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환호와 감탄을 터트린다. 8평 남짓한 좁은 공간이 23세 스페인 미인들이 한껏 매력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다.
10월 7일 일요일 오후 1시. 벽을 가린 흰 천과 바닥에 깔린 붉은 카펫을 잔잔한 조명이 비추고 있는 이 곳은 네팔의 공정무역기구 '마하구티(Mahaguthi)의 디자인실이다.
무대에 선 모델은 메라니아 모야, 펠레나, 엘레나 등 스페인 포우테크니카(Poutecnica) 대학교의 디자이너학과 학생들이다. 이들은 한달 간 마하구티 자원봉사 활동을 마무리하며 작은 패션쇼를 열었다.
이 자원봉사 프로그램은 15년전 같은 학교 학생이었던 알릭시아가 아시아 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와서 자신의 대학에 제안한 것을 계기로 2003년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포우테크니카의 자원봉사 학생들은 네팔의 '마하구티', 인도의 '크리에이티브 핸디크래프트(Creative Handicraft)'를 비롯해 캄보디아, 기니 등 5개국의 공정무역 생산자단체에서 방학 중 한달 동안 활동한다.
9월 2일 네팔에온 엘레나 일행은 네팔 옷감으로 유럽 취향의 상품을 만들었다. 작년엔 '크리에티브 핸디크래프트'에서 활동했다는 엘레나는 "내가 배운 디자인 기술로다른 나라 사람들을 도울 수 있어서 기쁘다"며 "패션이 세상을 바꿔 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처음 인도에서 활동했을 때는 낯설고 불편한 환경, 의사소통 때문에 힘들었어요. 하지만 스페인에서 일할 땐 느끼지 못했던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죠. 그래서 친구들을 설득해 함께 이번엔 네팔로 왔어요."
그의 친구인 펠레나는 "난 조금만 불편해도 못 견뎌 하는 성미"라며 "그런데 여기서 작은 것에 만족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많다"고 말했다. 메라니아 모야는 "내가 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마음에 채워간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원봉사자들이 디자인한 20벌의 옷은 내년 여름부터 유럽 공정무역 상점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이들은 "소비자들에게 세련된 취향의 옷을 제공함으로써 스페인의 공정무역을 발전시키는데도 기여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현재 스페인에서 공정무역 운동은 옥스팜 등 비영리단체에 의해 주도되고 있지만 인지도는 아직 낮은 편이다.
다른 친구들은 네팔에서 바로 스페인으로 돌아가지만, 엘레나는 인도 공정무역 단체에서 같은 종류의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학과 친구들을 만날 예정이다.
요즘 우리 주위 많은 대학생들도 자원봉사 여행을 간다. 그러나 대부분 영어교사나 사무보조 같은 일을 할 뿐 자신의 전공이나 적성을 살리면서 활동할 기회는 매우 드물다.
돌아가서 자신이 만든 공정무역 상품을 볼 수 있을 예비 디자이너 3인방을 보면서 부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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