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 최악으로 치닫나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7.11.07 10:29

수퍼펀드 의심+월가 손실… 모기지채권 투매 우려

결국 위험이 높은 투기등급 채권들의 폭탄 세일(파이어 세일)로 가는가.

지난 여름 터진 신용경색으로 4개 대형 금융기관들은 750억달러의 수퍼펀드를 조성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수퍼펀드 설립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메릴린치 씨티그룹 등 월가의 은행들은 대규모 자산 상각을 해야하는 처지에 몰렸다.

두 차례 단행된 미 연준(FRB)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경색의 위용은 갈수록 거세지는 모습이다.

결국 서브프라임과 관련된 위험 채권들의 마지막 폭탄 세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부도 위험을 피하기 위해 헐값에라도 채권을 매각하는 또다른 위기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것.

◇신평사 등급 하향에 수퍼펀드는 불투명
이와관련 파이낸셜타임스는 신용평가사들이 콘듀잇과 SIVs와 같은 자산유동화 전문 회사가 발행한 채권의 등급을 연이어 하향조정함에 따라 다수가 디폴트 위험에 빠져들고 있다며 모기지를 담보로한 채권들이 '파이어 세일'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6일 보도했다. 파이어 세일이란 문자 그대로 불타다 남은 물건을 처분한다는 말이다. 흔히 재고정리로 표현되며 그만큼 헐값에 물건을 매각하는 것을 가리킨다. 일종의 투매로도 볼 수 있다.

채권이 헐값에 팔리면 이를 포함한 다른 포트폴리오나 자산 가격 역시 하락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은행과 펀드들의 손실은 예측할 수 없게되고 금융시장은 지난 여름과 차원이 다른 위기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경기에 대한 파급력도 훨씬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FT는 신용경색에 허덕이는 금융시장을 구원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수퍼펀드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결정적으로 파이어 세일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퍼펀드의 주축은 씨티그룹은 CEO를 교체한 상황이고 100억달러 넘는 추가상각에 직면했다. 일부에서는 수퍼펀드 출자 여력이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와관련 씨티 그룹의 모기지 연계채권 손실이 최고 137억달러에 달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면서 씨티가 올들어 3분기까지 올린 수익을 모두 날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예정대로 펀드를 조성해 시장에 투입할 것"이라는 월가 CEO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음주 자금이 집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CDO 디폴트 위험 증가..'모노라인'까지 월가 손실 줄줄이
최근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와 무디스는 50억달러 규모의 부채담보부증권(CDO)이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는 신호를 감지했다. CDO가 포함된 포트폴리오 등급까지 조정된다면 디폴트 선언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모간스탠리가 60억달러의 추가상각이 불가피하다는 애널리스트의 분석이 나왔으며 지금까지 신용경색을 무사통과한 골드만삭스까지 대규모 상각이 예상된다는 루머도 있었다. 골드만삭스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투자은행들 뿐 아니라 채권 발행시 보증 서는 것을 전문으로하는 보험사, 이른바 모노라인도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MBIA, 암박, ACA, 래디언 등이 다음 수 분기 동안 막대한 손실에 직면할 수 있다고 신용등급 평가사인 에간-존스를 인용해 보도했다. 일부는 보험업을 지속하기 위한 신규 자금 조달 능력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에간-존스에 따르면 MBIA는 담보물과 투자한 증권에서 약 202억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ACA는 적어도 100억달러, 암박은 43억달러, MGIC는 72억5000만달러, 래디언그룹은 72억달러의 손실을 각각 입을 것으로 분석됐다.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 5일 이들 모노라인이 AAA등급을 받기에 적절한 재무구조인지 점검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투자은행들이 모기지관련 증권에 대한 대규모 상각을 발표하면서 결국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은 높아졌다. 금리인하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들은 자사의 SIVs 등을 구원하기 위해 추가적인 자금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점증했다. 씨티는 이미 800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SIVs를 위해 76억달러를 제공한 것으로 지난달 말 금융당국에 보고한 자료에서 드러났다.

한편 씨티은행이 110억달러 규모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을 상각할 것이라고 발표한 이후 기업의 채무불이행 위험도를 나타내는 크레딧 디폴트스왑(CDS)이 3개월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모노라인의 CDS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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