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홍콩 항셍지수는 전일 보다 1526.02포인트(5.01%) 내린 2만8942.32로 마감했다. 지난 2001년 9월 이후 6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중국 기업들로만 구성된 H지수는 1248.93포인트(6.39%) 폭락한 1만8291.20으로 거래를 마쳐 2004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원자바오 총리가 중국 개인투자자들의 홍콩 직접주식 투자가 실행되기 위해서는 선결 조건이 필요하다고 못박아 직접투자 연기 우려가 투매를 불렀다. 홍콩 증시는 최근 중국 개미들의 돈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 자금이 대대적으로 몰리면서 이상 과열 양상을 보여왔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3일 제6차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하고 있던 중 홍콩 기자들에게 "중국 정부는 이같은 계획이 중국과 홍콩 증시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에 대해 충분히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원 총리는 "대규모 자금 유출이 가져올 영향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을 해야 하며, 시장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 등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같은 발언으로 일단 중국 개인 투자자들의 홍콩 증시 직접 투자는 연기될 것임은 분명해졌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은 지난 8월20일 톈진 중국은행(BOC)에 계좌를 개설한 중국 개인 투자자들에게 홍콩 증시 직접투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홍콩 증시는 이에 따라 새로운 유동성 유입에 대한 기대감으로 크게 올랐다. 항셍 지수는 8월20일 이후 41% 급등했고 지난 30일엔 3만1638을 기록,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홍콩증시는 올들어 약 58% 정도 올랐다.
홍콩 증시에 자금이 몰리면서 홍콩 외환당국은 최근 홍콩달러의 절상을 막기 위한 지속적인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달러 페그제를 취하고 있는 홍콩 역시 달러 약세와 홍콩달러 강세란 추세 속에서 페그제를 유지하기 위해선 대규모 자금 유입에 제동을 걸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한편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증시 직접투자 허용 보류를 시사한 것은 부처간 불협화음과 인민은행 총재 교체를 앞둔 정치적 긴장의 결과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두 명의 홍콩측 고위 관료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8월 SAFE가 직접투자 허용안을 발표할 당시 홍콩 측은 이와 관련한 어떠한 고지도 미리 전해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직접투자 허용안의 잠재적인 피해자인 중국 증권거래위원회(CSRC)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이번 계획의 가장 큰 암초로 작용했다고 FT는 분석했다.
또한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의 후임으로 유력시되는 샹푸린 CSRC 위원장은 홍콩 당국과의 의사소통 채널이 거의 없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홍콩 고위 관계자는 "CSRC가 이번 계획에 반대하리라는 것은 명백하다"며 "개혁적인 마인드를 가진 저우 총재의 뒤를 이어 샹푸린 위원장이 인민은행을 이끄는 시나리오는 최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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