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달아 대선 승리를 기정사실화하던 한나라당의 '속앓이'는 깊어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보수층의 표갈림으로 정권교체는커녕 '적전분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회창 출마, '설'에서 '현실'되나= '이회창 출마설'의 기저에는 소설로 치부되던 '이명박 위기설'이 깔려 있다. BBK 의혹 등 신당의 정치 공세로 이 후보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면 '대안'으로 이 전 총재가 급부상한다는 게 떠돌던 시나리오의 원안이다.
정치권에선 당초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이 전 총재가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한 데다 이 후보에 대한 국민의 압도적 지지가 1년 이상 이어져 온 덕이다.
하지만 불과 며칠 만에 상황은 '급반전'됐다. 이 전 총재 측근들이 적극적으로 재추대론에 힘을 실으면서다. 이 전 총재 본인도 보수단체 집회 연설 등 언론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나섰다. 본격 대선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왔다.
여기에 국정감사 시즌과 맞물려 이 후보 관련 의혹이 신문지면을 도배질하면서 '외부여건'도 '시나리오'를 현실화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이 전 총재는 현재 공식 일정을 접고 출마 여부 결정을 위한 '장고'에 들어간 상태라고 한다. 출마 후 이 후보와의 '단일화', 이 후보 낙마 후 단일후보 추대 등 한층 '업그레이드'된 설이 나온다. 그러나 모두 이 전 총재의 대권 도전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출마설'이 가능태에서 현실태가 되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격앙된 李측, 이회창 '원망과 성토'만= 답답한 건 이 후보측과 한나라당이다. 당의 정신적 지주인 이 전 총재가 되레 '내부의 적'으로 등장해 이 후보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기 때문.
당내에서는 이 전 총재 출마설과 관련 "설마 그럴 리 있겠느냐"던 낙관이 "그럴 수도 있겠다"는 비관으로 바뀐 지 오래다. "(이 전 총재의)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박희태 의원)" "출마에 대비해야 한다(이방호 사무총장)"는 말이 나왔다.
이 전 총재에 대한 노골적인 '원망'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이 전 총재님의 대권 삼수설에 솔직히 화가 난다. 이 후보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 재라도 뿌리겠다는 것인지, 출마를 결심하셨다면 경선에 임했어야 했다(선대위 관계자)"고 비판 발언이 이어졌다.
한 핵심 측근은 "두 번이나 대선에 실패한 이 전 총재가 이 후보의 대안이라며 대권에 도전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뾰족한 방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달리 대응 방안이 있을 수 없다"며 "출마 가능성이 반반이라는 전제하에 이 전 총재의 입장 발표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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