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위기론은 근거없는 기우"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07.11.01 12:15

[글로벌 기업 재조명]<1>삼성전자(상) 반도체를 보는 바른 시각

고유가와 환율하락 등 국제적 변수의 영향이 커지면서 토종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나오고 있다.

전세계 시장은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글로벌 M&A 등에 치열하게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수출, 마케팅, R&D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국내의 투자자들의 평가는 냉랭하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의 달러베이스 성장에는 놀라면서도, 환율하락에 따라 원화 매출로는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떨어진다고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 이같은 경우는 투자자들이 도요타를 보는 시각과 현대차를 보는 시각에서도 보이고 있으며, SK 등 국내 여타 토종 글로벌 기업에 대한 평가에서도 마찬가지다.

머니투데이는 전세계적인 M&A 등 세계 시장 재편 움직임 속에 삼성, 현대차, SK, LG 등 토종 글로벌 기업들이 가진 실력만큼 제대로 평가받고 있는지를 집중 분석키로 했다. 우리가 국내 기업들에게 가진 오해나 착시현상, 국내 기업이기 때문에 받는 역차별 등을 중점 점검할 예정이다.

◆삼성 반도체 과연 안 좋나=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돌파하며 증시에 연이은 훈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국내 증시에서 외면받고 있다. 종합주가기수는 올초(1월2일) 1435.26포인트에서 시작해 10월 30일 현재 2052.37포인트로 장을 마감해 연초대비 43% 급등했다.

이 기간 동안 국내 대표기업이자 시가총액 1위 기업이었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연초(62만 5000원) 대비 10월 30일 현재(54만 4000원) 13% 하락하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우식 IR 담당 부사장은 30일 주요 언론의 금융증권부장을 초청해 지나친 저평가라며, 있는 그대로 봐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실적이 나쁘게 나오면서 여기저기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삼성전자 위기론이 확산됐다. 반도체총괄 황창규 사장은 3분기 실적으로 보여주겠다며, 말을 아꼈고 막상 실적이 발표된 이후에는 위기론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현재 남은 것은 내년 상반기까지 봐야 한다는 얘기들뿐이다.

위기론 사라진 것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실적이 경쟁 기업들에 비해 월등히 좋게 나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이끌고 있는 시스템LSI나 스토리지사업부 등 영업이익률이 메모리사업부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사업부문을 포함하더라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업계 최고(18.4%)를 유지했다.

국내 경쟁업체인 하이닉스 정도가 10% 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을 뿐 일본의 엘피다는 5.5%에 머물렀고, 미국 마이크론과 대만의 난야, 파워칩 등은 대규모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아직 3분기 실적발표를 하지 않은 독일의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키몬다도 적자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 반도체 시장이 악화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선발업체들이 10% 이상의 수익을 유지할 때 후발주자들이 적자로 접어드는 현상이 이번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시장 평균을 볼 때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실적을 나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실적의 양극화는 4분기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의 반도체담당 김창수 이사는 "프로모스의 경우 하이닉스와 80나노 기술을 공유하고 있으나, 70나노 이하는 넘겨주지 못한다"면서 "일본 엘피다와 제휴한 이노테라도 엘피다로부터 미세회로 공정을 받더라도 미세화의 극복기간이 60나노, 50나노로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며 선후발 사업자간 격차가 날 것임을 시사했다.

◆실리콘사이클에 대한 이해=반도체 경기 지표인 실리콘 사이클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현재 반도체 경기 국면이 어느 시점인지를 알 수 있다. 전세계 반도체 경기는 지난 수십년 동안 약 4년을 주기로 등락을 거듭해왔다.

일명 올림픽 사이클이라고도 하는 실리콘 사이클은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는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2년 후인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는 불황기로 접어드는 사이클의 연속이었다.
일각에선 미 대선과 연결해 '대통령 사이클'로 인식하기도 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 정부가 '표심'을 의식해 투자를 확대하고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올해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같은 불황이 예견 가능한 것이었는가 아니면 갑작스러운 그림이었는가에 따라 투자패턴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메모리 반도체 경기는 지난 2002년 반등해 실리콘사이클상 2004년경 점정을 찍고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던 게 일반적 관측이다.

하지만 2004년부터 실리콘사이클이 사라져 2006년까지 5년간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과거 실리콘 사이클의 정점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운영체제의 출범과 궤를 같이 해왔다.

1995년에는 윈도95, 2000년도에는 윈도2000의 출시로 D램 수요가 크게 늘어 대호황을 구가했다. 그리고 지난해와 올해는 윈도XP의 수요를 크게 기대했으나 이같은 특수가 기대에 못미치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2002년 이후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온 것이 낸드플래시의 출시다. 디지털카메라와 MP3플레이어, USB 메모리 등 낸드플래시의 신수요처가 생기면서 반도체시장은 실리콘사이클을 잊은 채 상승국면을 이어왔다.

실리콘사이클에 따라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시장의 변화가 왔어야 할 시점에 그러지 못한 피로현상이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D램의 하락을 보완할 수 있는 낸드플래시 시장의 출현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실리콘사이클은 무뎌지고 있고 하락시에도 소프트랜딩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코리아의 손종형 지사장은 "매년 수십%씩 떨어지는 것이 반도체 가격이다"고 전제하고, "최근들어선 실리콘사이클이 예전같지 않게 글로벌하게 밋밋하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지사장은 전세계 반도체 시장은 내년에도 큰 변화(흔들림)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단독]구로구 병원서 건강검진 받던 40대 남성 의식불명
  2. 2 박지윤, 상간소송 와중에 '공구'는 계속…"치가 떨린다" 다음 날
  3. 3 [단독] 4대 과기원 학생연구원·포닥 300여명 일자리 증발
  4. 4 중국 주긴 아깝다…"통일을 왜 해, 세금 더 내기 싫다"던 20대의 시선
  5. 5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쯔양 복귀…루머엔 법적대응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