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저신용자 대출의 딜레마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 2007.11.07 09:17
"소비자들 입장에서 보면 은행들이 진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6일 만난 한 시중은행의 임원에게 저신용자 대출시장 진출 전망을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은행들이 저신용자 대출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소비자들에게는 유리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다.
 
은행들에 대한 저신용 대출시장 진출 주문이 늘어나고 있다.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취지다.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달 17일 한 포럼에서 "제도권 금융사가 서민금융을 전담하는 회사를 세우는 등 서민금융 부문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도 제1금융권에 서민들을 위한 문턱을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고민하는 은행들도 '고위험·고수익' 성격의 저신용자 대출시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졌다. 국내 1위 은행인 국민은행의 강정원 행장은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소비자금융 검토를 시작했다"고 말했고, 다른 은행들도 계열사나 자체 상품을 통해 서민금융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했다.


하지만 검토를 하면 할수록 만만치 않다. 기업 논리를 뛰어넘는 여론의 요구 수준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진출하면 금리수준은 분명히 낮아지겠지만 그래도 '고금리'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자칫 시장논리로 접근했다가 "은행이 고금리로 서민들 등쳐먹는다"는 비판에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수익성을 생각하지 않고 접근했다가는 주주들이 가만 있을리 없고, 기업 생리에도 맞지 않다.

은행들이 고민하는 사이 저신용자 대출 시장은 외국계 은행, 저축은행, 캐피탈 등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서민들 입장에서는 시장논리대로 접근하더라도 누릴 수 있는 혜택마저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논리가 최선이 아닌 경우도 있지만 차선도 아닌 경우는 드물다. 최선이 안된다면 차선이라도 택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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