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계속된다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 2007.11.04 16:01

신용경색 재연 움직임 뚜렷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9월 0.5%포인트 인하에 이어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두번째 금리 인하다.

당시 FRB는 금리 인하 이유를 경기 침체 우려에 대처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말로 더 이상의 추가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FRB의 의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 금리 인하 효과는 하루짜리?

금리 인하 결정 당일인 지난달 31일 뉴욕 증시는 FRB의 선택에 화답이라도 하듯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했다. 31일 다우지수는 1.0%, S&P500지수는 1.2% 상승했다. 나스닥지수도 1.51% 뛰어올랐다.

하지만 하루 뒤인 1일 뉴욕 증시는 언제 그랬냐는 듯 곤두박질쳤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가 각각 2.6% 2.64% 급락했다. 나스닥지수 역시 2.64% 떨어졌다. 전일의 금리 인하 결정보다 추가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말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세계 최대 은행 씨티그룹의 투자 의견 하향과 세계 최대 정유사 엑슨모빌의 실적 악화가 도화선이 되긴 했지만 사실 1일 급락장의 주된 원인은 신용경색 재연에 대한 우려였다.

◇ 신용경색 재연 '뚜렷'

월가 투자은행 메릴린치는 앞서 3분기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모기지 부문 손실로 79억달러를 대손 상각 처리했다. 메릴린치 역사상 최대 수준이다.

서브프라임 여파로 3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57% 급감한 씨티그룹 역시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자산 상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프린스 씨티그룹 CEO도 사실상 퇴진이 결정됐다.

문제는 월가 금융권 부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도이치뱅크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마요는 1일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월가 투자은행들이 4분기 모기지 자산 부문에서 100억달러를 추가 대손 상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요는 각각 40억달러 추가 상각이 예상되는 메릴린치와 씨티은행은 물론 베어스턴스와 모간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와코비아 등도 추가 상각을 피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FRB가 다시 유동성 공급에 나선 것도 불안하다. FRB는 1일 410억달러를 단기 금융시장에 투입했다. 9.11 테러 당시 503억달러가 투입된 이후 최대 규모의 유동성 공급이다. 연준은 8월 신용경색이 현실화된 이후 이를 완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 금리 3%대 간다

31일 금리 인하 결정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FRB를 당황케 하기에 충분하다. 이번 금리 인하는 기대했던 경기 진작 대신 고유가, 약달러 기조만 강화시켰다.

3일 달러/유로 환율은 사상 처음으로 1.45달러선을 넘어서며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이날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보다 0.55%(0.79센트) 오른 1.4504로 마감했다.

유가 역시 사상 최고. 이날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12월 인도분 가격은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2.61%(2.44달러) 급등한 배럴당 95.93달러에 거래됐다.

금값도 28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선물 11월 인도분 가격은 1.9%(15달러) 오른 온스당 805.70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우려했던 물가는 안정세다. 1일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9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율은 연율 기준 1.8%로 FRB의 목표선 1~2% 안에 머물렀다. 전월 대비 상승률도 0.2%에 그쳤다.

이에 추가 금리 인하를 말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영국 텔레그라프지는 이날 추가 금리 인하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어디까지 금리 인하가 계속될지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상당수 월가 전문가들도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금리 인하만으로 서브프라임 사태 충격을 완전히 흡수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근 연체자를 양산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2년 전인 2005년 여름 판매된 것이다. 이후 올해 2분기 판매 급감 때까지 이 위험천만한 모기지의 판매는 계속됐다. 지난해와 올초 판매된 모기지가 추가 부실을 야기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내년에도 미 금융권 부진과 주택시장 침체가 계속될 것이며 이에 따른 침체 우려에 대처하기 위해 기준금리가 3%대까지 내려갈 것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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