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씨티 "대안은 루빈뿐"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 2007.11.06 11:32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찰스 프린스 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뒤를 이어 '월가 성공 신화' 로버트 루빈 전 미 재무장관이 씨티그룹 회장에 임명됐다.

루빈 전 장관이 실질적인 경영 책임을 지는 CEO 자리를 고사한 데 따라 씨티그룹 유럽사업부 회장 윈 비쇼프 경은 임시 CEO를 맡게 됐다.

이로써 1999년 샌디 웨일 씨티그룹 전 회장의 자문역으로 씨티그룹에 첫발을 들인 루빈 전 장관은 현재 인선위원회가 물색 중인 후임 CEO와 함께 위기에 처한 씨티그룹의 미래를 책임지게 됐다.

씨티그룹은 지난달 초 서브프라임 여파로 59억달러를 대손처리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5일(현지시간) 80억~110억달러를 추가 상각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 충격으로 뉴욕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씨티그룹의 주가는 장중 전일 대비 6%까지 폭락하며 4년래 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씨티그룹은 현재 총체적인 난국을 맞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 여파로 3분기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3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57% 급감했다. 이에 10월1일 이후 씨티그룹의 주가는 57%나 떨어졌다. 일주일 전 스탠리 오닐 메릴린치 CEO에 이어 프린스 회장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옷을 벗은 두번째 월가 대형은행 CEO가 됐다.

잇달은 비보에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웨일 전 회장은 사업부문간 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와 원스톱 금융 쇼핑을 내세워 씨티그룹을 세계 최대 은행으로 일궈냈다. 씨티그룹은 현재 일반 상업은행은 물론 중개회사, 투자은행, 신용카드 사업까지 수행하고 있다. 진출국만도 100여 개에 달한다.


그러나 과거 씨티그룹을 금융왕국으로 만들었던 확장이 이제 독이 되고 있다. 금융기술 시스템은 낙후됐고 카우보이 문화로 대변되는 내부 조직의 통제는 난해해졌다. 무엇보다 거대 구조로 인해 수익성 실현이 한층 어려워졌다.

씨티그룹의 어려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향후 투자은행은 유동성 부족을, 소비자금융은 부동산 대출 감소를 겪을 전망이다. 홈디포, 시어스 등의 독자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카드사업부도 신용대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간체이스 등에 비해 상대적 열세에 있는 소매금융에서 여타 부문 실적 악화를 충당할 수 있을 만큼의 선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씨티그룹은 후임 CEO 인선에 한층 더 애를 먹고 있다. 인선위원회가 바라는 이상적인 새 CEO는 웨일 전 회장의 사업 비전과 루빈 전 장관의 지명도를 겸비한 인물이다.

이렇다 할 후보군조차 찾지 못한 지금으로선 루빈 전 장관이 최선의 대안으로 꼽힌다. 멕시코 바나멕스은행 합병과 같은 무게감 있는 대형 합병과 정계 인사들과의 교류 등에 있어서 그는 최적격이다. 신규 고객 영입과 사내 통합 측면에서도 그의 높은 지명도는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루빈 전 장관은 거듭 고사의 뜻을 밝히고 있다.

루빈 전 장관은 거물급 인사를 움직이기 위해선 회장과 CEO 직책 모두 주어져야 한다며 적당한 인물이 나타날 경우, 언제든지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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