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굴뚝주, 창원인천 곳간 채운다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 2007.11.19 13:08

[머니위크]증시 지방분권시대 '활짝

도시가 살찌려면 그 곳에 사는 이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야 한다. 기업은 도시의 곳간이요, 창고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대로 잘 나가는 기업을 가지는 것은 도시의 행운이다.

증시도 우상향의 궤적을 그리려면 잘 나가는 기업, 이른바 주도주가 있어야 한다. 두산중공업과 동양제철화학 같은 기업은 최근 증시의 주도주다.

두산중공업은 경상남도 창원의 기업이고 동양제철화학은 인천의 대표기업이라 할 만 하다. 창원과 인천 기업은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지갑을 채워주고 있고 여의도 증시에서는 전광판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증시에 경상도 사나이와 인천 연안부두의 노래 소리가 들린다. 경남 창원 공장 사나이들의 작업복으로 상징되는 굴뚝주가 주가 상승의 오른쪽 날개라면 인천 연안부두를 바라보며 바다와 호흡하는 인천 기업들의 부활은 왼쪽 날개다. 인천의 동양제철화학과 창원의 두산중공업을 필두로 한 이들 지역의 대표 기업들은 주가 상승률과 성장성, 자산가치 등으로 서울과 타 지역 기업들을 압도하고 있다.

인천의 동양제철화학 주가 비약이 태양광 발전이라는 미래형 산업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다면 창원의 두산중공업은 중국 효과와 중동의 오일머니 등에 기반한 굴뚝주의 가치 재발견이다. 현실에서는 요원한 서울을 탈피한 지방분권이라는 대의가 적어도 주식시장에서는 성취되고 있는 셈이다.

◆ 경상도 사나이..창원대표 두산중공업
창원의 대표기업 두산중공업은 연일 주식가치가 한단계씩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거래소 시가 총액 10위에 진입한데 이어 시가총액 순위를 한단계씩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1일 기준으로 7위에 올라 있다.

기술주의 강자인 SK텔레콤과 LG필립스LCD를 제친데 이어 화학ㆍ에너지주의 대표주자 SK에너지, 금융주의 강호 우리금융도 앞서고 있다. 기업 본사 소재지로 따져보면 서울의 강호들이 창원의 터줏대감에 허무하게 자리를 내준 셈이다. 또 7위 이내에는 굴뚝주 중 포스코(철강), 현대중공업(조선)과 두산중공업만이 포함돼 굴뚝주의 대표 3인방의 위상을 뚜렷하게 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포항(포스코 소재지), 울산(현대중공업), 창원(두산중공업) 등 지방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원전, 담수, 엔진 등 두산중공업과 관계사의 업황이 좋다"며 "화력발전이 원자력발전으로 대체되고 있고, 담수 플랜트 건설 수주, 선박용 엔진 판매 등도 모두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은 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주변 국가의 동반성장과 수혜로 요약되는 중국 효과 외에도 고유가를 바탕으로 한 중동 부국의 오일달러 효과도 누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중동국가들은 경
제발전을 꾀하면서 담수, 정유, 석유화학, LNG, 발전 부문에서 초대형 프로젝트를
계속 발주하고 있으며, 플랜트 엔지니어링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선 두산중공업 등 국내업체들이 이들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고 있는 것.

◆ 지금은 광합성중..인천의 강자 동양제철화학
두산중공업 못지 않은 주가 상승은 인천에 위치한 동양제철화학에서 나타나고 있다. 연초에 5만원대이던 동양제철화학은 현재 35만원대를 넘고 있다. 이달 초에는 4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으로 시가총액도 1조원대 기업에서 7조원대로 훌쩍 뛰어올라 대기업 굴지의 계열사들을 제쳤고 코스피 기업에서 시가총액면에서 30위권(1일 기준 38위)에 올라있다.

동양제철화학 급등은 실적에 대한 호평보다는 미래의 성장성에 대한 선점투자라는 측면이 강하다. 벤젠, 카본블랙 등 기존 주요 생산제품의 가격이 오르고는 있지만 이보다는 태양광 발전의 원료인 폴리실리콘의 상업생산이 임박한 것 등에 대해 후한 평가가 내려진 탓이다. 또 인천 학익동 부지 개발 가시화, 소디프신소재, 컬럼비안 케미칼(CCC), OCI 등 자회사 지분 가치 등도 동양제철화학의 매력이다.

증권사들은 동양제철화학이 2010 ~ 2012년 전후 폴리실리콘 생산 기준으로 세계 6위권의 메이저 업체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2004년 이전 수준(배럴당 30달러 선)까지 급락하지 않는 한 세계 태양광 발전 및 폴리실리콘 수요 급증이 예상되므로 동양제철화학의 성장 동력은 지속적으로 왕성하게 가동된다는 것이다.

