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쇼크, "서브프라임 끝나지 않았다"

유일한 기자, 김능현 기자 | 2007.10.24 15:43
월가를 대표하는 메릴린치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최대 75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24일(현지시간) 공개되는 3/4분기 실적에 반영할 전망이라고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달초 메릴린치는 신용경색이 심화되면서 모기지 관련 증권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고 이에따라 채권사업부 손실로 50억달러를 상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손실의 대부분은 부채담보부증권(CDO) 가격 하락에서 기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손실은 50억달러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추가상각 규모가 2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보도했고 뉴욕타임스(NYT)는 25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결국 메릴린치는 채권사업에서 많게는 75억달러의 손실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메릴린치가 3분기에 주당 45센트에서 50센트의 순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대규모 추가상각에 따라 손실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어닝쇼크'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메릴린치 주가는 이미 8월 중순의 저점보다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샌포드 C.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브래드 힌츠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주택경기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메릴린치가 채권 부문 손실을 만회하기는 어렵다”며 “이 부문 손실을 줄이기 위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채권 부문 사업 축소 및 리스크 관리 강화에 최소 10억달러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25억달러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대규모 손실 반영이 불가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최고경영자(CEO)인 스탠리 오닐에 대한 불신은 한층 심화되고 있다. 특히 오닐이 투자은행의 위험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회의마저 제기되는 분위기다.


오닐은 2002년 12월 CEO에 오른 이후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동시에 위험도 높은 사업을 키워왔다. 금융시장이 평온할 때 오닐의 전략은 고수익으로 나타났고 메릴린치는 모기지를 비롯한 채권 투자를 계속 늘렸다. 그러다 올여름 터진 신용경색과 이로인한 금융시장 혼란에 대규모 손실을 입게된 것이다.

오닐은 7월 중순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직원들에게 "메릴린치의 위험관리는 매우 강하다. 위험 투자를 통해 이익을 얻고있으며 시장이 등락을 반복해도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채권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아시아 채권 투자를 총괄하던 오스만 세머시, 구조화상품 투자를 담당하던 데일 라탄지오 등 핵심 임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이로써 오닐의 오른팔 역할을 했던 다우 김과 메릴린치와의 고리는 완전히 끊겼다. 다우 김은 지난 5월 헤지펀드를 운용한다며 메릴린치를 떠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메릴린치가 신용등급 하향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무디스와 피치는 이달초 50억달러 상각 계획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메릴린치의 장기 부채에 대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당시 무디스는 손실반영 규모가 예상치인 40억달러를 훌쩍 넘는다며 메릴린치의 위험관리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메릴린치의 대규모 손실로 한고비 넘긴 듯 했던 신용경색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기술주의 실적 호전으로 안정감을 회복했던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다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실적을 공개한 씨티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코비아, 베어스턴스, 모건스탠리 등 대형 은행들의 3분기 순이익은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들 은행들은 모기지 관련 채무불이행에 대비하기 위해 대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았으며 대대적인 인력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 혼란의 와중에도 골드만삭스와 JP모간의 실적은 오히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감탄사를 자아냈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3분기 순이익이 무려 79% 증가해 월가 최고의 투자은행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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