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야기] 나만의 우주를 그린다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7.10.28 12:34

强주가·弱달러의 한계는 어디일까 <하>

주가 상승세와 달러 약세가 언제 어디까지 지속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증시가 이미 거품의 거품 단계에 도달했다는 진단이 있기도 하지만 현재보다 더 뜰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다. 달러약세 또한 한참 더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일부 금융기관이 수십억달러의 부실채권을 상각했고 앞으로도 모기지 채권의 부실화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연준리의 금리인하라는 무기가 있는 한 주가하락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게 작금의 시장 분위기다.
미국이 세계경제의 헤게모니를 상실할 만큼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나락의 길을 걷는 모습이기 때문에 달러약세에 대해서도 의심조차 안하는 실정이다.

사실 자본주의가 시작되고 주식시장이 생긴 이래 주가는 마냥 올랐다. 1920년대말 대공황, 주가의 1/3이 단숨에 날라간 블랙먼데이, 그리고 21세기 벽두에 닷컴버블이 있었지만 수십년 아니 100년까지 기간을 확장해서 주가지수의 움직임을 본다면 티끌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한 사건들이다.

인플레와 성장이 있는 한 주가는 앞으로도 무한대로 뜨게 마련이다. 비록 실질 가치가 희석된다고 해도 주식의 명목가치는 영원히 오르게 된다.
업종과 종목간에는 흥망이 있더라도 주가지수 자체는 결코 빠질 수 없다. 우리는 한번도 주가가 한 세대 이전으로 되돌아간 역사를 보지 못했다.

달러약세 또한 처음부터 일관된 흐름이다. 증시의 태동보다 아주 늦게 도입된 변동환율제에서 실질적으로 자유로운 외환거래가 시작된 것은 85년 플라자협정 후의 일이다. 따라서 국제외환시장 역사에서 달러는 곧 약세를 뜻한다.
97년 동아시아에 IMF 외환위기가 찾아와 원/달러 환율이 700원대에서 2000원까지 3배에 가까운 폭등세를 보였고 현재도 IMF이전보다 높은 환율수준이지만 강달러라기보다 원화 약세라는 판정이 더 적합한 일이다.

즉 인간의 금융역사에서 주가는 상승이고 달러는 약세다. 이것이 진리다. 이를 부정하거나 의심한다면 결국 장구한 시간이라는 심판 앞에서 참회할 일만 만드는 게 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인간은 그렇게 오랫동안 경제활동을 하지 못한다. 대공황에서 살아남아 현재까지 주식투자의 성공담을 증언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블랙먼데이 20주년이라면서 떠들썩했지만 그때를 회상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가치투자의 대명사로 떠오른 버핏은 말할 수 있으려나.


시간의 흐름을 좁히고 현재 부상하는 변수에 비중을 실어보면 짧게나마 추세의 변화를 의심해 볼거리는 숱하게 있다.

달러가 휴지가 되면 어떤 세상이 되는가. 수조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은 어떻게 되나. 국부펀드의 부상으로 미국과 유럽의 패권이 아시아와 중동에게 넘어갈까.
사상최고치의 유가와 금값은 무엇을 말하는가. 주식 종목처럼 하나의 개별 가격 상승인가. 인플레나 스태그플레이션은 현실적이지 못한 기우인가.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은 아시아의 부상을 보장할 수 있나. 지구 온난화는 진정한 위협인가. 국지전이 세계대전으로 치달을 확률은 얼마인가.
글로벌라이제이션은 계속될 것인가. 과연 자본주의 체제는 영속될 것인가.

누구도 답을 내놓을 수는 없는 것이지만 누구나 언급할 수 있는 논제의 나열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나 또한 일개 범부에 불과하다는 결론만 명확해진다.
평범하다는 것은 남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이는 비록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유행을 쫓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주가상승과 달러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대세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비록 자본주의 체제하의 금융역사에서 이것이 진리라도 자연의 섭리로 인정하지 못하는 한 영원한 진리로 받아들일 준비는 되지 않았다.

오히려 주가상승과 달러약세에 대한 일방적인 심리와 시장흐름을 보면서 과유불급을 떠올리고 있다. 자연에는 순응하지만 탐욕스러운 인간에는 굴복하고 싶지 않은 자존심이 있는 모양이다.
비록 바닷가 모래알 하나에 지나지 않더라도 나만의 우주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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