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의 건설업자 김상진씨 비호 의혹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전청장의 금품 수수 의혹 사건이, '현직 국세청장의 사법처리'라는 초유의 '사건'으로 전개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받았나 안 받았나=전군표 청장은 금품 수수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거대한 시나리오가 만들어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고, 청와대에 수수 사실을 부인했다.
국세청 내부에서도 '인사청탁 명목으로 돈을 건넸다'는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의 진술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검찰은 정 전 청장의 진술을 전부 믿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돈이 건네졌다는 사실은 확신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검찰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이번 사건은 언론이 먼저 의혹을 제기했고 검찰이 이를 확인하는 상황이다. 검찰로서는 정윤재 전 비서관에 대한 부실수사 비판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최고 사정기관 중 하나인 국세청의 현직 수장에 대한 수사인 만큼 부담감도 적지 않다. 김태현 부산지검장이 지난 24일 오후 상경, 정상명 검찰총장을 직접 만난 것도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검찰의 태도를 보여준다.
전청장이 받은 돈이 5000만원과 미화 1만달러라는 얘기도 있다. 정 전 청장이 검찰에서 "인사청탁 명목으로 4~5차례 전달한 돈은 5000만과 1만달러'를 합친 것이라는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인사청탁.관행.시나리오(?)=검찰은 건네진 돈이 관행적으로 상납됐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정 전 청장은 부산청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 6개월 만인 올해 초 부동산납세관리국장으로 이동했다.
청탁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돈의 액수가 인사청탁 명목으로 보기에는 비교적 적은 액수이고 여러차례에 걸쳐 국세청장 집무실에서 직접 건네졌다는 것도 인사 청탁용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검찰의 한 관계자는 "통상 인사청탁이라면 한꺼번에 목돈을 주지 여러 차례 나누어서 주는 경우는 드물다"며 "진술의 신빙성 여부와 함께 관행적으로 돈을 상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전군표 청장이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고 있다'라는 발언은 자신에 대한 의혹을 부인하면서 정 전 청장의 진술 및 그의 진술에 기초한 검찰 수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판단된다.
전청장은 검찰이 지난달 국세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수사팀에게 뇌물의 용처에 대한 수사의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을 받았다.
파문이 일자 당시 국세청은 "수사 중단 요청은 대통령도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사건의 조기 종결을 바라는 마음에서 전청장이 '더 이상 안 갔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 와전됐다"고 해명한 바 있다.
수사는 어떻게=검찰의 전청장 소환은 불가필 할 전망이다. 정 전 청장 등을 상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전청장을 부른다는 계획이다.
부산지검은 오는 26일로 예정됐던 정 전 청장의 1심 2차 공판을 연기해 줄 것을 법원에 요청, 2차 공판은 다음달 9일로 연기됐다. 검찰은 수사가 진행 중인 시기여서 공판 연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전청장이 관행에 따라 돈을 받았다면 사건은 의외의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국세청장이 부하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국세청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현금으로 건네진 데다 목격자도 없어 정 전 청장의 진술 외에는 정확한 사실 관계 입증이 어려운 상황이다. '사건은 단순하지만 쉬운 수사는 아니다'라는 검찰 관계자의 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검찰은 구속된 정 전 청장이 받은 1억원 중 나머지 4000만원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사실 관계를 확인, 정 전 청장을 추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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