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선택보다 '자산배분'이 수익률 좌우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 2007.11.12 11:00

[머니위크]민주영의 펀드 투자학

올해 프로야구 시즌이 얼마전 막을 내렸다. 하지만 겨울이라고 해서 야구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일명 '스토브리그'가 시작된다. '스토브(Stove)'란 말 그대로 난로를 말하는 데 선수들의 계약 갱신이나 트레이드가 이뤄지는 기간으로 난로를 둘러싸고 선수에 대해 평판을 한다는 데서 생긴 말이다.

내년 새로운 시즌을 대비해 우수한 선수는 계약을 연장하거나 혹은 외부로부터 새로 영입을 시도한다. 이때 구단주나 감독은 현재 팀의 약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포지션별로 어떻게 보강해야 할지에 대해 먼저 평가를 내리게 된다.

우수한 선수라고 해서 무조건 영입하려기보다는 우리 팀에 필요한지부터 따지는 것이다. 공을 잘 던지는 투수만 10명 있다고 해서 결코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투수도 필요하고 포수도 필요하고 수비수나 타자 등 포지션별로 고루 갖춰야 비로소 강팀이 될 수 있다.

펀드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무조건 수익률이 높았던 상품만으로 포트폴리오를 갖췄다고 해서 우수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펀드에 투자하기로 하면 가장 먼저 구체적인 펀드 상품부터 선택하려고 한다. 우선 어떤 운용사의 어떤 펀드가 유망한지 따진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투자의 성공과 실패는 어떤 상품에 투자하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오히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체 자산 중에서 주식펀드나 채권펀드, 은행 예·적금 등으로 어떻게 나누냐이다. 이를 자산배분(Asset Allocation)이라고 한다. 즉 주식, 채권, 현금성 자산 등 주요 자산군으로 투자 자금을 나눔으로써 투자위험을 조정하고 분산 투자하는 포트폴리오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들 각 자산은 투자위험과 기대수익의 수준이 각기 다른 데다 각기 다르게 움직인다. 예를 들어 한 자산의 가치가 오르면 다른 자산은 감소하거나 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자산배분은 많은 투자자들에게 대규모 손실에 대한 최선의 보호가 된다.
 
실증적으로도 자산배분의 중요성이 입증된 바 있다. 지난 1974년부터 83년 사이에 이뤄진 미국 91개 대규모 연금플랜에 대한 연구(Gary Brinson,L.Randolpf Hood, and Gilbert L.Beebower, Determinants of Portfolio Preformance, Financial Analysts Journal (July~August 1991),pp.39~44.)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각 연금플랜의 수익률 변동의 3가지 요소를 자산배분결정, 시장예측, 증권선택으로 나눠 파악했다. 시장예측이란 앞으로 주가가 오를 것인가 떨어질 것인가를 예측해서 주식 등에 대한 투자비율을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증권선택은 향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선택해서 투자하는 의사결정이다.

연구 결과 이러한 3가지 요소 중 자산배분결정이 연금플랜의 총 수익률 변동에 대해 91.5%를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증권선택이나 시장예측 요소는 각각 변동의 2.7%와 1.8%만을 설명했을 뿐이다.

이는 자산배분정책이 포트폴리오 성과에 가장 중요한 결정요인이며 시장예측과 증권선택이 예상보다 적은 역할만 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따라서 주식펀드나 채권펀드의 선택은 전체 자산을 가치주식 펀드나 성장주식 펀드, 장기채권 펀드나 단기채권 펀드 등으로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결정한 다음에야 해야 할 일이다.
 

자산배분결정이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이라면 최적의 자산배분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모든 사람에게 다 맞은 최적의 자산배분을 결정할 수 있는 간단한 공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투자자의 투자목표와 적절한 투자기간, 투자위험 허용 수준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 자산배분은 한 번 하는 '이벤트(Event)'가 아니다. 그것은 삶을 살아가면서 계속 반복하는 것이며 계속 개선하는 과정(Process)이다.
 
우선 각 자산에 대한 투자 비율을 정하기 위해서는 각 자산에 대한 비교적 장기적인 기대 수익률 예측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은퇴 후 생활자금 마련을 위한 자산배분을 보자. 은퇴시점에 필요한 생활자금에서 현재 준비된 자산을 빼면 앞으로 모아야 하는 자산의 규모를 계산할 수 있다. 품위있는 은퇴 생활에 필요한 부족 자산을 모으기 위해서 주식펀드와 채권펀드 등에 대한 적절한 투자 비중을 결정해야 한다.
 
현재 자산상태와 투자규모,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은퇴시점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기대수익률을 산출할 수 있다. 이후 이 기대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주식펀드나 채권펀드 등에 대한 장기적인 기대 수익률 등에 따라 각각의 투자 비중을 정한다.

이런 방식은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식펀드의 경우 연 10%, 채권펀드의 경우 연 5% 기대수익률을 갖는다고 가정한다면, 주식펀드 50%와 채권펀드 50%의 조합은 연간 7.5% 정도의 기대수익률을 가질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결정하는 것을 '전략적 자산배분(Strategic Asset Allocation)'이라고 한다.
 
장기간에 걸친 전략적 자산배분은 상대적으로 융통성 없는 전략으로 보일 수 있다. 비정상적이거나 혹은 기대했던 투자 기회를 잡기 위해 자산배분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이처럼 미리 정한 포트폴리오에다가 마켓타이밍(Market timing)의 요소를 더함으로써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러한 것을 '전술적 자산배분(Tactical Asset Allocation)'이라고 하는 데 이는 일반적으로 적극적인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전술적 자산배분은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의 흐름에서 짧은 투자기회를 잡아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투자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재무설계사(FP)들이 자산배분과 관련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100-나이' 법칙이다. 만약 현재 35세라면 자산 중 65%를 주식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채권이나 현금성 자산 등에 남기는 것이다. 이는 매우 손쉽게 자산배분을 결정하는 유용한 방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산배분 결정에 있어 하나의 가이드라인(Guide line)일 뿐이다. 부양해야 할 부모나 배우자가 있는지 등의 중요한 정보는 전혀 감안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러한 자산배분이 결정되면 구체적으로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자산별로 적합한 상품 유형을 정해야 한다. 주식의 경우 가급적이면 주식투자 비중이 높은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주식편입비가 낮은 혼합형이나 차익거래형과 같은 특수한 유형의 펀드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잡한 펀드일수록 투자자에게 가려진 그늘이 많기 때문에 단순한 유형의 펀드가 좋다.
 
이제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서야 투자할 구체적인 펀드상품을 선택한다. 이처럼 펀드를 선택하는 것은 가장 마지막에 해야 할 의사 결정 단계다. 펀드를 선택할 때는 과거 높은 수익률만 보기보다는 운용스타일을 일관되게 지키는 펀드를 선택한다.
 
오늘날의 투자관리는 더 이상 시장을 능가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최소의 위험으로 자신의 투자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적절한 장기전략을 찾는 것이다. 따라서 '재산증식'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투자자와 투자전문가는 최적의 자산배분정책을 결정하고 이를 시장상황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장기간 유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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