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세의 '건강미인' 포스코, 불노불사할까?

이경숙,황국상 기자 | 2007.11.09 11:11

[백년기업의 조건]<2-1>기후변화ㆍ지역사회ㆍ중국이 도전과제

편집자주 | 사람 나이 100살엔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들다. 그러나 기업은 다르다. 기업은 100살이 넘어도 성장한다. 경제와 사회를 이끈다. 한국의 미래 증시를 이끌 기업의 조건은 무엇일까? 머니투데이는 아시아지속가능투자협회(ASrIA), 에코프론티어와 공동기획으로 국내 대표업종 대표기업의 지속가능성을 9회에 걸쳐 분석한다.

↑광양제철소 전경.

#1. 10월 29일 오전, 미국 보스턴커먼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가 포스코를 탐방했다.

"인도에는 영자신문이 많아요. 전 세계 투자자들이 포스코인디아 관련보도를 보고 있습니다. 제철소 건립을 반대하는 인도 오리사 지역민과는 어떻게 대화를 풀어나갈 겁니까?"

"유엔의 글로벌콤팩트에 참여할 계획이 있습니까? 채취산업투명성기구(EITI)에는 가입했어요? 유럽연합의 신화학물질 통합관리제도(REACH)는 준비했어요?"

매섭게 쏟아지는 질문들에 포스코의 IR 과장과 CSM(지속가능경영) 담당직원의 손끝은 다급해졌다. 메모를 마친 이들은 "여러 부서가 걸린 문제니 확인 후 정확히 답하겠다"고 말했다.

#2. 지난해 7월 중순, 포스코의 한 CSM 담당직원은 스위스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지속가능성평가사 '샘(SAM)'의 기업분석가였다.

"한국 매체를 보니까 포항건설노조원들이 포스코 하도급 문제 때문에 본사 건물을 점거했다는 비판적 보도가 있더군요.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 직원은 "한국어 보도까지 챙겨보는 외국 평가사의 꼼꼼함에 놀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포스코 지속가능경영 세계적 수준

포스코가 속한 사회, 시장은 이미 한국을 넘어섰다. 포스코의 해외매출은 아직 25% 미만이나 포스코 주주의 절반은 외국인이다. 뉴욕, 런던, 도쿄 증권거래소에서 포스코 주식이 거래된다.

국내외 분석가들은 포스코가 이미 '지구시민권'을 획득했다고 보는 듯하다. 포스코는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샘'과 금융정보회사 '다우존스'가 선정하는 다우존스지속가능성(DJSI) 편입종목으로 선정됐다. 철강업체 중엔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7월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포스코를 44개의 세계적 지속가능기업 중 하나로 선정했다. 한국기업으로는 유일했다.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 등 315곳의 대형 금융기관이 참여한 올해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보고서 역시 포스코를 칭찬했다. "기후변화에 대비한 기술 투자에 적극 노력했다"는 것이다.

해외 언론사의 호평도 잇따라 나왔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지난 7일 발표한 세계 사회책임기업 순위에서 포스코는 국내 기업 중 1위, 세계 기업 중 30위를 차지했다. 국내 기업의 세계 순위는 삼성전자가 141위, 삼성SDI가 213위였다.

국내 증시 리더들도 포스코에 높은 신뢰를 보인다. 머니투데이가 10월 19일부터 일주일 동안 국내 5대 증권사와 5대 주식펀드운용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10곳 중 7곳이 '10년 후에도 수익을 지속할 기업'으로 포스코를 꼽았다.

◇화장 대신 체력 향상 '건강미인주'

↑파이넥스 설비.
우리 증시에서 포스코는 대부분 동의하는 '미인주'다. 일단, 성과가 눈부시다. 포스코 매출은 지난해 세계 4위에서 올해 3위로 올라섰다. 주가는 1년만에 25만원대에서 60만원대로 2.4배 뛰었다.

비결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라는 지속가능경영의 이슈를 통해 경쟁력을 높였다는 데에 있었다.

