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중 1명이 가입, CMA는 국민통장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07.11.06 09:00

[금융태풍 'CMA 신드롬'] (1)은행 흔드는 CMA

증권사의 자산관리계좌(CMA) 신드롬이 금융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보통예금과 비슷한 입출금에다 높은 금리혜택 등으로 무장한 CMA는 '예금=은행'이라는 관념을 깨뜨리며 시중은행에 잠겨있던 저리예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최근 CMA는 계좌수와 잔액이 420만개 이상, 25조원을 넘어서면서 새로운 국민통장이 되고 있다.

CMA는 미국에서 메릴린치가 1977년 처음 개발한뒤 은행에서 증권으로의 자금을 이동시키며 금융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던 주역이다. 바로 그 현상이 지금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현실화되고 있다.

CMA는 고객이 예치한 자금을 기업어음(CP)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국공채 등 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돌려주는 단기 고수익 상품이다. 이와 함께 은행의 보통예금과 같은 입출금기능, 공과금 자동납부, 체크카드, 인터넷뱅킹, 급여이체 등 결제기능과 주식거래, 공모주 청약 등 투자기능을 겸비한 종합자산관리계좌로 진화하고 있다.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 이후에는 CMA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 뒤흔드는 CMA=5일 한국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26일 기준 국내 각 증권사의 CMA계좌수는 422만4239개로 423만개에 육박한다. 잔액 규모도 25조592억3700만원으로 25조원을 넘어섰다.

CMA에 관련된 통계가 본격화한 2006년 6월말 기준의 계좌수와 잔액 규모는 각각 72만9681개와 2조7727만8000만원이었다. 불과 1년 4개월 사이에 계좌수는 5.8배, 잔액은 9.1배로 증가하는 등 폭발적인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들어 CMA 잔액은 증가세가 가속되며 은행 영업기반조차 위협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12월말 8조6630억9500만원이던 잔액은 10달 만에 16조4000억원이 불어났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큰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 CMA로 저리예금이 이탈하면서
그동안 핵심수익으로 꼽히던 순이자마진(NIM)이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각 시중은행들이 발표한 3/4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의 NIM은 지난해 1/4분기 3.94%에서 올 3/4분기 3.33%로 0.61%포인트나 하락했다. 대출 1억당 연 60만원의 이자마진이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1/4분기 2.77%에서 올 3/4분기 2.37%로 0.4%포인트 하락했다. 신한은행, 하나은행도 지난해 1/4분기 2.42%, 2.67%에서 올 3/4분기 2.21%, 2.27%로 하락했다.

정부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NIM 수익성이 낮아진 측면도 있지만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CMA 판매에 따른 영향도 무시못한다는 것이 금융업계의 분석이다. 은행들의 NIM하락은 올해들어 가속되는 형국이다.


CMA로의 자금이동은 은행들의 예금금리를 높여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한국씨티은행, 국민은행 등이 6.0%이상의 특판 정기예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다.

◇증권사도 일전불퇴=은행들의 예금금리 인상에 대한 증권사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맞불 작전의 일환으로 최대 연 5.3%까지 CMA 금리를 높이는 동시에 서비스를 강화하고 다채로운 이벤트를 마련해 일전불퇴를 외치고 있다.

계좌이체와 인터넷뱅킹 등 은행 이용의 편의성 뿐 아니라 주식거래는 물론 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 채권, 신탁상품까지 거래가 한 계좌에서 가능한 CMA를 발표하면서 '원스톱 금융활동'을 강조한다.

여기에 체크카드의 부가서비스를 강화해 주유시 할인액 적립과 놀이공원 할인, 무료 상해보험 가입 등 혜택을 제공하면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예금보호가 되는 종금사의 장점을 살려 최대 5000만원까지 예금 보호가 되는 점을 부각하고 업계 최고 수준인 연 5.3%의 금리를 부각시키고 있다.

우리투자증권도 최고 연 4.9%(RP형)의 금리와 체크카드 24시간 결제, 계좌통합조회 기능 등을 앞세운다.

현대증권은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처럼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을 장착했다. 지난 9월 3일부터 실시한 수시입출식 담보대출 서비스는 현대증권에 있는 위탁계좌와 수익증권 계좌, 증권저축 계좌 내 자산을 담보로 연 8%의 이율로 돈을 빌릴 수 있다.

대출기간은 약정일로부터 180일이며 약정 기간동안 자유롭게 한도 내에서 추가대출과 상환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올해 2월 1일부터 본격 선보인 굿모닝신한증권의 '명품 CMA'는 연 4.85~4.9%의 고수익과 남성 고객을 위한 2030, 여성 고객을 위한 레이디 등 2가지 체크카드로 나뉘어 테마파크와 영화표와 패밀리 레스토랑 할인,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면세점 할인 등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완규 현대증권 상품개발부장은 "고금리와 각종 편의 서비스로 무장한 CMA는 향후 금융시장의 선도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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