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電 10년만의 M&A 단상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07.11.01 10:36
"반도체 공시 나갔습니다."

30일 삼성전자 홍보팀 A과장으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왔다. 조금 후에는 직접 홍보팀 B차장이 전화를 걸어 왔다. "이스라엘의 팹리스 회사를 인수한 겁니다. 예, M&A 맞습니다. 계약을 체결한 수준이 아니라 인수 작업을 끝낸 겁니다." 기자가 묻기도 전에 공시 내용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했다. 전화기 너머 그의 목소리는 약간 들떠 있었고 자신감이 넘친다는 느낌도 들었다.

대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M&A를 통한 성장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 비해 삼성전자는 유독 '나홀로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던 참에 나온 간만의 M&A였으니 그럴법 하다고 이해가 된다. 기자도 '이거 기사되네'라는 생각을 했다.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전자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글로벌 기업환경에 너무 고지식한 대응으로 일관해왔다. 올해 반도체 등 일부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자 '삼성전자식 독자경영의 한계'라는 분석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인력, 사업 등 여러 분야에서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변화의 의지를 보여줬지만 손에 잡히는 성과에 목마른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지는 못했다. 기대를 뛰어넘는 3분기 실적에도 주가가 움직이지 않은 것은 이런 갈증이 원인이었다.
1일은 삼성전자 창립 38주년이다. 윤종용 부회장은 현재 11개인 세계 1위 제품을 5년내에 2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바이오 헬스 에너지 환경 등 새로운 사업에 대한 구상도 내놨다. 구체적인 내용도 없고 이미 여러차례 언급한 분야여서 식상한 느낌도 있다.

하지만 30일 발표한 '10년만의 M&A'로 인해 신사업 구상이 식상하다는 느낌보다 뭔가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갖게한다. 기업인수에 쓴 돈은 삼성전자의 일주일치 영업이익도 안되지만 그 의미가 훨씬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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