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가치주, 코카콜라 뺨칠 때 있겠지"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 2007.11.16 12:17

[머니위크]나알뜰 여사의 워런 버핏식 투자

배추값이 사상최고라는 뉴스를 들으며 '김장' 준비로 계산기를 두들기던 나알뜰 여사는 문득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을 떠올렸다.

'햄버거와 코카콜라를 즐겨 먹는다는 그는 일찌감치 코카콜라의 성장성에 눈을 뜨고 지난 1988년 코카콜라 지분 8%를 10억달러에 사들였는데 현재 그 가치가 120억달러에 달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얼마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호텔에서 준비한 귀한 음식과 값비싼 와인을 마다하고 그가 집은 음식도 햄버거와 코카콜라였다지. 그래 투자는 생활 속에 있는것. '김장관련주'에 투자하는거야.'

현재 전체 김치시장 규모는 5000억원 정도로 브랜드 김치 시장은 15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3년 전까지는 연간 15%정도의 급신장을 기록했지만 지난 2005년 중국산 김치 파동 등을 거치며 수요가 정체된 상태다.

나알뜰 여사는 우선 우리나라 김치시장을 조사해 봤다. 국내 상품김치시장에는 약 690여개의 김치 제조업체가 있단다. '하긴 김수미 진미령 홍진경 등 연예인들도 홈쇼핑에 나와 김치를 팔 정도니 김치 제조사가 많은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제조사가 많은데 인수합병(M&A)은 안 일어날까? 나알뜰 여사는 김치업체의 M&A에 의문을 갖다가 지난 2006년을 주목했다.

두산의 종가집은 대상으로 넘어갔고 CJ는 하선정을 인수하고 김치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미 김치시장에도 M&A의 매운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었던 것.

M&A시장에서 활발하다는 것은 '규모의 경제'로 발돋움하기 위한 첫번째 과정이다. 김치사업은 값싼 중국산 김치 등장 등으로 사업성은 영세하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대기업 위주로 M&A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면 그 성장성에 모두들 관심을 두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 좋아 가치주를 찾기위한 내 선택은 정말 탁월한 것 같아'

가정용 상품김치 시장점유율 1위는 '종가집 김치'다(2006년 A.C. 닐슨 기준). 종가집 김치는 2006년 초반까지 두산에서 운영했지만 두산이 지난해 10월 대상FNF에게 매각됐다. 대상은 대상FNF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다. 대상의 종가집 인수를 들여다보면 김치시장에 대한 전망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대상이 종가집을 인수할 당시에는 부정론도 많았다. 종가집이 갖고 있던 부채를 떠안게 돼 수익이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 외에도 김치사업의 '부정적 요인'이 지적당했다.

김치사업은 배추 등 원재료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다 소비자 수요패턴이 불규칙하고 식당의 상당분은 중국산 저가 제품 확대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이유였다. 두산이 '종가집'이라는 막강한 브랜드력에도 불구하고 굳이 사업을 매각하는 이유도 이러한 까닭이었다.

이런 부정론에도 대상이 종가집을 인수한 까닭은 김치 두부 등 신규 사업에 진출하면서 식품전문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한다는 전략이었다.


대상의 종가집 인수에 대해 모두가 부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대상의 '청정원'과 '종가집' 브랜드의 조화로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긍정론도 대두됐다.

1년이 지난 대상FNF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대상FNF는 최근 출범 1주년과 종가집김치 20주년을 맞아 2010년까지 매출액 3000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대상FNF의 2007년 예상매출액은 1800억원으로 종가집 김치와 포장두부 육가공식품이 각각 매출비중 55%, 22%를 차지할 예정이다.

하선정을 인수한 CJ는 소매 시장점유율은 미미한 상태지만 두부시장에서의 성장처럼 본격적인 시장진입을 계획하고 있는 단계다. 나알뜰 여사는 대상과 CJ의 김치 대결을 보면서 1970년대 조미료 미원(대상)과 미풍(CJ)의 대결도 떠올렸다.

김치를 제조하는 상장사는 이들 외에 동원F&B, 풀무원 등이 있다. 참치로 명성을 날린 동원F&B는 일본을 중심으로 참치와 김, 김치 등을 수출했으며 미국 LA에 지사를 오픈해 미국 수출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풀무원은 '천연양념' '유기농' 이라는 콘셉트로 고급화 이미지를 꾀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도 김치 제조업체 도들샘이 있다. 도들샘은 항암김치 키토산김치 등 기능성 김치를 앞세웠다. 하지만 최근엔 반도체 장비업체인 에이스하이텍이 도들샘을 통해 우회상장함으로서 김치사업의 전망은 불투명한 상태다.

나알뜰 여사는 코스닥 김치관련주를 찾다가 부엌 한구석의 김치냉장고를 봤다. '김치냉장고 없는 집이 요새 없는데 대기업 말고 김치냉장고 코스닥 관련주는 뭐가 있을까'

증권사에서 발간하는 '상장기업 분석'을 뒤적이다가 파세코와 이젠텍을 발견했다. 파세코는 와인냉장고를 포함 김치냉장고를 생산하고 있고 자동차부품 및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이젠텍도 김치냉장고 '딤채' 부품인 인사이드 바디를 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업체 다 김치냉장고 관련 매출비중은 미미한 편에 속했다.

나알뜰 여사는 이쯤에서 '김치사업은 정말 돈이 될까?' 하고 떠올려봤다. 풀무원의 반기보고서를 들춰보니 계란 김치 해조류의 매출비중은 14.5%였다(2007년 6월기준). 두부 나물류가 59%에 달하는 것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정기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김치'가 성장부문인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까지 매출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아 식품업체들의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성장정체기인 음식료 기업은 글로벌 비즈니스, 사업다각화와 같은 방법이나 이익증가를 위해 비용절감을 실현해 수익성 개선을 이뤄야만 주가상승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나 여사는 김장 '가치주' 찾기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음을 깨달았다. 대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성장사업이지만 현재까지 놀랄만한 '성과'를 찾기란 어려웠던 것. 하지만 나 여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버핏도 코카콜라가 하찮은 기업일 때 투자했잖아. 세계인 모두가 김치 맛에 중독된다면 김치주가 코카콜라처럼 높은 수익률을 갖다 줄지도 모를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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