昌 3수와 정권교체, 그리고 범여권의 웃음

머니투데이 홍찬선 기자 | 2007.11.07 18:42

[홍찬선의 대선관전법]정권교체를 내세운 昌의 출마, 오히려 정권교체 못한다

버블은 주기적으로 되풀이된다. 한번에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허황된 욕심과 나는 버블이 터지기 직전에 다른 바보에게 내가 갖고 있는 ‘폭탄(거품처럼 부풀어 오른 주식이나 부동산)’을 비싸게 떠넘기고 빠져 나올 수 있다는 착각 때문이다.

사람이 이성적 동물이고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활용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면 버블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욕심과 착각은 사람을 감정에 좌우되는 우매한 동물로 타락시킨다. 그렇게 감정의 동물로 타락한 사람은 거품 속으로 뛰어들어 갖고 있던 재산을 모두 날리고, 쓸쓸하게 인생에서 퇴출된다.

버블과 마찬가지로 역사의 과오도 욕심과 착각 때문에 되풀이된다.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착각과 내가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욕심 때문에 스스로의 인생을 망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스스로만 망친다면 그래도 낫지만, 나를 믿고 따르고 희망을 맡겼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패배의 고통을 강요하는 것은 더욱 더 큰 문제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7일 오후에 있었다. 바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17대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이다. 이 전 총재는 “10년 동안 이어진 좌파 정권을 끝내고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출마한다”고 밝혔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로는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 “(설령 정권교체를 이룬다고 해도) 10년 동안 훼손되었던 나라의 근간과 기초를 다시 세우고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는 정권교체가 되어야지 그러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끝까지 싸워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 전 총재의 이런 말은 한마디로 ‘나 아니면 안된다’는 착각과 독선과 오만이다. 이명박 후보는 한나라당의 합법적인 경선과 전당대회를 거쳐, 그리고 경선과정에서 검증을 거쳐 후보로 확정됐다. 게다가 이 후보는 이 전 총재가 출마선언을 하기 전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를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가 주장하듯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BBK라는 잠재 불안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전 총재가 출마 기자회견에서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BBK 문제의 핵심 멤버인 김경준 씨가 이달 하순에 한국으로 송환될 경우 이명박 후보가 중도하차할 위험이 있으며 그럴 경우에 대비하지 않으면 정권 교체를 할 수 없다’는 게 이 전 총재(진영)의 판단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경선과정에서 BBK 문제도 걸러졌지만 김경준씨가 송환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5년 전 두 번째 대선 도전에서 ‘다 이겨 놓은 게임’에서 진 뒤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것을 의식해 “국민께 드렸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데 대해 진심으로 엎드려 사죄드리고 용서를 빈다”고 했다. 그리고 “짓누르는 두려움과 가슴이 찢어지는 번민, 고통을 안고 험난한 가시밭길을 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많지 않은 시간이 남아 있지만 반드시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 전 총재는 “어떤 경우에도 정권교체라는 온 국민의 간절한 소망을 제가 좌절시키는 일만은 결코 없을 것임을 굳게 약속한다”며 “만약 제가 선택한 길이 올바르지 않다는 국민적 판단이 분명해지면 저는 언제라도 국민의 뜻을 받들어 살신성인(殺身成仁)의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약속이 지켜질 것으로 믿는 ‘국민’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 전 총재는 좌파정권에서 권력을 되찾아오기 위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대선에 나섰다고 했지만, 그의 욕심과 착각이 오히려 정권교체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똑똑한 이회창'이 갖고 있는 '한계'로 여겨진다. 지금 여론조사로 볼 때 범여권 후보가 1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이명박과 이회창의 분열은 범여권 세력의 결집을 가져와 정권교체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범여권이 겉으로는 이 전 총재의 3수를 강하게 비난하면서도 속으로는 웃음을 터뜨리는 이유다. 이는 87년 대선과 02년 대선에서 경험했던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 사실(史實)을 애써 외면하고 ‘국민’과 ‘정권교체’를 내세워 대선 3수에 나선 이 전 총재는 또 한번 역사에 죄를 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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