◆ STX엔진.삼성테크윈.현대제철..즐비한 강자들

인천과 창원은 이들 주력 기업 외에 여타 기업들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창원에는 STX그룹의 STX엔진(선박용 엔진 제작업체)과 삼성그룹의 삼성테크윈도 위치해 있다. STX엔진은 STX(경남 진해 소재), STX팬오션 등이 포진해 조선과 운송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STX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연초 2만원대이던 주가가 9만원대까지 상승한 상태다.

삼성증권은 STX엔진에 대해 선박의 신규 수요 급증 및 엔진 업체의 공급능력 한계로 수주단가가 가파른 상승세(2003년 이후 매년 10% 이상)를 보이고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부분의 중간재를 자회사인 STX엔파코를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어 뛰어난 원가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매력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STX그룹이 STX팬오션의 국내 상장과 조선과 해운 경기 호황으로 동반 약진하는 것도 STX엔진의 매력이다.

삼성그룹 계열사 삼성테크윈도 최근 주가가 하락하고는 있지만 연초 3만원대에서 7만원대 초반까지 뛰어올랐었다. 삼성테크윈은 장갑차같은 방위산업 제품부터 디지털카메라 같은 IT소비재 제품까지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주포 등 지상전투장비를 생산하는 삼성테크윈의 제1사업장은 창원시 성주동에 터잡고 있다.

인천에는 현대제철, 대우차판매 등이 있다. 인천의 주요 기업인 현대제철은 종합제철소로의 변화를 예약하며 연초 3만원대 중반에서 최근 10만원대 돌파까지 시도하는 위력을 선보였다.

연산 800만t 규모의 열연·냉연·철근 공장을 가동 중인 현대제철은 2011년까지 일관제철소 건설에 5조2400억원을 투입, 세계 10위권의 제철소로 도약할 계획이다. 일관 제철소가 완성되면 현대ㆍ기아차 같은 탄탄한 수요처가 있는 만큼 완벽한 전후방 일관 생산체제가 구축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충남 당진으로 주력 사업장이 점진적으로 옮겨갈 예정이지만 인천 공장은 여전히 현대제철의 터전이다.

대우차판매는 인천 송도 부지를 테마파크로 육성한다는 계획 등을 발표하며 미래형 레저사업에 대한 의지를 밝힌 상태다. 기존에 GM대우차 등의 판매대행이라는 본업에서 탈피해 건설사업, 자회사를 통한 캐피탈업 등을 왕성하게 벌이는데 이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장착했다는 평가다. 테마파크 개발에는 미국의 파라마운트가 참여할 예정이어서 레저부문의 구조적인 성장세와 글로벌 브랜드(파라마운트)와의 합작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게 호평의 이유다.

굿모닝신한증권은 테마파크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2100억원대 이상의 수익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또 본사 소재지는 아니지만 인천에 알짜배기 땅을 갖고 있는 한진중공업(인천 율도 부지)과 한화(소래.논현 지구 등에 공장 부지 보유) 등도 준인천 기업이라 할만 하다. 한진중공업은 조선과 건설업을 겸하는 업체여서 한쪽이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더라도 다른 쪽으로 모자란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키움증권은 한진중공업에 대해 건설.조선업 등 영업 가치(4조6000억원), 필리핀 수빅조선소 가치(2조3000억원), 보유 부동산 가치(2조원) 등을 따져보면 7조원대의 가치가 있지만 현재는 4조원대 중반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액면가로만 따져보면 30 ~40%대의 상승여력이 있다는 것.

◆ 인천.창원 결합 하이브리드 강자들..한화.두산인프라
한화는 그룹의 주력금융사로 부상하고 있는 대한생명의 자산가치와 보유 중인 인천 땅(소래.논현 지구 부지) 등의 활용 여부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52년 한국화약으로 설립된 한화는 55년 당시 조선유지공판 인천공장을 인수해 공장을 지으면서 전문업체의 터전을 닦았다. 이후 전남 여수, 충북 보은, 경남 창원 등에 공장을 짓거나 확장하면서 전국구 기업으로 우뚝 섰다.

한진중공업과 한화는 지주회사로 전환했거나 장기적인 전환 계획을 갖고 있어 올해 증시의 주요 테마였던 지주회사를 회사 가치 상승과 성장동력 수단으로 잘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 두산중공업의 계열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창원과 인천 양쪽 모두에 공장을 갖고 있는 회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인천 공장이 지난 75년 준공됐고 창원 공장이 77년 준공된 사실을 감안하면 두살 터울의 튼실한 30대 자녀들을 둔 든든한 아버지에 비유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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