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부인' 뺨치는 '펀드사모님'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 2007.10.28 16:29

ELS·투스탁 등 어려운 상품 '척척'..금융지식높고 통 커

"너 그 ELS어떻게 됐니? 나는 조기상환 돼서 우리아들 양복 한벌씩 해 줬잖아 (호호호)"

"어머어머, 나도 니 말 들을 걸 그랬다 야. 난 **증권 투스탁 들어갔다가 재미 못보고 있잖아. 이럴 줄 알았으면 중국펀드에 좀 더 넣을걸 그랬다 야"

시계바늘이 11시를 향해가는 어느날 밤. 마포의 어떤 한가로운 커피전문점 2층에서 5명의 아주머니들이 모여 대화를 나눈다.

"작년에 내가 펀드하자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는데, 우리 신랑이 오피스텔 분양받았잖아. 근데 이게 뭐니 이게"

"늦었는데 집에가자. 울 신랑 화내겠네. 암튼 계돈 500만원은 중국펀드에 넣는거다"

장면을 바꿔 지난주 문을 연 미래에셋증권 연수지점. 펀드열풍을 실감케하듯 오후 4시를 지나가는데도 대기인수가 45명에 달한다. 이 중 아줌마 고객의 비중이 대략 70%, 남자 20%, 젊은 여성 10%.

과거 부동산처럼 펀드시장에도 사모님 바람이 불고 있다. 한 증권사 지점장은 이렇게 말한다. "전세계에서 한국 사모님들처럼 펀드상품을 잘 아는 분들도 없을 겁니다. 주가연계증권(ELS), 투스탁이니 스텝다운이니 이런 걸 이해하는 분들이 정말 많아졌어요. 요즘은 상품의 위험과 단점까지 따지고 드는데 판매직원이 쩔쩔매기 일쑤죠"

일본에 '와타나베 부인'이 있다면 한국에는 '펀드 사모님'이 있다. 와타나베부인은 저금리 일본 엔화를 빌어 금리가 연8%대에 달하는 뉴질랜드 등 통화에 투자하는 주부들을 일컫는 말. 와타나베(渡邊)는 일본인에서 흔한 성(姓)으로 보편적인 주부를 의미한다. 이 와타나베 부인들의 거래가 하루 150억달러, 도쿄 외환시장의 30%까지 커지면서 금융시장의 골칫거리로 등장한 것.


하지만 한국의 사모님은 금융지식수준이 높고 더 '통 큰'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고위험 자산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만큼 기대수익률도 높다. 채권스프레드나 금리차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투자지역 역시 한국에서 아시아와 전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강남 노른자위 땅에 있는 한화증권 갤러리아지점. 임주혁 과장은 "최근 사모님들의 비과세 펀드 및 해외펀드에 대한 지식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때문에 투자상담하기가 까다로운 고객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여전히 해외펀드 및 국내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특히 ELS로 수익을 본 고객들은 계속해서 ELS만 하려는 차별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반포지점의 윤상화 차장은 "ELS 판매금액은 요즘 좀 줄긴했지만, 가입한 경험이 있는 사모님들이 계속 찾는다. 내용도 잘 파악하고 있는데다 어떤 손님은 여러 증권사 상품놓고 하나하나 비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을 제외한 곳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아보인다. 굿모닝신한증권 부산 서면지점은 "주식형펀드 쪽으로 관심이 가장 많고,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쪽 펀드쪽으로 관심이 많다"며 "최근에는 중대형 성장주 펀드와 ELS, 랩 상품으로도 가입문의가 많은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화증권 송도IFEZ지점의 가희정 과장은 "최근 특정 운용사의 펀드를 찾는 사모님 고객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며 "고객들 중 20%정도만이 펀드가 어떻게 운용되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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