 땅으로 남을 것이란 확신을 받았다.

비록 광양제철소에서 짧은 시간을 보냈지만 광양만을 감싸돌고 있는 커다란 야망과 포부, 그리고 한국 산업의 강력한 성장동력을 깊이 호흡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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