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정부내 시각차 드러내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 2007.10.24 19:35

白안보 "정상들이 종전선언부터 해야" vs 宋외교 "평화협상 개시 전에는 무의미"

靑 "강조점 차이일 뿐...이견 노출은 아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3~4자 정상 종전선언' 문제와 관련, 정부내 고위 당국자들 사이에 큰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청와대와 외교통상부가 종전선언의 주체, 시기를 놓고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 국내 혼란은 물론 미국 등 주변국에 대한 외교협상력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白 안보 "정상들의 종전선언은 평화협상 시작 알리는 상징적 선언"

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24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9회 SMI 안보경영포럼 강연에서 "남북 정상 선언문에 담긴 3~4개국 정상들의 종전선언은 평화협상을 이제 시작하자는 관련국들의 정치적, 상징적 선언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남한, 북한, 미국, 중국 등 4국 정상들이 종전선언을 먼저 해 놓고 평화체제(평화선언)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백 실장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끝나고 평화로 가려면 평화협정이 맺어져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그 때까지 5년은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평화협정으로 가는 전환점으로서 그 문제에 대해 책임져야 할 정상들이 모여서 선언을 해야하는데 그것이 바로 종전선언"이라고 말했다.

宋 외교 "백 실장 말 와전된 것 아닌가?"

그러나 이날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정례브리핑에서 백 실장의 발언과 외교부의 입장이 뉘앙스가 달라 보인다는 질문을 받고 "뉘앙스가 아니라 내용이 다른 것 같다. 혹시 (백 실장의 말이) 와전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며 백 실장과 완전히 다른 입장임을 밝혔다.

송 장관은 "평화협상 개시 선언과 종전선언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전제한 뒤 "평화협상을 시작하면서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전쟁을 끝내는 그런 행위(종전선언)는 평화체제 선언의 첫 부분에 나온다"면서 "협상을 개시해서 상당한 협상을 거쳐 어떻게 종전하느냐 선언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협상국들이 이같은) 일반적 원칙에 맞지 않는 어떤 조치를 취할 때는 그런 근원지, 이유,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며 "지금은 우리가 기술적으로 휴전상태에 있고, 이 상태를 끝내고 평화의 상태로 들어가려면 그것을 끝내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장관은 "오늘 자고 내일 아침 일어나 '이제는 전쟁이 끝났습니다' 이렇게 얘기할 수는 없다"며 "평화를 누가 지킬지 책임자도 정해야 하고 정치적, 군사적, 법적 조건들도 갖춰져야 하므로 과정이 필요하다"고 부연 설명했다.

요약하면 종전선언은 평화선언의 한 부분이므로 평화협상 개시 전 종전선언은 무의미하다는 것. 다만 평화협상을 개시한다는 선언의 경우 앞당겨 할 수 있으며, 외교장관급 회의에서 이뤄지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白 안보 "과거 실무자 회담은 실패...美 설득할 수 있을 것"

백 실장은 "과거 실무자급에서 평화체제를 논의한 4자회담은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정상들이 약속하면 구속력이 좀 더 있을 것"이라고 말해 4자 정상의 종전선언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상회담이 끝난 다음날 청와대 안보수석이 미국에 가서 설명한 것이 바로 이 내용"이라며 "북핵문제가 진전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처럼 때가 되면 (3~4자 정상회담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에 뚜렷한 진전이 있어야 종전선언이 가능하다는 미국의 입장에 대해서도 "국가마다 시각이 다를 수 있다"면서도 "관련국과 외교적 협의를 앞으로 시작하면서 차이점이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다만 그는 "3,4개국 정상들이 그런 선언(종전선언)을 했다고 해서 군사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니 이 문제를 두고 법학자들이 논란을 벌이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백 실장은 4자 정상의 종전선언을 평화체제 협상의 신호탄으로 삼겠다는 생각인 반면, 송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를 진전시키면서 평화협상의 모든 과정을 거친 뒤 막판에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송 장관의 생각은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기 전에는 결코 종전선언을 할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과 맞닿아 있는 반면 백 실장의 입장은 미국을 설득시켜야 실현 가능하다.

靑 "법률근거 밀착 시각과 정치적 유연 시각 둘 다 가능...이견 수준 아니야"

평화체제 협상과 관련해 정부의 핵심 당국자들이 이처럼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지만 청와대는 "이견이 노출되고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며 봉합에 나섰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4개국이 어떻게 협의하느냐에 따라 시기와 형식, 수준 등이 결정될 것"이라며 "엄격하게 얘기해서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정부 내부에서도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백 실장과 송 장관의 발언이 약간 차이는 있지만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고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천 대변인은 "법률적 근거를 갖고 이뤄지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법률적 근거와 보다 밀착시켜 해석해야 한다는 시각과 그 보다는 정치적으로 좀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시각, 둘 다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이 같은 정부내 의견 차이가 주변 외교 상대국들에게 큰 혼란을 줄 것이라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종전선언의 전제조건으로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며 "정부내 다른 시각이 있을 수는 있지만 공개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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