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귀국한지 10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일부 투자가들이 관심을 표명하기 시작했고, 2006년 11월 한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기에 이르렀다. 당시 여러 투자가들 중 그 한 곳에 새로운 바이오 신약 사업의 기회를 준다는 심정으로 투자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당초 약속했던 계약은 처음부터 지켜지지 않았고 약정했던 투자금이 입금되는 데만 반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 와중에 투자사의 주인이 바뀌고 경영진 교체로 인한 진통도 만만치 않았다.
더욱이 투자 완료 후 불과 3개월 만에 '왜 빨리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느냐'는 재촉을 듣고 나니 바이오 벤처사업, 특히 신약개발 사업이 거액의 투자와 중/장기적 연구개발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단지 투자사의 주가 부양 등을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감마저 들 정도였다. 한국에서 벤처기업을 시작하자마자 접한 시장의 혼탁함과 절박함은 이대로 필생의 목표를 접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가'라는 자책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최근 바이오 벤처기업을 두고 '무늬만 바이오' 내지는 '실적이 검증이 안된다'며 푸념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실 일부 기업 투자자(Corporate Investment)들이 기업의 핵심역량 사업(Core business)이나 주력사업과는 무관한 바이오 분야에 적은 돈을 투자하고, 몇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의 주가부양에만 급급하며 불충분한 성과를 사실인양 발표하는 모습도 간혹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바이오 사업의 본질을 잘 알지 못하는 데서 초래된 웃지 못할 일들이다.
냉혹한 기업 비지니스 일선에서는 자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전문성도 부족하고 자본여력도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에 대한 환상만으로 사업 다각화라는 미명하에 고작 수억 또는 수십억 정도의 자본을 투자한 후 불과 몇 달만에 엄청난 반대급부를 바라는 일 자체가 어찌 보면 사업실패를 위한 보증수표에 다름 아닐 것이다.
바이오사업의 핵심은 '연구개발 (R&D)'이며, 그 가치는 '누가(who), 무슨 일(what)을 하는가'로 결정된다. 오랜 기초연구 결과를 수년에 걸쳐 꾸준히 사업화해나가야 하는 과정이 바이오 벤처인데, 연구&개발의 두가지 단계를 어떻게 불과 수개월이나 수년만에 달성할 수 있겠는가. 또 아무리 놀랍고 세계적으로 뛰어난 기술이 있다 한들 좋은 사람, 적합한 사람, 올바른 투자가를 만나지 못한다면 역시 백전백패하게 될 것임이 명확하다.
사실 한국의 바이오 분야 과학수준은 이제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투자와 사업화 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아직도 언론플레이나 과장된 홍보 등을 통해 주가를 부양한 후 선량한 투자자들을 우롱하다가 단기간에 원하는 만큼의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경영권이나 지분을 매각하며 전형적인 머니게임을 벌이는 일부 '선수'들이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바이오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우수한 기술 못지 않게 정상적인 자금지원을 통해 충분한 시간과 안정된 연구개발 환경을 보장하는 건전한 투자여건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기술을 뒷받침해 줄 좋은 투자자(right people)를 만나지 못한다면 사업의 성공은 보장할 수 없다.
세계적인 IT(정보기술) 기업인 구글의 성공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좋은 투자자들은 대부분의 스타트업 벤처기업이 공통적으로 겪는 경영능력과 자금력의 취약부분을 보완하며 창업자들이 비즈니스 일선에서 방향을 잃지 않고 목표지점을 향해 일로매진할 수 있도록 멘토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바이오 사업을 통한 미래가치의 극대화라는 긴 여정에 있어서, 기술과 자본은 끝까지 같이 가야할 상생(相生)과 협력의 공생관계이다.
'성공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눈앞에 닥친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며, 끊임없이 신기술을 연구/개발하면서', 대학의 실험실에서 연구한 세계 최고수준의 연구개발 결과를 사업화하며 'Right People'과 함께 블록버스터급 바이오 신약 개발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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