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기업 되려면 시장을 지배하라"

이경숙,오상연 기자 | 2007.11.06 11:08

[백년기업의 조건]<1-2>5대 증권사 및 5대 주식운용사 조사 결과 분석

편집자주 | 사람 나이 100살엔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들다. 그러나 기업은 다르다. 기업은 100살이 넘어도 성장한다. 경제와 사회를 이끈다. 한국의 미래 증시를 이끌 기업의 조건은 무엇일까? 머니투데이는 아시아지속가능투자협회(ASrIA), 에코프론티어와 공동기획으로 국내 대표업종 대표기업의 지속가능성을 9회에 걸쳐 분석한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강신우 한국투신운용 부사장, 박종현 우리증권 리서치센터장, 서용원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본부장, 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양정원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 파트장, 조홍래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최인호 하나UBS 주식운용본부장, 허남권 신영투신운용 상무,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가나다 순)

1876년,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은 미국 뉴저지 멘로(Menlo) 공원에 실험실을 열었다. 여기서 출발한 제너럴일렉트릭(GE)의 나이는 올해로 만 131세. GE의 시가총액은 엑슨모빌에 이어 미국 증시 2위다.

씨티그룹은 1812년, 쓰리엠(3M)은 1902년 설립됐다. 1765년 세워진 영국의 로이드TSB은행 역시 유럽의 대표적 은행주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 증시엔 장수주식이 있을까. 1956년 국내에 증권거래소가 설립된 이후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3분의 1이 지금은 시장에 없다. 동부증권은 코스피 기업의 평균 상장유지기간이 13.8년이라고 보고했다. 기업이 수익을 10년 이상 유지하는 건 그만큼 어렵다.

과연 미래 증시에서 수익을 10년 이상 유지할 종목은 무엇일까. 국내 증시 리더 10명 중 5명 이상이 꼽은 종목은 포스코, 한국전력, SK텔레콤, 신세계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시장 지배력이 높은 기업'이라는 데에 있다.

◇경쟁력 높은 '포스코', 불야성의 '한전'

↑포스코 파이넥스 설비
머니투데이가 10월 19일부터 일주일 동안 5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5대 주식펀드운용사 최고운용책임자(CIO) 10명을 조사한 결과, 이 중 7명이 시가총액 50대 종목 중 '10년 후에도 수익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기업'으로 포스코를 꼽았다.

올해 만 39세의 포스코는 '시장 전망'과 '경쟁력' 덕에 앞으로도 10년은 수익의 건강성을 지속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증시 리더들은 세계 철강수요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철강시장에서 포스코는 세계 3위 업체다. 인도, 베트남 등 해외투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도 크고 시장 지배력도 높은 셈이니 금상첨화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파이넥스(Finex) 공법은 포스코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기술선도력 덕분에 포스코는 원가 절감과 온실가스 저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이밖에 건전한 지배구조도 강점으로 꼽혔다.

만 46세의 한전은 증시 리더 10명 중 6명에게 표를 얻었다. 1961년 조선전업, 경성전기, 남선전기 등 3사 통합으로 출범한 한전은 국내 전력 발전과 송배전을 독점했다는 요인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전의 신규 원전 건설, 해외발전소 운영 참여는 펀더멘털 개선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통일도 기대 요인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남북 통일 이후에도 한전이 전력산업을 독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점진적인 전력 단가 인상"을 수익 지속성의 요인으로 꼽았다. 고유가 추세 속에 정부가 더 이상은 전력 단가를 현재 상태로 묶어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기대가 엿보인다.

◇내수시장의 강자, 신세계와 SKT

↑신세계 이마트의 소비자
국내 내수시장에서 성장한 SK텔레콤과 신세계는 앞으로도 그 거대한 뿌리가 성장의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조사에 응한 증시 리더 10명 중 5명이 그렇게 내다봤다.

창립 23주년의 SK텔레콤은 2100만여명 가입자가 수익의 든든한 토대다. 국내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 4200만여명 중 절반이 이 회사 고객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SK텔레콤이 이동통신 시장의 강점을 바탕으로 브로드밴드, 미디어 및 방송, 인터넷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77세 장수기업, 신세계의 비결 역시 내수시장이다. 신세계는 본점 영업을 시작한지는 77년, 현재의 법인을 연지는 52년이 지났다.

한 운용사 CIO는 "신세계는 백화점과 할인점 등 주요 유통분야에서 국내 지배력이 확고하다"며 "중국 등 새롭게 성장하는 아시아 지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성장 전략이 우수하다"고 평했다.

신한지주는 10명 중 3명의 표를 얻었다. 신한지주의 수익 지속성 요인은 한 마디로 '능동적인 시장 대처'.

신한지주는 적극적 인수합병(M&A)을 통해 비은행 부문으로 수익성을 다각화하고 있다는 점이 증시 리더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소유지배구조의 안정성도 호평의 요인이었다.

이밖에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SK도 두명 이상의 응답자가 '10년 이상 수익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0년 내 리스크 온다" 하이닉스ㆍLG필립스

지금은 시가총액 50대 기업이지만 10년 안에 심각한 도전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는 기업으로는 하이닉스LG필립스LCD가 꼽혔다. 두 기업 모두 '사업 집중'이 부정적 요인이었다.

증시 리더 5명은 하이닉스의 사업이 메모리반도체에 지나치게 집중됐다는 점을 우려했다. 현금 흐름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증시 리더 4명은 LG필립스LCD가 LCD제품의 지속적인 가격 하락과 과당 경쟁에 노출될까봐 염려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하이닉스와 LG필립스LCD는 일본, 대만, 미국 등 주요 경쟁업체들과 과잉 투자 경쟁이 일어나 수익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하반기 신제품 발표회
국내 증시 대표주인 삼성전자, 현대중공업에 대해선 증시 리더들의 전망이 크게 엇갈렸다.

삼성전자의 앞으로 10년을 좋게 보는 전문가는 세계 1위의 메모리반도체 및 LCD제조사라는 점, R&D 능력이 업계 최고라는 점, 중소기업과 상생협력을 지속한다는 점을 긍정적 요인으로 봤다. 인재 육성, 사회공헌을 잘한다는 평가도 있었다.

반대로 삼성전자가 앞으로 10년 안에 심각한 도전을 받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경쟁의 격화'를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

한 운용사 CIO는 "삼성전자가 경쟁력 유지를 위해선 막대한 투자 재원이 필요한데, 제품 가격을 둘러싼 경쟁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전무는 "삼성전자ㆍ현대중공업ㆍ두산중공업ㆍLG필립스LCD는 신기술을 끊임 없이 개발할 필요가 있는 데다가 중국의 추격, 또는 고유가 추세 반전시 고전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3. 3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4. 4 '日 노벨상 산실' 수석과학자…'다 버리고' 한국행 택한 까닭은
  5. 5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