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갈 곳을 잃은 '메뚜기' A과장

손주현 ㈜솔루션 상무 | 2007.10.30 12:40

[경력관리 A to Z]이직 했으면 최소한 1년은 버텨라

이직한 곳에서 실력을 인정받을 만한 성과를 올리려면 최소한 3년은 일해야 한다.
이력서를 살펴보다 보면, 경력을 잘 쌓고 업그레이드된 이직을 통해서 더 발전한 후보자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한 직장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번 정도 잘못된 선택이나 불가피한 회사 환경으로 인해서 1~2년 정도의 짧은 경력을 가질 수는 있으나, 나머지 경력은 업적을 쌓고 인정 받기 충분한 3년 이상이 대부분이다.

나름대로 실적다운 실적을 남기려면 보통 3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단 1년 만에 실적을 평가하기도 하지만, 보통 3년의 기간을 두고 실적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처음 1년간 눈에 띌 만한 실적을 내는 것보다, 뛰어난 실적은 아니라도 3년 내내 적정한 수준의 실적을 올리는 편이 더 낫다는 말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그런 쪽에 더 높은 점수를 줄 것이다.

한편 이직 후 3년 동안 열심히 뛰어서 실적을 올리면 다음 이직과도 성공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능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므로 이직을 고려할 때 든든한 포석이 된다. 경력자를 뽑는 기업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전 직장에서 올린 실적, 즉 회사에 대한 공헌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전직하는 사람은 구인업체에서도 못 미더워한다. 기껏 채용했더니 얼마 못 가 그만두면 회사의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가 헤드헌터로 일하면서 가장 달갑지 않은 사람 역시 수시로 회사를 옮기는 메뚜기형 직장인이다.

메뚜기형 직장인에 대한 채용시장의 시선은 냉담하다. 대기업에 오래 근무한 후 이직한 뒤 1년이 못 돼 그만두는 사람도 메뚜기형 기질이 농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사람들은 일자리가 많았던 시절에는 별 문제가 없었을지 몰라도, 경제상황이 어려워진 뒤부터는 좋은 자리를 찾기 힘들 것이다.

어느 날 누구나 선망하는 대기업의 A과장이 찾아 왔다. 상사와의 갈등으로 인해 10년을 다녔던 직장에서 이직을 고려 하고 있었다. 한 눈에도 자부심이 있어 보이고 실제로 경력과 실력이 뛰어났다.

A과장은 '중견기업이어도 좋으며 높은 직급과 연봉이 보장 된다면 새출발을 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달랐다. 시스템과 환경이 잘 갖춰진 현재의 직장과 비교해볼 때 중견기업의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 수 있으니, 상사와의 갈등을 푸는 방법을 모색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직장 내에서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방법도 진지하게 고려해 보도록 충고했다.

하지만 능력면에서 자신 있다는 A과장은 결국 이직을 선택하여 높은 직급과 연봉을 받고서 중견기업으로 이직했다. 그러나 채1년도 되지 않아서 현재 회사는 자신과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이유로 퇴사했고, 다시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나는 반드시 다시 옮긴 직장에서는 3년은 근무하면서 회사에 기여하고 인정을 받아야 함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1년이 안되어 A과장으로부터 풀 죽은 목소리로 다시 전화가 왔고 예전과 같은 이유로 퇴사를 하여 다시 직장을 찾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왔다. A과장은 신뢰를 잃었고, 다시 다른 회사에 취직 하려면 매우 힘들게 될 것이 분명했다.


결국 12년 정도의 경력기간을 놓고 볼 때, 10년의 직장생활 후 잦은 이직을 반복한 A과장보다는 차라리 외국계 회사에서 3년 단위로 보다 나은 비전을 찾아 4번을 이직하는 것이 나은 경력관리가 될 것이다.

이직을 하면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일을 하게 된다. 거기에는 다양한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고, 힘든 일도 당연히 있다.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그대로 주저앉으면 이직을 감행하며 자신이 목적한 바를 달성할 수 없다. 당장 눈앞에 장애물을 회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퇴직해서 다른 직장에 들어간다해도 거기에는 새로운 장애물이 또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차원은 다르겠지만 힘든 것은 매한가지다. 이직 시 맞닥뜨리게 되는 고생이란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그 장애물을 뛰어넘느냐이다. 어렵게 선택한 직장이므로 도망치지 말고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 최선이다. 고생을 극복해야만 비로소 새로운 일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장애물은 뛰어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간혹 그렇게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예를 들면 경영자와 의견 충돌이 너무 심해 서로 한 자리에 앉아 있기도 힘든 관계가 되어버렸다든지, 기업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건강까지 망가졌다든지 하는 경우가 그렇다.

그런 경우에도 최소 1년은 버티자. 4~5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퇴직해버리면 다음 전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신뢰를 얻지 못한다. 설령 1년을 넘지 않더라도 가능하면 1년에 가깝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

그리고 다음 직장은 보다 신중하게 선택하여 어떠한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최소한 3~5년 이상 일해야 한다. 그래야만 신뢰를 잃지 않고 향후 자신의 커리어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한 회사에서 최대한 버텨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지 않으면 메뚜기형 직장인으로 전락할 확률이 높다. 간혹 열 번 이상 회사를 옮긴 사실을 자랑처럼 떠벌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사람은 흔치도 않을뿐더러 신뢰받기도 어렵다.

최근 8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입사 1년 안에 회사를 그만둔 사례가 30.1%에 달하고 3년 이상 한 직장에 다닌 비율은 18.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1년 미만의 근속자 중 65%가 어렵게 취업을 하고도 더 나은 직장을 찾아 이직을 원하는 파랑새 증후군에 시달린다고 한다.

물론 충분한 검토를 거쳐 입사했지만 실상이 전혀 다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 직장에서의 평판과 도덕성, 업무능력 등은 이후에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게 돼 있다. 납득할 수 없는 이직사유나 잦은 이직은 향후 자신의 커리어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신중하게 이직을 선택했다면, 새로운 일터에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을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1년, 가능한 3년을 채우는 것은 경력관리의 기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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