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곳곳 악재 "100弗서 거품 붕괴"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7.10.30 07:33

투기·지정학적 위험·달러약세·수요급증에 허리케인까지

'투기, 지정학적 위험, 달러 약세, 수요 급증, 허리케인 등 기상 악화…'

모두 원유 시장을 끌어올리는 있는 요인들이다. 이들은 매일 번갈아가면서 투자자들의 투기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유가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최근에는 '제3차 오일 쇼크'라는 말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최근 유가 100달러 전망은 기정사실화됐고, 이를 넘어 130달러, 200달러까지 갈 것이란 무서운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극단주의자들은 '피크 오일 이론'(Peak Oil Theory)을 통해 원유 공급이 갑작스래 줄어들면서 유가가 200달러까지 급등하고, 화학 비료를 제대로 만들지 못해 식량난이 발생할 것이라는 무서운 결과까지 예상하고 있다.

2005년 골드만삭스가 유가가 '대급등 시대' 초기에 접어들었으며 배럴당 105달러 선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을 때 시장의 반응은 "말도 안돼!"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유가가 배럴당 93달러를 넘어서면서 '유가 100달러 시대'는 이미 현실로 눈앞에 다가왔다. 실제 유가가 얼마까지 급등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유가를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원유 시장이 수급이라는 펀더멘털 요인에 의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란, 터키 등 중동지역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프리미엄이 배럴당 20달러 정도 반영돼 있으며, 투기 프리미엄도 배럴당 10달러 가량 반영돼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 경제의 상대적 후퇴에 따른 국제수지 적자 확대로 인한 약달러도 고유가를 부추기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이미 유가는 2000년대 들어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탄력을 붙으면서 본질적 가치보다 가격외 프리미엄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유가가 급등하면서 잘 나가던 전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생산성있는 대체 에너지의 개발이 아직까지 더딘 상황에서 원유는 인류의 유일한 에너지 대안이라는 점도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29일 (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12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전날보다 1달러 67센트(1.8%) 오른 93.63달러로 마감했다. WTI는 이날 정규장 이전 시간외 거래에서 이미 93달러를 돌파한데 이어 장중 한때 93.80달러까지 오르는 초강세를 기록했다. 벌써 4일 연속 사상 최고가 행진이다. 북해산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유가도 런던 ICE 선물 유럽 거래소에서 전일대비 1.63달러(1.8%) 상승한 배럴당 90.32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유가 급등은 달러 가치가 유로화에 대해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투기적 수요가 촉발된데 따른 것이다. 달러/유로 환율은 1.4377달러를 기록하며,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사상 최고치(달러 가치 하락)를 경신했다. 만약 오는 3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경우 달러 약세가 더욱 가속화돼 유가가 더욱 상승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들어 WTI는 달러 기준으로 53% 급등했다. 이와 비교해 유가는 유로에 비해서는 40%에 대해 상승했고, 파운드와 엔에 비해서는 각각 45%, 47% 상승했다.

그리고 멕시코만 기상악화로 인근 지역 유정이 생산을 중단했다는 소식도 유가를 끌어올리는 도화선이 됐다.

캠브리지 에너지 리서치 어소시에이츠의 애널리스트인 다니엘 옐진은 "유가가 100달러 이상 가기 위해서는 1~2개 요인들만 더 나오면 된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유가를 끌어올리는 원인도 다양하며, 이들이 번갈아가면서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가 거품이 곧 붕괴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트렌덱스 커머디티 연구소 소장인 베렌 이슬러는 "최근 유가는 터지기를 기다리는 거품과도 같다"면서 "유가 거품이 터질 경우 갑작스래 급락하는 유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유가가 100달러에 도달했을 시점이 거품이 붕괴되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펀더멘털 적으로 유가 100달러를 지지하는 요인은 아무것도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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