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손질, 정권 바뀌면 무용지물?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 2007.10.29 19:35

특목고 존폐는 다음 정권이 결정...일단 일반고 수월성 교육 강화

교육부와 서울 주요 사립대학들간 학생부 반영비율 대립에서 촉발된 특목고 존폐논란이 다음 정권에서 결론나게 됐다.

교육부는 지난달 6일 예고한 대로 특목고 폐지 여부를 내년 상반기까지 결정한다는 내용이 담긴 '수월성 제고를 위한 고등학교 운영 개선 및 체제 개편 방안'을 29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 정권에서 특목고 정책을 결정하기 전까지 신규설립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되 일반고교의 수월성 교육은 강화하겠다는 것.

그러나 교육부의 이번 대책이 '고교평준화 정책'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의 경우 '3불정책'(본고사ㆍ고교등급제ㆍ기여입학제 금지)의 단계적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 대선 결과에 따라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특목고 손질 왜? = 교육부의 특목고 손질은 서울 주요 사립대학들이 올 입시에서 학생부 반영 비율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비롯됐다.

교육부는 대학들의 이같은 움직임이 외국어고 등 특목고 학생들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강경 대응방침을 유지했다. 여기서 밀릴 경우 '3불정책'을 근간으로 한 고교 평준화 정책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 한 것.

특목고 설립의 남발과 입시전문기관화되는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일반고교의 질적 저하, 즉 공교육 황폐화로 이어질까 우려한 부분도 있다. 특목고의 성적 우수 학생 독점으로 배타적 사회 계층화 형성이 예상된다는 것.

서남수 교육부 차관은 "질 좋은 아파트를 계속 공급하듯 특목고를 계속 공급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지만 아파트와 학교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절대 다수의 학교가 뒤쳐지는 학교가 되면 우리 고등학교 전체가 상당히 큰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특목고의 대량 공급보다는 기존 일반 고교들의 수월성 교육 강화와 특목고의 정상화를 통해 고등학교 교육 전체의 수준을 대폭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 폐지안과 유지안의 차이는 = 교육부는 내년 6월말까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고교 체제개편 방안을 확정하고, 이를 토대로 고교교육 혁신 종합대책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특목고의 경우 영재학교와 특성화고의 성격이 혼재돼 있는 만큼 폐지하는 방안(1안)과 유지하되 관리를 강화하는(2안) 두 가지 방안을 마련했다.

두 방안 모두 영재학교나 특성화고로 전환한다는 기본 방향은 같다. 다만 1안의 경우 전환이 적합치 않은 학교를 일반계고로 바꾸겠다는 것인 반면, 2안은 특목고로 존속시킨다는 점이 다르다.

2안이 채택되면 신규설립 기준을 엄격히 제한하고, 운영실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등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학생선발 방식은 1안의 경우 일반전형은 현재의 특성화고와 같이 특차로 선발하되 수도권 및 평준화 지역은 '선지원 후추첨제'로, 비평준화 지역은 현행의 학교별 선발 방법이 적용된다.

2안이 채택되면 현재의 학생선발 방법을 유지하되 선행학습을 요구하는 지필고사 및 과학, 수학 내신을 중시하는 구술면접 등은 금지시킨다는 방침이다.


서 차관은 "영재교육 특성이 강한 학교가 영재교육으로 간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특목고의 경우 영재교육과 특성화 교육이 혼재돼 있는 만큼 1안의 경우 근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고 2안은 현실을 감안해 온건한 방법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일반고 수월교육 어떻게? = 교육부는 이번 대책에서 본래 취지에 맞는 특목고 운영과 더불어 일반 고교교육의 수월성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핵심 내용은 수준별 수업을 강화하겠다는 것. 영어와 수학의 수준별 이동수업을 실시하는 학교는 지난 2004년 32.5%에서 올해 66.3%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학생 및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수준별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보통'으로 나타났고, 교원과 여건, 시설부족 등으로 학급수보다 많은 수의 수준별 집단편성이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교육부는 내년부터 원칙적으로 모든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학년당 2과목 이상, 각 과목별 3~4단계 수준별 학급을 편성, 운영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추가편성 학급 수가 올해 561학급에서 내년 7118학급으로 10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교육부는 늘어나는 강사료와 자료개발비를 각각 350억원과 132억원으로 예상했다.

서 차관은 "지역 및 학교별 방과 후 학교 운영의 자율성 확대를 통해 정말 학생의 능력이나 수준에 맞는 그런 학급 편성을 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이 학교에서도 능력과 수준에 따라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대폭 확대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 정권 바뀌면 무용지물? = 정부는 고심 끝에 특목고 존폐 여부 결정을 다음 정권으로 넘겼다. 지난달 "특목고 운영이 이대로는 안된다"며 칼을 빼들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

서 차관은 "특목고 체제 전환의 경우 2~3년 이상 예고기간을 두고 추진해야 한다"며 "현 정부에서 결정했다가 다음 정부에서 바꾸게 되면 정책 일관성에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교육부가 그 때까지 그냥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라 의견수렴, 자료수집 등을 통해 내년 정책결정을 내릴 수 있는 준비과정은 바로 착수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교육부가 마련한 1안과 2안의 경우 모두 특목고 추가설립 자제를 전제로 하고 있어 한나라당의 대선공약인 자율형 사립고 100개 설립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한 한나라당은 '3불정책'의 단계적 폐지 등 형평성보다 수월성에 교육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어 교육부가 이번에 형평성 차원에서 마련한 일반 고교의 수월성 교육 투자 확대도 정권이 바뀌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일단은 이 정도 수준이 적당하다고 보지만 경우에 따라 틀 자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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