박유경 아시아지속가능투자협회(ASrIA) 연구원은 "국내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포스코는 '지속가능경영'을 막연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 경영활동으로 끌어들여 경쟁력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쉽게 말해, 다른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이란 말을 '화장품'으로 쓸 동안 포스코는 '체력개선제'로 썼다는 얘기다.

대표적 사례가 파이넥스(Finex) 공법의 상용화다. 철광석과 유연탄을 사전 가공하지 않고 쇳물을 뽑아는 이 공법으로 포스코는 경제성과 친환경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파이넥스 공법은 오염물질이 기존의 고로 공법의 1~3% 밖에 나오지 않는다. 오염방지 설비를 안해도 되니 설비투자비용은 기존공법의 80% 수준으로 줄어든다.


지배구조도 우수하다. 포스코 이사 15명 중 사외이사는 9명이다. 지난해 2월에는 최고경영자(CEO)가 으레 맡았던 이사회 의장직을 별도로 분리했다.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CGS)는 지난 8월 포스코의 지배구조를 '우량' 등급으로 평가했다.

한 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포스코가 건전한 지배구조와 선도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탁월한 경영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역사회 관계, 노동자 결사권은 과제"

↑포스코인디아와 포스코 직원들.
지속가능성에서 국내 기업 최고 수준이라는 총평을 듣는 포스코에도 만만치 않는 도전과제가 있다. 지역사회와 상생 문제다.

포스코인디아의 인도일관제철소 건립사업은 인도 오리사주 일부 현지민의 반대에 부닥쳤다. 지난 1일에도 제철소 부지 10% 중 일부 지역을 점거한 주민 일부는 반대농성을, 다른 주민들은 찬성 집회를 벌였다.

'노조결성권 자유 논란'에 대한 리스크도 불확실하게 남아 있다. 포스코에도 노조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사실상 노사간 주요문제는 노경협의회에서 결정된다. 이에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무노조경영'이라 주장하고, 포스코는 '다른 형태의 노사 협력'이라고 대응한다.

주식펀드의 4%를 포스코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는 한 자산운용사의 CIO는 "노조는 내부 정화장치의 한 축"이라며 "만약 삼성 그룹에 노조가 있었다면 전직 임원이 외부조직에 내부정보를 먼저 폭로하는 사태가 발생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박유경 연구원은 "아직은 좀더 지켜볼 때"라고 말했다. "포스코가 세계적 기술력과 역량을 갖고 있다고는 해도 아직 해외에 주요생산 기반이 없어 글로벌기업으로는 걸음마 상태"라는 것이다.

그는 "포스코인디아가 포스코의 글로벌경영능력을 시험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는 지역사회와 협력, '학습동아리' 등 직원 모임을 강화해 이 문제를 해소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지난 10월, 2003년 광양만 폐수유출사건과 관련해 어민들에게 어업피해보상금 26억3000만원을 지급했다.

한 포스코 관계자는 "광양제철소 근처 태인동과는 '클린 태인동 만들기' 협약을 맺었고 환경운동연합과는 광양의 환경 이슈를 논의하고 있다"며 "지역사회 대응이 과거보다 많이 발전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포스코인디아는 인도의 군 정부 또는 주민자치단체의 요청에 따라 가로등 설치부터 소아마비, 언청이 수술까지 활발한 주민친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부지 확보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최대 위협은 '기후변화, 중국의 추격'

만 39세의 포스코가 앞으로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도전과제는 사실 다른 철강업체와 다르지 않다. '안정적 원료 확보와 기후변화 대응.'

한 포스코 CSM팀 관계자는 "철광석, 유연탄, 고철, 합금철 등 철강 원재료 가격을 예측하는 것이 과거보다 어려워졌다"며 "그래서 인도, 베트남, 중국 등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 받을 수 있는 지역에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후변화에 대한 장기 계획은 시나리오별로 이미 마련된 상태"라며 "리스크 관리의 큰 틀은 기후변화와 환경 대응, 해외진출지역 이슈 대응 차원에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의 추격'이란 변수는 대응이 만만치 않다. 허남권 신영투신운용 상무는 포스코가 기술력으로 세계 1위라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바오산철강 등 중국의 300여곳 철강업체들이 포스코를 모델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추격을 어떻게 따돌릴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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