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電, 과감한 성장전략으로 정말 선회?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07.10.31 14:46

10년만에 M&A로 신성장전략 시사불구, 방어적 자사주 지속매입

삼성전자는 과연 '신성장 전략' 쪽으로 과감하게 선회한 것일까. 삼성전자는 30일 "10년만에 처음으로 인수합병(M&A)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주우식 삼성전자 IR팀장(부사장)은 "순이익 중 30~40%를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써 왔는데, 앞으로도 이런 정책은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작지만 큰 변화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보다 우세하다.

자사주 매입은 목적이 방어적 이라는 점에서 성장전략으로의 선회로 단언을 힘들게 하는 요소다. 김영준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전략은 그룹사 재편 예고, 적대적 M&A에 대한 대응 등 복합적인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어 현실적인 대응이라 볼 수 있다"며 "하지만 매출 및 수익 성장이 가능한 영역에 보다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게 좋다는 '원칙'에 비춰볼 때 부정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들어 자사주 매입에 2조원 가까이를 투입했다. 지난해 자사주 매입 규모인 1조610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자사주 매입에 13조원 이상을 쏟아 부었다. 이를 놓고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가 아닌 자사주 매입에 주력해 외국인에 차익실현 기회를 제공하는 등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시장 평가가 제기돼 있는 상태다.

이선태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만약 자사주 매입이 없었다면 주가 충격은 더욱 컸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은 단순히 주가부양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하지만 "장기투자자 입장에서는 회사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는 (투자 및 성장 중심의) 장기전략을 선호할 것"이라며 "자사주 매입과 M&A 개시는 상충되는 경영방향을 지닌 불협화음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아마도 자사주 매입과 같은 '관리전략' 중심에서 '공격적인 투자 및 확충 전략'으로 선회한 것 같다"며 "다만 이를 굳이 시장에 선언적으로 알리기보다는 구체적이고 신속하게 진행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 반도체업체인 트랜스칩 인수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선태 애널리스트는 "M&A를 통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비록 현재로선 전략상 선회라기보다는 전술적 변화로 해석되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의미있는 변화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준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부문에 뛰어들기에는 여러 제약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중앙처리장치(CPU), 마이크로콘트롤러(MCU), 로직반도체계열 등은 진입 장벽이 높고, 각종 주문형반도체(AISIC) 부문의 경우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 진출하기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는 CMOS 이미지센서, LCD 드라이버 등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쪽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시스템LSI 부문은 사업영위기간이 비록 오래됐지만 수익을 많이 내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보다 공격적으로 지원·육성하는 쪽으로 경영전략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는 얘기다.

김 애널리스트는 또 "총자산수익률(ROA)은 △기존 사업의 수익성 하락 △매출 성장 둔화 △잉여금 누적 등이 나타나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 규모를 줄이고 보다 공격적인 신성장 동력 발굴 및 확충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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