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에 월가 CEO들 '추풍낙엽'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7.11.05 10:53

씨티, 메릴린치 CEO 등 세계시장 권력자들 잇따라 낙마

미국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들이 서브프라임모
기지 부실에 따른 수익 감소, 주가 급락, 대규모 자산 상각 등 경영 악화의 책임을 지고 잇따라 퇴진하는 등 큰 수난을 겪고 있다.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으며 세계 금융시장을 호령하던 권력자들이 올여름 신용경색에 추풍낙엽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씨티그룹은 모기지 부실에 따른 손실, 주가급락의 책임을 물어 찰스 프린스(57) 회장 겸 CEO를 퇴진시켰다. 샌포드 웨일의 뒤를 이어 CEO에 오른지 4년만에 권좌에서 물러나게 된 것.

그룹 회장직 후임에는 8년간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는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이 지명됐으며, 임시 CEO에는 윈프리드 비쇼프 경이 선임됐다.

신용경색 충격에도 불구하고 수주 전까지 건재함을 과시하던 프린스 회장은 지난주 투자의견 하향으로 주가가 4년래 최저치로 곤두박질치자 더이상 설자리를 잃었다. 씨티그룹 주가는 올들어 32% 급락했다.

지난 달 30일에는 모간스탠리의 스탠리 오닐 CEO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만 79억달러로 당초 예상(45억달러)보다 34억달러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자 주가가 급락하면서 사임압력이 거세졌고 결국 물러나게됐다.

월가 CEO들의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7월 스위스 투자은행 UBS그룹 피터 워플리 전 CEO가 경영부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2개의 헤지펀드의 급격한 손실을 공개하며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경색 사태를 확산시킨 장본인인 베어스턴스에서는 지난 8월 워런 스펙터 공동사장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물러났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지난 24일 진 테일러 투자은행 부문 책임자를 글로벌 자산 및 투자운용 부문 책임자인 브라이언 모이니한으로 교체했다. 테일러는 올해 말 은퇴할 예정이다.


◇월가 은행 추가손실 우려..CEO 도덕성도 도마에
대형 금융기관의 서브프라임 관련 투자로 인한 손실은 4분기 내내 금융시장을 혼란으로 몰아갈 변수로 부각됐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이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씨티그룹이 4분기중 80억달러에서 110억달러 규모의 추가적인 상각을 단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씨티는 주초 이를 공개할 계획이다.

지난주 도이치방크의 애널리스트는 메릴린치의 모기지 관련 자산 부실에 따른 추가 상각 규모가 10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프리드만, 빌링스, 램시의 비잔 모아자미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AIG의 3분기 손실 상각 규모가 98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AIG는 7일 3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손실 규모가 하나같이 천문학적이다.

CEO들의 도덕성도 도마에 올랐다. 투자자들이 위임한 돈을 운용하거나 회사의 자산을 투자하면서 불법과 편법을 저지른 일이 속속 드러나는가하면 일부는 자신의 이익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제임스 케인 CEO는 지난 여름 회사의 2개 헤지펀드의 청산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불러왔을 당시 골프나 카드 게임에 빠져 수시로 사무실을 비웠던 것으로 보도되며 원성을 사기도 했다.

메릴린치의 경우 모기지 담보 증권 관련 손실을 축소하기 위해 손실 산정을 뒤로 미룰 수 있는 모종의 거래를 헤지펀드들과 했다는 의혹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의해 제기되기도했다. 오닐 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주식과 연금 등 총 1억6150만달러(약 1460억원)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지며 월가 CEO 연봉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씨티그룹이 장부에 기록되지 않는 투자펀드를 운용해 손실을 입은 것에 대한 회계처리를 조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산소마스크 내려오고 승객들 코피 쏟고…대만행 대한항공편 긴급 회항
  2. 2 '처형 강제추행' 혐의 유영재, 검찰 송치…선우은숙 측 녹취록 인정
  3. 3 절반이나 남아 생산라인 세웠다…재고 쌓인 전기차
  4. 4 '상간녀' 저격했는데 엉뚱한 사람…황정음, 3개월 만에 결국 피소
  5. 5 새까맣게 덮인 북한산 정상…'러브버그' 놀란 비명 더 멀리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