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순진한' 기대가 깨지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건강보험료 축소납부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국감장은 '감사'는 실종되고 '정쟁'만 남게 됐다.
통합신당 의원들은 작심이라도 한듯 경쟁적으로 이 후보 관련 의혹을 쏟아냈다. 시선을 끌기 위해 명품 핸드백인 '켈리백'이 또 국감장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지지 않고 "국민정서법에 호소하는 마녀사냥", "막무가내식 후보 흠집내기"라고 맞받으면서 국감의 정상적인 흐름은 매번 끊겼다. 이 과정에서 막말 주고받기와 고함 지르기는 예사였다.
'고장난 축음기' 마냥 국감 내내 '이명박 검증 공방'이 이어졌지만 속 시원한 검증 대신 의혹만 더 부풀려졌다. 어떻게든 상처를 내려보는 쪽과 물타기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쪽의 노력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자연스럽게 정작 필요한 국민들이 낸 소중한 건강보험료가 제대로 관리되고 쓰여지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의원 나리들의 '국감 푸닥거리' 가운데 '국민'은 없었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이 당내 유력자에게 잘 보이기 위한 과도한 '충성경쟁'으로 해석했다. 마음은 이미 '뽕밭'에 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파행 국감이 계속되는 가운데 건강보험 재정적자가 너무 심각해서 정부가 내년 건강보험료를 크게 올리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생활고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어깨는 그만큼 무거워질 수 밖에 없다. 가을의 한 복판에서 절로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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