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혼란의 시대' 개막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7.10.31 16:22

900원선 붕괴불구 하락폭 전망 어려워...변동성 높아질 것

원/달러환율 900원선이 붕괴됐다. 이제 800원대 환율시대가 열린 것일까.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약세가 확연하고 주가 상승세 또한 당연시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원/달러환율이 800원대로 주저앉았다고 보는 게 대세다.

그러나 800원대 환율을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요인이 수북하다. 미국의 콜금리 인하가 지속적인 달러약세를 유도하겠지만 원화는 이미 과도한 절상국면에 접어든 상태기 때문이다.

△1140원 붕괴와는 다르다=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간 마지노선으로 구축됐던 1140원선이 붕괴됐을 때는 당장 930∼950원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원/엔환율이 1000원(100엔당)을 넘었고 무역수지 흑자도 연간 200억달러에 달했다. 증시도 바닥을 치고 본격적인 상승국면으로 돌입하기 시작한 때였다.

재정경제부를 위주로 한 당시의 외환당국은 사뭇 고집스러게 특정환율을 고수하면서 안팎의 비난을 자초했다. 그 결과도 참혹했다.

이번에도 지난해 12월부터 11개월동안 지켜졌던 913원선이 무너졌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급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횡보기간이 길수록 일단 움직이게 되면 충격이 있는 법이다.

그러나 현재 원/엔환율은 겨우 780원에 불과하다. 무역흑자는 지속되고 있지만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은 연일 코스피증시에서 자금을 빼내가고 있다.

특히 최근 외환당국의 개입은 경직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너무 유연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약해졌다. 특정레벨 고수는 생각할 수도 없으며 해외 동향과 어긋나게 조치를 취하는 적도 없다.


△달러약세가 대세= 미국이 서브프라임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지난 9월18일 콜금리를 0.5%포인트 낮췄고 이번 FOMC에서 추가 금리인하가 기정사실이다.
그러나 0.25%포인트의 금리인하는 금융시장에 모두 반영된 상태다.

씨티은행은 원/달러환율이 880원까지, 메릴린치는 850원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날 외환시장에서 개입보다 세게 달러매수에 나섰던 곳은 다름아닌 역외세력이었다.
겉으로는 환율 급락 주장을 퍼뜨려놓고 FOMC를 앞두고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다. 단 1주일만에 수십억달러에 대해 15원 정도의 이익을 본 초단타 환투기의 전형을 보여준 셈이다.

미국이 계속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서면서 미달러가 휴지가 된다면 원/달러환율은 끝모를 하락세를 일관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하는 미국 경제의 취약성을 대변한다.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라는 것은 소비 침체와 제조업 이익 감소 등 경기둔화를 말한다. 이는 증시에 악재이며 외환시장에서 다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전망 불가= 900원선이 붕괴됐다고 해서 880원, 850원을 전망할 수 없다. 오히려 이날을 기점으로 환율 하락세가 일단 종지부를 찍었다는 게 적절한 얘기가 될 수 있다.
물론 당장 환율이 상승추세로 돌아설 것이라고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일방적인 하락이 아니라 900원선 중심의 등락 횡보장세로 빠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현재 시장에는 달러약세 전망이 너무나 팽배하다. 이는 이미 약달러, 즉 환율하락을 예상하고 천문학적인 규모의 베팅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시장은 꼭 다수가 예상하는데로 가지 않는다. 900원선 붕괴는 800원대 환율시대의 개막이 아니라 환율 방향을 알 수 없는 혼란의 시대가 열린 것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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