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비자금 폭로전 의문들 오늘 풀릴까

특별취재팀  | 2007.11.05 12:43

5일 2시 2차 기자회견…허술한 비자금 관리·비밀계좌 문제 등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김 변호사의 폭로가 계속되면서 삼성과 김 변호사간의 공방이 이제는 검찰, 국세청, 정치권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김 변호사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몇가지의 증거를 제시하고 있지만 삼성은 이를 부인하면서 현재까지는 양측의 진실공방 양상을 띄고 있다.

실제로 김 변호사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통해 삼성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폭로했지만 현재까지 삼성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는 상태다. 김 변호사가 공개한 계좌가 유일한 증거 자료이지만 이 자료가 계좌의 실제 주인이 삼성인지, 아니면 삼성의 주장처럼 김 변호사 지인의 것인지를 증명해 주지는 못한다.

삼성은 이 계좌의 주인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있지만 공개하기는 법률검토가 필요하다는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파문의 확산을 막지 못하고 있다.

진실을 밝혀줄 수 있는 검찰은 머뭇거리고 있다. 그 사이 김 변호사의 주장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X파일 사건 등과 맞물리면서 진실인 것처럼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삼성은 왜 김 변호사 명의의 비자금 계좌를 최근까지 사용했을까

김 변호사가 폭로한 내용의 핵심은 삼성이 임직원들의 차명계좌를 통해 비자금을 관리해 왔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김 변호사는 '자신도 모르게 개설된 우리은행 계좌 3개와 굿모닝신한증권 계좌 1개'를 공개했다. 이 계좌가 현재 삼성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뒷받침하는 유일한 증거이다.

삼성은 이 계좌가 '김 변호사가 삼성 재직 당시 동료의 요청을 받아 개설한 개인 계좌'라고 해명하고 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삼성이라면 차명계좌를 통해 그 정도의 비자금을 관리하지 않았겠나'라는 심증이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을 뿐이다.

다만 이게 삼성의 비밀계좌라고 하기에는 삼성답지 않게 너무 어설픈 면이 보인다.

김 변호사가 삼성을 상대로 폭로전을 벌일 수 있는 가능성은 이미 오래전에 감지됐음에도 불구하고 김 변호사가 그처럼 주장하는 '관리의 삼성'이 왜 그 계좌를 여태 살려뒀느냐는 점이다.

김 변호사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에서) 퇴사한뒤 구조본 인사팀 고위 임원이 굳이 만나자고 하더니 '삼성을 떠나서 나쁜 말 하면 불행해진다'고 협박했다. 한겨레 기획위원이 된 것은 이 무렵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한겨레의 기획위원이 된 것은 지난 2005년 9월이다. 김 변호사의 이야기 대로라면 삼성은 이미 2005년 9월 이전부터 김 변호사를 주시해 왔다는 얘기다.

게다가 김 변호사는 지난 5월25일 한겨레에 '삼성 편법 대물리 구조본 주도'라는 기사가 나간 후 자신이 근무하던 법무법인 서정이 삼성의 압력을 받고 자신에게 휴직을 권고했다(김 변호사가 서정을 상대로 제기한 소장)고 밝혔다. 그는 또 '2004년말 굿모닝신한증권 도곡지점에서 내역서가 날아왔다. 이듬해 5월 종합소득 신고를 앞두고 삼성쪽에서 차명계좌를 빨리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고 삼성으로부터 정리하고 있다는 답변을 듣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변호사가 공개한 계좌 중 1개(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 1002-635-******)는 올해 8월27일 개설돼 17억원의 현금이 입금됐다가 다음날 삼성국공채신 매수 자금으로 인출됐다.

김 변호사의 설명처럼 자신도 계좌를 조회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비자금 계좌'를 관리해 왔던 삼성이 올해 8월말에도 이 계좌를 사용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 시기는 삼성이 '김 변호사의 부인으로부터 협박편지를 받았다'는 시기이고 이미 김 변호사와 법무법인 서정과의 소송이 진행되던 시점이다. 삼성이 과연 삼성이 '위험인물(?)' 명의의 계좌를 이처럼 허술하게 관리했을지 의문이다.

◇김 변호사 "계좌 존재 확인"..시크리트뱅킹 계좌는 존재조차 확인 불가능하다


김 변호사가 주장한 계좌에 대한 의문은 또 있다.

김 변호사는 '자신의 차명계좌에 시크리트뱅킹이 걸려 있어서 존재 자체는 확인했지만 계좌번호, 거래내역은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에 확인한 결과 시크리트뱅킹서비스는 계좌 개설 후 고객이 신청하면 계좌거래 내역은 물론 존재 자체를 감춰주는 서비스다. 계좌 개설은 대리인이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오면 가능하지만 시크리트뱅킹서비스는 본인의 신청으로만 가능하다. 계좌 존재 및 거래내역 조회도 본인만이 계좌개설 지점에서 할 수 있다.

김 변호사의 주장처럼 삼성과 은행이 공모했다면 계좌 개설과 시크리트뱅킹서비스 신청은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계좌 조회다. 김 변호사는 '지난 10월19일 우리은행 △△지점에 확인한 결과 계좌의 존재는 확인했지만 거래 내역은 조회가 불가능했다. 10월24일 계좌조회를 요청했을 때는 계좌의 존재조차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시크리트뱅킹서비스가 신청된 계좌는 계좌조회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서비스가 신청된 지점을 직접 방문해 조회하지 않으면 계좌 존재 자체를 확인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 변호사가 공개한 차명계좌는 모두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2층에 있는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에서 개설된 것이다. 그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삼성센터지점(삼성 본관 2층)을 어떻게 가나'라며 삼성센터지점에 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계좌의 존재는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리하면 본인(김 변호사)이 직접 해당지점(삼성센터지점)에 가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는 시크리트뱅킹 계좌를 김 변호사는 다른 지점에서 확인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확인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 삼성은 '김 변호사가 동료의 요청을 받고 차명계좌 개설에 동의했고 차명계좌의 실제 주인도 알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폭로시점이 왜 지금인가= 김 변호사가 왜 지금 폭로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다. 삼성 재직시 급여와 스톡옵션을 포함해 102억원, 퇴직 후에는 3년간 고문료 명목으로 매월 2000만원을 받아놓고 이제 와서 폭로하느냐이다.

특히 그는 삼성의 압력으로 서정에서 퇴사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고 삼성과 고문계약이 끝나는 전에 협박편지를 보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김 변호사가 '어떤' 대가를 노리고 개인적 감정으로 이번 일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허위와 과장이 더해지고 있다는게 삼성의 주장이다. 특히 삼성은 김 변호사가 불행한 가정사, 정신과 치료(김 변호사는 서정을 상대로 제기한 소장에서 2달 넘게 항우울제를 먹어야 잠을 이룰 수 있을 정도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밝힘) 등으로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제단과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해 '김 변호사를 정신병자로 몰고 가려는 수작'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삼성으로부터 감시와 협박을 받으며 고민해 왔고 5개월여간의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스스로 구속될 각오로 고백한 것이며 폭로 이전 삼성의 온갖 회유도 거절한 마당에 대가를 바라고 한 행동은 절대 아니라고 사제단은 강조했다.

실제로 김 변호사는 지난달 이학수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 등 고위 임원들이 만나자고 제안했지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제단은 5일 이번 사건과 관련한 2차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이 자리에는 그동안 일부 언론사의 인터뷰에만 응했던 김 변호사가 직접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파문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재판, 2002년 대선자금, 검찰의 떡값 수수 의혹 등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사제단과 김 변호사의 2차 기자회견이 이같은 의문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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