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금융, 한국 진출 가능성 있어"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 2007.10.24 19:55

[인터뷰]압둘 하미드 아부무사 파이잘은행 총재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게 의무인 은행들이 있다. 빈민을 위해 무이자대출을 해줘야 하고 자선금(자카트, Zakat)도 모아야 한다. 그런데도 이 은행들은 매년 15%씩 성장하고 있다. 이 은행들의 총 자산은 3200억 달러, 우리돈 293조원에 이른다.

빈민 구제의 의무를 가지고도 성장하는 은행, 늘어나는 자본이라니? 이건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 같은 곳에나 해당되는 이야기 아닐까? 이 은행과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 총재는 빈민 자활을 돕는 무담보소액금융, 즉 마이크로크레디트를 개발해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을 돕고 경제를 살리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은행들, 금융자본이 세계 자본시장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 이슬람은행, 이슬람자본이 그들이다. 이 자본이 지금 한국을 눈여겨보고 있다.

24일 한국중동협회 주최 ‘이슬람금융국제컨퍼런스’ 자리에서 만난 파이잘(Fisal)은행의 압둘 하미드 아부 무사 총재(사진)는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지점 개설, 직접투자(FDI)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이 똑똑(smart)하고 활동적(active)이기 때문”이란다.

1975년 설립된 파이잘은행은 이집트 3대 은행이다. 자산은 40억 달러, 우리돈 3조6600억여원이며 예금계좌는 100만여개에 이른다. 은행거래를 하는 이집트인 5명 중 1명이 이 은행과 거래한다.

이슬람권 은행 중에선 아직 한국에 진출한 은행이 없다. '이자 대신 배당을 받는다'는 이슬람 금융의 원칙도 한국에선 낯설기만 하다. 그러나 씨티은행, HSBC 등 국제적 금융사들은 별도 사업부를 출범시킬 정도로 이슬람 금융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슬람 금융이 무슨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걸까? 아부 무사 총재는 "이슬람금융이 세계 은행업계에 일으키고 있는 변화"를 강조했다.

“혁명적 변화가 이슬람은행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 은행업계에 변화를 일으켰어요. 많은 기존 은행들이 부분적으로, 혹은 전체적으로 이슬람화되고 있어요. 사회 환원 등 은행의 사회적 책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샤리아(Shari’ah) 즉 이슬람율법을 따르는 예금성 자산은 기존 은행의 것까지 합쳐 전 세계에 6000억 달러이며, 투자자산까지 포함한 소위 '오일달러'는 총 1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한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 7800억 달러를 월등히 넘어서는 규모다. 세계 은행업계, 자본시장을 뒤흔들 만도 하다.

다행히 이들은 '종교적'이다. 즉, 이타적 규율을 가졌다. 아부 무사 총재는 “이슬람금융의 목표는 단순히 이윤 추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서비스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배의 형평성을 이루는 것 역시 이슬람금융의 책무다.

“양 체제의 차이는 큽니다. 기존 은행은 돈을 거래하면서 부를 만들어갑니다. 하지만 이슬람은행은 돈(부)이 교역, 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고 여깁니다. 이슬람은행은 돈을 경제에 실질적으로 작용하게끔 움직입니다. 생산을 중단하는 것은 해를 끼치는 것이며 우주에 부정부패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슬람은행은 은행과 고객 관계 역시 기존 은행과 다르다. 아부 무사 총재는 그것을 ‘파트너십’, ‘이익과 위험의 공유’라는 말로 설명했다. 이슬람금융에서 고객은 단순히 은행 이용자가 아니라 은행의 손실과 이익을 공유하는 파트너라는 것이다.

“이슬람금융에서 돈, 즉 자본에 대한 소유권은 알라신께 있습니다. 이슬람계에서 돈은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돈의 가치는 다른 생산요소와 직결되어야 합니다.”

중동문화원 개원식, 중동포럼 참석차 21일 방한한 아부 무사 총재는 27일 출국할 예정이다.

아래는 그가 전한 이슬람은행의 지배구조 원칙이다.

◇ 이슬람은행의 지배구조 원칙

1. 예탁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돈, 자본에 대한 소유권은 알라에 있다. 합법적 채널을 통해 이슬람 율법에 따라 관리되어야 한다.

2. 다른 이들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된다. 돈이나 자금 자체에 해를 끼치면 안된다. 인간은 기본권, 의무에 따라 행동해야. 다른 이들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된다. 생산을 중단해선 안 된다. 생산을 중단하는 것은 해를 끼치는 것이며 우주에 부정부패를 일으키는 것이다.

3. 득과 실의 관계가 금융거래에 적용된다. 예금주는 경제적 리스크 없이 수익을 봐서는 안 된다. 파트너십이라는 개념의 하나로 금융거래 당사자들이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으며. 의무와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

4, 고리대금업을 금지한다. 이슬람 금융 적용에 있어 중요 원칙이다. 이슬람계에서 돈은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 돈은 수익을 내는 상품이 아니다. 돈의 가치는 다른 생산요소와 직결되어 있다.

5. 수익과 손실을 분담해야 한다. 은행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은행은 중소기업과 종사자를 개발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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