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유가 통제력' 잃었다-WSJ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 2007.10.24 16:15
고유가 지속에도 불구,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가능성은 미미하기만 하다.

국제 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달리고 있는 데도 가격 안정의 책임을 지고 있는 OPEC이 쉽게 증산을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OPEC이 시장 지배력을 잃었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았다.

◇ 출발부터가 다르다

18일(현지시간)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11월 인도분은 배럴당 89.4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사상 최고다. 장중 90달러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고유가는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에 따른 신용시장 불안 여파로 침체 우려를 맞고 있는 미국 경제를 재차 압박하고 있다. 미국 경기 침체는 전세계 경기 둔화로 직결될 우려가 있다.

OPEC으로서도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OPEC은 다음달 1일부터 일 50만배럴을 증산하기로 했을 뿐 추가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물론 다음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OPEC 정상회담이나 12월 초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석유장관 회의에서 추가 증산을 결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

OPEC 정부 관리들은 최근 고유가 현상의 원인이 수요 증가가 아닌 지정학적 불안과 투기자본 유입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란, 베네수엘라 등 일부 회원국을 제외하곤 내정 불안이 주요 문제로 대두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상 투기자본에 보다 큰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압달라 살람 알-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시장은 충분한 공급을 받고 있지만 수요가 아닌 다른 측면에서 고유가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바드리 총장은 정유능력 부족, 달러 약세, 지정학적 문제 등도 고유가 원인으로 볼 수 있지만 투기자본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OPEC, 조정 능력 떨어졌다

OPEC은 현재 전세계 하루 원유 공급량 8600만배럴의 약 40%를 공급하고 있다.
이를 제외한 OPEC의 잉여 생산능력은 일 200만배럴. 잉여분의 대부분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차지하고 있다.

잉여분을 유가 진정을 위해 다 써버리고 나면 OPEC의 조정능력 역시 바닥난다.

OPEC과 사실상의 리더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년간 가격 조정능력을 제고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시장 상황 변화로 인해 OPEC은 이렇다 할 시장 지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원유 거래가 선물로 이뤄진다는 점도 부담이다.

2005년 가을 유가는 60달러 근처였다. OPEC은 당시 가격 인상을 위해 전체 생산량의 약 4%인 120만배럴 감산을 단행했다. 이어 같은해 12월에도 50만배럴을 감산했다. 그러나 유가는 지난해 1월 50달러대까지 계속 하락했다. 2005년 중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15개월 동안 OPEC의 감산 움직임과 유가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이와 관련, 딜로이트앤투씨의 에너지 애널리스트 조셉 스타니슬라브는 "OPEC 전성기인 1970년대 중반에 비해 시장이 매우 복잡해졌다"며 OPEC은 시장 선도자에서 추종자로 전락했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3. 3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4. 4 20대女, 하루 평균 50명 '이 병'으로 병원에…4050은 더 많다고?
  5. 5 바람만 100번 피운 남편…이혼 말고 졸혼하자더니 되레 아내 불륜녀 만든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