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달러, 어디까지 추락하나

머니투데이 김능현 기자 | 2007.11.07 15:00
"달러 더 떨어진다" vs "바닥이 보인다"

달러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7일 한국시간 오전 11시31분 달러/유로 환율은 1.4666달러로 유로화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거래됐다.

그러나 최근 일부에서 유로화에 대한 달러 약세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달러/유로 환율이 적정수준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달러/유로 조정 끝났다"

달러 약세로 인해 미국의 무역수지는 최근 빠른 속도로 개선됐다. 지난해 월평균 600억달러를 넘어섰던 미국의 경상수지(상품+서비스) 적자는 올해 중반 이후 500억달러대로 떨어졌다. 지난 9월 유로존 국가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 규모도 전월대비 20억달러 이상 감소했다. 유로/달러 환율 상승의 효과를 독톡히 본 셈이다.

지난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잠정치)이 3.9%로 예상보다 호조를 보인 것도 무역수지 개선에 힘입은 바 크다.

반면 유로존 경제는 달러화 약세로 시름을 앓고 있다.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대표적이다. 독일의 9월 제조업 수주는 전월대비 2.5% 감소했다. 유로화 강세로 수출 물량이 줄어든 탓이다. 이와 달리 8월 감소세를 나타냈던 소매판매는 유로화 강세에 따른 구매력 증가에 힘입어 지난 9월 2.3% 증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이 유로화에 대한 달러가치 하락이 끝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펀더멘털의 변화 때문이다. 과거 미국의 대 유로존 무역적자 규모는 월평균 500억달러대를 유지해왔다.

월가의 한 전문가는 "과거 경험으로 볼때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가 이보다 축소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영국의 투자 분석가 존 아더스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칼럼에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감소하고 있다"며 "달러화 약세가 끝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이 최근 도쿄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 "유로존에 대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이미 달러/유로 환율에 반영돼 있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달러화 가치 추가 하락할 것"

그러나 최근 달러화 가치는 펀더멘털이 아닌 국가간 금리차이에 전적으로 좌우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달러화 추가 약세를 점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신용경색 이후 미국과 유로존의 금리차는 지속적으로 축소됐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공격적인 금리인하로 시장 기대에 부응한 반면 인플레이션에 발목이 잡힌 유럽증앙은행은(ECB) 중립적인 통화정책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최근 2년 만기 독일 국채 금리가 같은 만기의 미국 재무성 채권 금리를 웃도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전통적인 저 인플레 국가인 독일의 국채금리는 미국보다 항상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양 지역간 금리차는 앞으로 더욱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월 연준은 시장의 요구를 수용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추가 인하는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시장은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일부에선 내년말까지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씨티은행 등 미국 대형은행들의 실적이 대규모 자산상각으로 인해 크게 악화되는 등 금융시장 상황이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있다. 기준금리를 올리자니 유로화 강세가 가속화될 것이 뻔하고 내리자니 인플레이션이 걸리기 때문이다.

ECB는 신용경색 위기를 초래한 지난 8월 초 BNP파리바의 환매중단 전까지만 해도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했다. 전문가들은 ECB가 8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 4.0%인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亞 통화 강세는 지속될 듯

아시아 통화는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 펀더멘털, 금리 동향 등 주요 요인들이 약달러쪽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지난 8월 중순 달러당 9400루피였던 루피/달러 환율은 6일 9160루피로 내려앉았다. 이날 엔/달러 환율도 114.39엔으로 8월 초에 비해 4엔 가량 하락했다.

최근 중국, 인도는 물론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3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GDP)은 11.5%를 기록, 3분기 연속 11%를 웃돌았다. 태국의 수출 증가율은 2003년 이후 꾸준히 두자릿수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수입증가율은 최근들어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인도는 최근 루피화 강세를 감안, 금리인상 고삐를 다소 늦췄지만 지준율 인상을 통해 긴축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도 조만간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의 금리차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전날 기준금리를 8.25%로 동결했다. 인도네시아는 향후 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물가 상승율이 목표범위인 5~7%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 중앙은행 역시 그 동안 경제성장의 걸림돌이었던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어 장기적으로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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