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과거와 미래' 한국이 짓는다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 2007.11.05 09:21

['해외건설 역사, 우리가 쓴다]①쌍용건설

▲싱가포르 '래플즈시티' 복합건물
싱가포르 사람들이 한국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건 무엇일까. 88서울올림픽이나 2002한일월드컵일까. 김치나 태권도, 대장금일까. 아니다. 정답은 쌍용건설이다.

싱가포르에서 한국은 쌍용건설의 나라로 통한다. 싱가포르 국민들의 생활 곳곳에 쌍용건설의 손길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쌍용건설이 지은 건축물과 함께 하는 싱가포르 국민들. 싱가포르 속 쌍용건설 발자취를 찾아봤다.

◇요람에서 맺는 인연=1924년 설립된 'KK병원'은 싱가포르에서 가장 역사 깊은 병원이다. 국민의 70%가 이 병원에서 태어나는 만큼 싱가포르의 요람으로 통한다.

싱가포르 정부가 노후된 병원 건물을 새로 짓되 'KK병원'의 역사와 전통을 계속 잇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 대다수의 추억이 깃든 소중한 건축물을 함부로 없앨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1994년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속에 '뉴KK병원'(1개동, 825개 병실) 건설 공사가 시작됐다. 공사를 맡은 회사는 쌍용건설. JDC(일본국토개발) 등 10여개 대형 건설사가 입찰 경쟁을 벌였지만 쌍용건설은 고급 건축물과 병원 시공 능력을 인정받아 'KK병원' 재건 공사를 꿰찼다.

'뉴KK병원'은 1997년 완공 이후 싱가포르 최고의 최첨단 병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7년 현재도 신생아의 3분의 2 이상이 태어나면서 국민 요람이라는 타이틀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1924년 설립된 KK호텔을 새로 지은 '뉴KK호텔'

싱가포르 최대 규모의 '국립실내체육관'도 쌍용건설이 지었다. 이 체육관은 국제규격을 갖춘 싱가포르 최초의 체육관으로 한번에 1만3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1989년 완공 이후 각종 국제대회는 물론 공연 집회 서커스 콘서트 등 국민들의 여가 및 문화생활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가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은 '크란지경마장'도 쌍용건설의 작품. 싱가포르 시내에 있던 기존 경마장을 크란지 일대로 이전·확장한 이 경마장은 3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관람석과 1300∼2000m의 트랙 3개, 6층 규모의 특별 관람석 등으로 이뤄져 있다.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견학올 정도로 싱가포르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경마 마니아인 제니퍼 취(Jennifer Chee·47)는 "경마 사고 방지를 위해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과 직원들이 직접 잔디를 깔고 공사 현장 자갈을 골라냈다는 얘기를 듣고 감동받았다"며 "쌍용건설의 꼼꼼함에 반해 집도 쌍용건설이 지은 피어스빌라로 이사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자존심 '래플즈' 프로젝트의 주인공=1887년 건립된 '래플즈호텔'은 국가 유적지로 지정된 국보급 호텔이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데다 독특한 건축양식을 갖추고 있어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 마이클 잭슨 등 유명 인사가 동남아시아를 여행할 때 반드시 찾는 곳이다. 이 호텔의 바텐더가 만든 '싱가포르 슬링'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칵테일이 되기도 했다.

▲싱가포르 국보급 호텔 '래플즈호텔'

1980년대 들어 래플즈호텔의 노후화는 싱가포르 정부와 국민들의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건물 뼈대를 그대로 유지하는 복원 사업을 추진했지만 까다로운 공사를 맡겠다고 나서는 건설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쌍용건설은 1989년 래플즈호텔 복원공사를 맡아 2년여만에 싱가포르의 자존심을 살려냈다. 지하 1층 지상 3층 6개동 104개 객실이 기적처럼 복원됐고, 래플즈호텔 역사관과 명품관 등 상가 4개동이 신축됐다.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복합건물 '래플즈시티'도 쌍용건설의 손에서 태어났다. 래플즈시티는 1986년 준공 당시 세계 최고층 호텔로 기네스북에 기록된 스위스호텔 스탬포드(지상 73층, 1267개 객실)와 래플즈 플라자 호텔(지상 28층 2개동, 798개 객실), 오피스빌딩(지상 42층) 등으로 이뤄져 있다.

쌍용건설은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48시간 연속 콘크리트 타설 신기록을 세우며 3∼4일만에 1개층을 올려 싱가포르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래플즈시티 완공을 1년 앞둔 1985년 8월, 싱가포르 리콴유 전 수상은 독립 26주년 기념연설에서 "우리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한국인이 래플즈시티에서 보여준 것과 똑같이 해낼 수 없습니다. 한국인은 강인했고 우리 모두 래플즈시티 프로젝트에서 그것을 직접 확인했습니다"라며 쌍용건설을 극찬하기도 했다.

▲초호화 주거시설 피어스빌라
◇신성장동력 마리나베이에 꽂은 깃발=쌍용건설은 1980년 싱가포르에 진출한 이후 최대 복합건물인 선텍시티와 리콴유 전 수상이 집무실을 차린 캐피탈타워를 짓는 등 고급 건축물 시공 부문 1인자로 평가받고 있다.

△리앙코트 △캐피탈스퀘어 △탄톡셍병원 등 도심 주요시설부터 △피어스빌라 △파크오아시스 △베이쇼파크 △창이라이즈 △오션프론트 등 최고급 주거시설 공사도 도맡아 진행했다.

지난 9월에는 마리나베이샌즈 복합리조트 개발의 중심사업인 '마리나샌즈호텔' 공사를 6억8600만달러(약 6300억원)에 단독 수주해 싱가포르 건설시장의 절대 강자임을 증명했다.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 조감도
마리나베이 리조트는 싱가포르 정부가 선진국 그룹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국가 경쟁력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2009년말까지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일본 시미즈, 프랑스 드라가지, 홍콩 개몬 등 세계 유수의 건설사들도 입찰에 참여했지만 쌍용건설은 이들을 제치고 싱가포르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성장동력을 건설하게 됐다.

발주사인 라스베이거스샌즈사는 쌍용건설이 최저입찰가를 제시하지 않았음에도 쌍용을 시공사로 선택했다.

쌍용건설의 싱가포르 고급건축물 실적을 높이 평가한데다 "어떤 프로젝트도 적정한 이윤이 없이는 최고 품질의 건축물을 지을 수 없다"는 김석준 회장의 논리에 공감한 것이다.

2600객실 규모 호텔과 5만4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컨벤션센터,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벤트장·쇼핑센터 등이 들어서는 도심형 복합리조트의 중심. 이것이 바로 2007년 11월 싱가포르 속 쌍용건설의 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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